경제와 경영

"냉철함 부족했다"…반성문 쓴 학현학파

Shawn Chase 2019. 5. 15. 20:49

서울사회경제硏 심포지엄

"기술혁신·개발경쟁 없이는
소득주도성장 성공 어려워"

"文정부 2년간 노동정책 치중
최저임금 인상속도 고민해야"

  • 김연주 기자
  • 입력 : 2019.05.10 17:47:35   수정 : 2019.05.10 21:16:42
  • 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10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정부 2년, 경제정책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사진설명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10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정부 2년, 경제정책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생산론이 부족하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적 이론가인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수요 증대를 통해 성장을 이룬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는 기업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공급 측면의 성장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이한 날 현 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학현학파` 학자들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10일 개최한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다.
    학현학파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분배경제학을 가르쳤던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진보개혁적 경제학자들 모임이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이 변형윤 교수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주성`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이날 장세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에게 뜨거운 가슴은 있었지만 냉철한 머리로 뒷받침했나를 반성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1부 토론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주상영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프레임워크와 주요 정책`이라는 논문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가들의 사활을 건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 경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관료적 규제의 철폐` 등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이 제시됐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학파의 이론으로 협소하게 인식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상승`으로만 보는 현 정부의 편협한 시각도 이날 토론회에서 지적받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실행돼 왔는지 묻고 싶다"며 "실제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이외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더 넓은 시각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데 이날 모인 학자들은 공감대를 이뤘다. 하 교수는 "정말 빚이 아니라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 작동하려면 노동시장과 기업 생태계의 경직성과 장벽들을 낮출 필요가 있다. 높은 소득은 높은 생산성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높은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역동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종합적 관점에서 보면 정책의 유연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최적 속도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교수도 "사실 지난 2년 동안의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에만 치중한 인상을 주고 있으므로,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제시하고 중도개혁 지향의 일반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득주도성장`보다 이를 개선하고 뒷받침할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이날 준비된 세션 여섯 개 중 세 개가 혁신성장에 대한 것이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처방으로서 혁신성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박규호 한신대 교수는 "정부가 하는 일치고 오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기존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 혁신활동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집단으로 자원이 배치되고 지속적으로 흘러가 이들의 혁신활동을 고양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혁신이 시장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본부에서 드러나듯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집중적으로 시행하면 혁신이 된다는 발상이 보인다"고 비판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성장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중심의 투자 활성화 등 경제정책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진보학자들 질책도 이어졌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문 대통령 대담을 보았는데 공정경제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며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