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경제학자 84% "韓경제 위기직면"…53%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Shawn Chase 2019. 5. 8. 10:20

文정부 경제성적 D학점

77% "올성장 2.4% 안돼"
규제개혁·구조조정 주문

산업경쟁력 떨어지는데
정부 민간활력대책 미흡

  • 최희석 기자
  • 입력 : 2019.05.06 18:08:16   수정 : 2019.05.06 20:19:14

◆ 文정부 출범 2년 설문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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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 전문가 중 절반 이상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0~2.3%로 정부 목표치(2.6~2.7%)를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규제 혁신을 단행하고, 노동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인상돼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동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성장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설문조사의 응답자 중 53%는 올해 성장률을 2.0~2.3%로, 22%는 2.4~2.5% 수준으로 각각 전망했다.

성장률이 2.0%를 밑돌 것으로 점친 응답자도 24%에 달했다. 거의 모든 응답자(99%)가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2.7%로 봤다. 올해 성장률을 정부 목표치로 본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1%에 불과했다. 정부 목표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한 응답자는 없었다.

전기 대비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치인 -0.3%로 떨어진 직후인 지난달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로서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수정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 전문가 중 대부분은 이 같은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고 본 셈이다.

성장률 둔화 원인(복수 응답 가능)으로 상당수 응답자가 `산업경쟁력 구조적 약화`(60.8%)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경기 순환적 요인`(30.9%),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요인`(24.7%) 등을 꼽았다. 이처럼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정부의 민간 활력 대책 미흡`(57.7%)이 성장률 둔화에 한몫했다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적했다. 성장률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소득주도성장`(2%)과 `정부의 정책 실패`(1%), `노동정책`(1%) 등을 지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응답자 중 27.8%는 최근 성장률 둔화가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27.8%)이라고 보기도 했다.

사상 최악의 고용 참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용 회복을 위한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94.8%가 `기업 투자 활력 제고를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이어 `벤처·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응답자가 43.8%, `해외 창업·취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저변 확대`라고 답한 응답자는 6.3%였다.

문재인정부가 올해 들어 고용 회복 방안으로 내놓고 있는 `공공일자리 창출`이 우선 과제라고 뽑은 전문가는 4%에 불과했다. `노동자·일자리 매칭 시스템 강화` `소득주도성장 정책 즉각 폐기`를 뽑은 전문가도 각각 1명 있었다.

전문가 중 75.3%가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복수 응답 가능)으로 `대대적인 규제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62.9%였으며, 이어 `법인세 감면`(35.1%), `재정 투입을 통한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지원`(24.7%) 순이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조선·해운 산업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기업·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강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54%가 `한계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고, `한계기업에 대한 대폭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자도 29%에 달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으로 고용과 지역경제를 유지해야 한다`(1%), `한계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으로 고용과 지역경제를 유지해야 한다`(16%)고 답한 전문가는 적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무리하게 재정을 투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2017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데 이어 올해도 10.9% 올랐다. 2년 동안 무려 29.1% 상승한 것인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참사를 악화시켰다는 것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연계해 현 정부는 소득을 늘려 경제 성장 효과를 노렸지만, 역효과만 커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3%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0~3% 미만`(30%), `3~7% 미만`(14%) 순이었다.

한 전문가는 "급격한 노동비용 인상은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경기 침체와 고용 상황 악화를 가져온다"며 "올해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임금 상승 억제, 현금복지 전면 중단 등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경쟁력 강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응답자 중 42%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고, 40%는 `연내 1회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연내 1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한 응답자도 11%에 달해 아직 기준금리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한쪽에 치우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석우·윤진호 기자

문재인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거래절벽`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70%에 가까운 응답자(68%)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폭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절반에 육박했고,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20%에 달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규제를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10%에 그쳤다.

당장 완화가 필요한 규제로는 응답자의 42%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 완화를 꼽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부동산세제 현황 및 최근 논의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수 중 거래세는 보유세의 두 배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0.4%다.

반면 보유세 비중은 0.8%로 OECD 평균 1.1%보다 낮고 순위로는 19위다.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주장한 전문가도 21%에 달했다. 대표적인 금융규제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자는 주장은 각각 17%와 6%로 나타났다.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청약조정대상지역 등 일괄적인 지역규제 철퇴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7%, 전매제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5%로 조사됐다.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