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설] 역사 교과서 國定化,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필요 있다

Shawn Chase 2015. 10. 13. 09:33

입력 : 2015.10.13 03:22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사람은 황우여 교육 부총리였다.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키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당 지도부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1인 피켓 시위에 나섰고 장외투쟁도 예고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문 대표가 제안한 당대표·원내대표 간 '2+2 대화'에 대해 "정치 공방을 할 사안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역사 교과서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左偏向)이라는 사실은 여러 군데서 드러났다. 다른 시각의 교과서는 전교조 등의 조직적인 반대 운동으로 교실에 발도 붙이지 못했다. 대안(代案)으로 떠오른 것이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발상이다.

우리 현대사는 일제 침략, 남북 분단, 6·25전쟁, 민주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공의 역사 뒤에 그늘진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사실관계마저 다르게 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굳이 국정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당분간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발을 뺐다. 결국 청와대는 뒷전으로 빠지고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야당과 대리전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런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왜 적지 않은 반대에도 역사 교과서를 국정 하나로 단일화해야 하는지, 국정 교과서에 담아야 할 내용과 정신은 무엇인지 등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게 옳다. 황우여 장관이 새누리당 대표일 때 당 연구소는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는 방안으로 국정화가 아니라 검정 강화를 주장했고, 김재춘 교육부 차관도 자신의 논문에서 국정화를 반대했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을 앞세워 국정화를 추진하니 국민 사이에 국정화에 대한 회의(懷疑)가 적지 않다.

야당이 교과서 문제를 앞세워 국회 일정 보이콧이나 입법 저지 투쟁에 나서면 예산안 심의는 물론 박 대통령이 정성을 쏟아온 노동·금융·교육·공공 등 4대 개혁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뒷짐만 지고 있으면 정치판은 총선을 앞두고 걷잡을 수 없는 역사 전쟁에 빠져들 것이다. 국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분열만 키워선 안 된다. 여야가 자기 지지 세력만 바라보며 정치적 득실(得失)만 계산할 게 아니라 "어떻게 좋은 역사 교과서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통령이 그런 논의에 앞장서야 한다.

 

[사설]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 '정권 임기 內 완성' 집착 말아야

입력 : 2015.10.13 03:23

교육부는 12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國定化) 방침을 발표하며 새 교과서의 별칭(別稱)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했다. 정부·여당에선 '균형 교과서' '통합 교과서' '단일 교과서'란 말도 나왔다. 어떻게든 '국정'이란 수식(修飾)을 피하려는 고심의 발로다. 그러나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국가가 교과서 발행을 독점하며 학생들에게 선택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배포 시점을 2017년 3월로 못 박았다. 11월 집필에 착수해 1년 안에 완료하고 내년 12월 한 달 안에 감수와 적합성 검토 등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새 역사 교과서를 교실에 넣겠다는 것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검정 교과서들은 집필·검정 기준 고시(告示)에서 검정 발표에 이르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8종에서 잘못이 829건 발견돼 뒤늦게 수정했다. 교육부는 새 국정 교과서를 갖고 시범 학교에서 몇 달간 연구 수업을 해보는 절차도 생략하겠다고 했다. 촉박한 일정에서 부실·날림 편찬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검정 교과서들에 편향(偏向)과 오류가 많은 데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책임이 크다. 교육부가 그동안 교과서 집필 기준과 방향을 분명하고 정교하게 제시하고 국사편찬위가 이런 지침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꼼꼼하게 심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의 능력과 일하는 자세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국정이 돼도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국사편찬위는 이념적으로 좌우를 아울러 20~40명 정도의 집필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좌우의 기계적 균형이 아니다. 필자가 많다고 저절로 좋은 교과서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근현대사 연구자의 절대다수가 한쪽 사관(史觀)에 치우쳐 있는 게 우리 역사학계의 현실이다. 게다가 많은 역사학자가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필자를 모실까에 대한 고민과 청사진이 교육부 발표에는 없다.

선진국 역사 교과서들은 학생뿐 아니라 온 국민의 교양서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고 내용이 풍부하다. 교과서 한 권 만드는 데 5~6년 공을 들인 결과다. 지금의 검정 교과서로는 안 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현 정부가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는 튼튼한 기초를 하나 마련한다면 그것만으로 큰 업적이 될 것이다. 임기 내 끝내겠다는 데 집착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역사 교육이 정치에 휘둘린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