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한국 로봇산업은 '내수용'… 세계 시장 주도권은 스위스·독일·일본이 장악

Shawn Chase 2019. 4. 3. 14:33

조선일보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2019.01.07 03:22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가 631대로 세계 1위이다. 세계 평균(74대)은 물론, 2위 싱가포르(488), 3위 독일(309)과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한국의 로봇 경쟁력은 겉으로 보이는 수치와는 크게 다르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스위스 ABB, 독일 쿠카 로보틱스, 일본 화낙 등 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하고 대부분 내수 판매에 그치고 있다. 활용만 잘할 뿐 직접 만드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로봇산업협회와 광운대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전문가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기술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는 로봇 선진국인 일본, 미국, 독일에 비해 16~17점 낮았고 중국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20년에는 1880억달러(약 21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로봇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가장 복잡한 테크 산업"이라며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는 와중에 한국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로봇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일본 혼다는 인간형 로봇 아시모에 18년간 엄청난 투자를 하며 얻은 기술을 자율주행차, 이동형 로봇, 보행보조 로봇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 기업들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로봇 사업을 외면하다가 최근에야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규제 때문에 기껏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일례로 환자의 재활 치료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을 세계적 수준으로 개발해도 보험수가는 기존 로봇과 같은 수준으로만 받아야 된다. 이러니 병원이 굳이 비싼 신형 로봇을 쓸 이유가 없다. 한창수 한양대 교수는 "현재와 같이 하향평준화 정책이 유지되면 기껏 확보한 로봇 경쟁력도 빛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