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등 돌리지 않고 앞만 보며 도는 달은 '지구 바라기'

Shawn Chase 2019. 3. 27. 16:12

입력 : 2018.12.27 03:05


달 뒷면

지난 8일 중국 쓰촨성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서 달 탐사 우주선 창어(嫦娥) 4호〈그림2〉가 발사됐어요. 이 우주선은 110시간을 비행해서 12일에 달 부근에 도착했어요. 지금은 달에서 100㎞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지요. 내년 초에 달의 뒷면에 착륙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러시아의 우주선 루나 3호가 1959년 최초로 달의 뒷면을 촬영한 이후 60년이 지나 달 뒷면에 우주선이 직접 착륙하게 되는 거죠.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를 타고 사람이 달에 발을 디딘 지 50년이 지났지만 달 뒷면에 직접 우주선이 착륙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어요.

달의 '뒷면'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요?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天體)이지만 달은 지구에 한 번도 얼굴을 전부 보여 준 적이 없습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달 표면은 '앞면'인 59%에 불과해요. 달도 위성이고 자전을 하는데 왜 지구에서 달 표면을 모두 볼 수 없는 걸까요.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를 생각해 보세요. 해는 자기를 따라서 얼굴을 돌리는 해바라기꽃 뒤편을 볼 수 없어요. 달 뒷면을 볼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랍니다. 달이 지독한 '지구 바라기'이기 때문이죠.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달이 지구를 도는 시간과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똑같기 때문이에요.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는 27.3일로 같아요. 지구 한 바퀴를 27.3일에 걸쳐 도는데 거기에 맞춰 달도 자체적으로 움직이니 지구에서는 늘 달의 한쪽만 보게 되는 거예요〈그림1〉. 그렇게 보이는 면을 통상 '앞면'이라고 부르죠. 보이지 않는 부분은 '뒷면'이라고 하고요.

달의 뒷면 설명 그래픽
▲ /그래픽=안병현
달의 '뒷면'이 있다는 게 밝혀진 건 망원경이 발달하면서부터예요. 망원경과 사진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천체를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천체가 자전한다는 것은 상식이 됐어요. 달의 경우는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사람들은 고대부터 천체의 공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천체가 스스로 회전하는 자전에 대해서는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등장한 뒤에야 알게 됐어요. 달에 뒷면이 있다는 점은 이보다도 더 늦게 알려졌고요.

달은 지구의 특별한 동반자랍니다. 태양계에 있는 행성 중에서 자기 몸집(반지름 기준)의 4분의 1이나 되는 위성을 거느린 행성은 없어요. 달은 위성치고는 아주 큰 편이죠. 달은 얼마 전 행성의 지위를 잃은 명왕성보다도 커요.

예외적으로 큰 데다, 앞·뒷면이 크게 다른 달의 지표면 구성 때문에 '달이 어떻게 생겨났느냐'에 대한 학설은 여럿이에요. 과학자들은 달 뒷면 탐사를 통해 이 의문을 풀 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나가던 천체가 지구의 중력에 잡혔다는 가설, 원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가설 등 여러 추측 중에 어느 것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정해 줄 수 있다는 거죠.

현재 달 탄생에 대한 유력 가설은 화성만 한 원시행성이 지구와 45도 각도로 충돌하면서 파편 일부가 이전부터 지구 궤도에 있던 다른 위성과 합쳐지면서 생겼다는 주장이에요. 달의 앞면과 뒷면 지형이 크게 달라서 나온 가설이에요〈그림3〉. 달 앞면은 비교적 매끈하고 평평하지만, 뒷면은 거칠고 험합니다. 예컨대 이번 달 뒷면 탐사 과정에서 아폴로가 지구로 가져온 월석(月石)과 전혀 다른 재질의 돌을 발견한다면 이 가설이 더 힘을 얻겠죠.

이번에 달의 뒷면에 착륙할 우주선은 달에 심어 키울 씨감자와 애기장대 그리고 누에를 가져갔어요. 누에가 부화하면서 만드는 이산화탄소로 식물이 광합성을 하며 달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한대요. 달에서 추수한 곡식으로 차례를 지낼 날이 곧 올지 몰라요〈그림4〉.

인류는 달을 동경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그리스신화의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중국 설화에 나오는 달나라 궁궐에 산다는 선녀(창어) 이야기, 일본 설화 속 달나라 공주 가구야 등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달 탐사선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어요.

달 크기는 태양의 400분의 1이지만 거리는 태양보다 400배 가까워요. 그래서 우리 눈에는 태양과 달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죠. 여기서 태양과 달의 균형에 바탕을 둔 동양의 '음양' 사상이 나왔어요. 아메리카 대륙의 고대 문명은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달의 뒷면은 때로 음모론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달을 방문한 우주인들이 달의 뒷면에서 UFO를 보았지만 함구했다거나 외계인의 기지가 있다는 주장이 수십 년 동안 쏟아졌죠. 냉전 시대에는 소련이 달의 뒷면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어요. 영화 '트랜스포머 3'도 달 뒤편에 외계인 기지가 있다는 설정이었죠.

지난 60년간 달에 착륙한 우주선은 20대가 채 안 됩니다. 그러나 지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지구 바깥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다시 시작됐어요. 경제적 효과와 실질적인 이주 가능성을 앞에 두고 여러 나라가 경쟁 중이죠. 중국과 인도가 달 탐사에 박차를 가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화성과 그 너머로 미국인을 보내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지요. 특히 달에는 지구에는 흔치 않은 핵융합 원료 '헬륨-3'가 100t 이상 있다고 해요. 이론적으로 공해가 거의 없이 핵융합 발전이 가능한 원료라 각광받고 있어요. 달을 잘 개발하면 미세 먼지 걱정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말이죠.

혹시 아직도 '아폴로 11호는 달에 착륙한 적이 없다'는 친구가 있다면 '구글 문'(www.google.com/moon/)에 접속해보세요. 아폴로 11호, 12호, 14호, 15호, 16호, 17호를 타고 달에 도착했던 우주인들의 발자국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