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하늘'을 날고 '소'처럼 힘이 장사… 내 이름은 '하늘소'야!

Shawn Chase 2019. 3. 15. 00:09

글=김재현 기자 사진=지오북·조선일보 자료사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자의 다른 포토보기

  • 도움말=이승현(서울대 곤충계통분류학 석박사통합과정·'하늘소 생태도감' 저자)

  • 입력 : 2015.04.09 09:38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

    한반도 하늘소를 총정리한 도감(圖鑑·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하늘소에 '미친' 20·30대 젊은이 세 명이 5년여간 우리나라 전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해 펴낸 '하늘소 생태도감'이 그것입니다. 하늘소 도감이 나온 건 1987년 곤충학자 고(故) 이승모(1923~2008) 박사의 '한반도 하늘소과 갑충지' 이후 무려 28년 만입니다. 특히 새로 출간된 하늘소 도감엔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는 모든 하늘소가 소개돼 눈길을 끕니다. 저자 중 한 명인 이승현(28)씨의 도움을 얻어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
    1 알통다리꽃하늘소 2 열두점박이꽃하늘소 3 북방수염하늘소 4 옆검은산꽃하늘소

    ◇제 몸보다 더 큰 돌을 번쩍!

    하늘소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는 곤충이에요. 사람 발길 닿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곤충 중 하나죠. 안식처이자 먹이는 여러해살이식물. 현재 지구 상에 3만5000여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명칭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라는 뜻이에요. 하늘소는 자기 몸집보다 훨씬 더 큰 돌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늘을 날며 힘이 소처럼 세다는 의미로 이러한 이름이 붙었죠.

    해외에선 하늘소를 '긴뿔 딱정벌레'로 부르는데요. 딱정벌레 중에서도 더듬이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어서, 이렇게 지었다고 해요. 외형이 비슷한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등 다른 딱정벌레류와 구분할 때에도 더듬이 길이만 비교해보면 하늘소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답니다. 명칭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하늘소의 특징을 잘 이해할 수 있겠죠?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

    알락·털두꺼비하늘소 “우린 한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지”


    한반도에 서식하는 하늘소는 총 357종이에요. 그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하늘소는 알락하늘소예요. '알락'은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섞인 모양을 뜻하는 용어죠.

    알락하늘소의 대표적인 보금자리는 플라타너스예요. 플라타너스는 국내에서 가로수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 중 하나예요. 따라서 도심 곳곳에서도 관찰할 수 있답니다.

    양쪽 딱지날개에 검은 털 뭉치가 있는 털두꺼비하늘소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밑동만 덩그러니 남은 벌채목이나 죽은 나무가 이들의 주된 터전이죠. 벌채목·고사목이 전국의 산과 숲에 있는 만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

    장수·루리하늘소 “나는 몇 남지 않은 희귀종… 보호해 줘!”


    반대로 마주치기 어려운 하늘소는 어떤 게 있을까요? 맞아요.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을 스친 바로 그 하늘소, 장수하늘소랍니다.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된 희귀종이에요. 과거엔 서울 근교나 강원 일부 지역에서도 발견됐으나, 현재는 국립수목원(경기 포천시)에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사실 이곳에서도 장수하늘소를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해요. 하늘소 관찰·연구를 10여년간 진행한 저자들도 야생에서 장수하늘소를 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하네요.

    루리하늘소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푸른 보석 빛깔을 띤 이 하늘소는 비현실적인 외형 덕분에 '전설의 하늘소'로도 불리죠. 현재 강원 산간 지역에서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

    솔수염·북방수염하늘소 “그렇게 쓸모 없지만은 않아!”


    사실 하늘소는 해충으로 분류돼요. 식물을 먹이로 영양을 섭취하는 식식성(食植性) 곤충이기 때문이에요.

    유충기에 살아 있는 나무를 먹는 하늘소들은 과실수나 가로수를 시들게 해요. 유충이 먹고 지나간 자리는 내구성이 약해지기 때문에 자연재해가 일어날 경우 쉽게 부러지죠. 죽은 나무를 가해하는 하늘소는 목재의 강도를 약화시켜요.

    최근 불명예스러운 일로 관심을 한몸에 받는 하늘소도 있어요. 바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죠. 현재 한반도 전역의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입장에선 암(癌)적인 존재나 다름없는데요. 이를 옮기는 매개 곤충이 바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예요.

    비록 하늘소는 나무에 구멍 뚫고 풀잎 갉아먹는 해충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숲 속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기도 한답니다. 하늘소에 의해 죽은 나무는 또 다른 곤충들의 보금자리가 되기 때문이죠. 예컨대 졸참나무하늘소가 가해해 쓰러진 참나무엔 말벌이나 딱정벌레들이 몰려와 겨울잠을 잔답니다. 번식력 강한 하늘소의 경우엔 새들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도 한답니다.

    복잡한 생태계에서도 나름대로 소임을 다하는 하늘소. 한반도, 아니 지구 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을 여러분도 꼭 기억하길 바라요!


    세계에서 가장 큰 하늘소

    
	한반도 하늘소의 모든 것

    한반도에서 가장 큰 하늘소는 최대 110㎜까지 자라는 장수하늘소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하늘소는 뭘까. 바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타이탄 하늘소'다. 정식 학명은 타이타너스 기간테우스(Titanus giganteus). 성충의 크기는 최대 1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않아 하늘소가 애완용으로?


    사슴벌레·장수풍뎅이·나비 등 '정서 곤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서 곤충은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는 곤충을 말한다. 현재 하늘소의 일반 보급이 많지는 않지만, 일부 농가에서 벚나무사향하늘소를 시험적으로 대량 사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홍가슴풀색하늘소·루리하늘소 등 미모(?)가 출중한 하늘소를 일반 가정에 사육하는 방법도 개발돼, 조만간 집에서 하늘소를 직접 길러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