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LPG차 누구나 산다… 쏘나타·QM6 출격 채비

Shawn Chase 2019. 3. 14. 23:50

조선일보

  • 김강한 기자

  • 입력 2019.03.14 03:08

    미세먼지에… 37년만에 규제 폐지, 1년에 1만5000㎞ 탈 경우
    휘발유차보다 月 3만원 절약… 주유소보다 충전소는 크게 부족

    일반인들도 앞으로 유류비가 휘발유 대비 40% 이상 저렴한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일반인의 LPG 차량 구매를 규제해 왔던 법안이 37년 만에 폐지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13일 본회의에서 LPG 차량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택시 업체, 렌터카 업체 등만 LPG 차량을 쓸 수 있게 엄격히 규제해 왔다. LPG 연료 수급이 불안할 수 있다는 게 규제 이유였는데 최근 미세 먼지가 극심해지자 미세 먼지 배출이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LPG 차량 보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없앤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존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LPG 가격이 저렴해 차량 유지비를 아낄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LPG 차종 출시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이다. 국회 의결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된 뒤 15일 안에 대통령이 공포하게 되며 이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게 돼 있어 이르면 이달 안에 일반인들도 LPG 차량을 살 수 있게 된다.

    월 3만원씩 유류비 아낄 수 있어 기대

    시민들은 저성장·고물가 시대에 LPG 차량이 살림살이에 다소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PG 차량 최대 장점이 저렴한 유류비이기 때문이다. 3월 1주 차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350원이고, 경유는 1250원이다. LPG는 798원으로 휘발유보다 552원, 경유보다 452원 싸다. 휘발유보다 LPG 가격이 41%가량 저렴한 셈이다.

    서울 상계동 한 LPG 충전소에서 LPG차가 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국회는 13일 LPG 차량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 상계동 한 LPG 충전소에서 LPG차가 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국회는 13일 LPG 차량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완중 기자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세 연료 간 가격 차이는 그 차이만큼 기름에 붙는 유류세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원 정모(38)씨는 "7년째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타고 있는데 최근 미세 먼지가 극심해 디젤차를 운전하면 눈치가 보였다"면서 "조만간 차를 바꿀 계획이라 LPG 차량 구매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LPG 중형 세단을 연간 1만5000㎞ 운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휘발유 차량 대비 월 3만원 정도 돈을 아낄 수 있다.

    미세 먼지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 미세 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를 주행할 때 경유차는 평균 0.56g, 휘발유차는 0.02g을 내뿜지만 LPG차는 0.006g에 불과하다. 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LPG차가 1㎞ 주행 때 0.181㎏을 배출하는데 경유차는 0.152㎏, 휘발유차는 0.187㎏을 배출해 LPG차가 오히려 경유차보다 많이 배출한다.

    ◇충전소 부족 등 해결할 숙제도 많아

    휘발유, 경유, LPG 가격 비교표

    자동차 업체들은 LPG 차량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이달 출시하는 신형 쏘나타를 가솔린과 함께 LPG 모델로도 출시한다.

    르노삼성자동차도 SUV인 QM6 LPG 모델을 올여름 출시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LPG차를 구매한다고 해서 연료 가격 차이만큼 이득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휘발유나 경유 차량에 비해 LPG 차량의 연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형 쏘나타 기준 휘발유차의 연비는 L당 13.3㎞인 데 비해 LPG 차량은 L당 10.3㎞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비까지 고려하면 휘발유차에 비해 LPG 차량의 유류비가 평균 24%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유소에 비해 LPG 충전소가 크게 부족한 것도 LPG차 확산의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769개, LPG 충전소는 2030개이다. 서울의 경우 LPG 충전소는 77곳뿐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출시하는 LPG 차종도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부족해 선택폭이 넓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또한 LPG 보급이 확산되면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LPG에 붙는 유류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차·전기차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수소·전기 충전소를 설치하는 상황에서 LPG 충전소까지 동시에 확충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