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지율 하락에 공화당도 반기…트럼프 재선 `가시밭길`

Shawn Chase 2019. 3. 5. 03:57

美 2020 대선 여론조사서
트럼프 41%vs민주후보 48%

공화 상원의원 4명 이탈로
국가비상사태 저지 통과유력
러 특검 보고서도 발표임박
하원, 트럼프 측근 60명조사

  • 김제관, 문가영 기자
  • 입력 : 2019.03.04 17:38:07   수정 : 2019.03.04 19:50:2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재선에 성공한 전직 대통령들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그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가 미국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특검 조사 결과도 이르면 3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각종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재선에 올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각종 국내외 정책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4~27일(현지시간) 미국 유권자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표본오차 ±3.27%포인트) 결과 2020년 대선 지지를 묻는 설문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41%로, 민주당 후보 지지율 48%보다 7%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고 3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누가 나오든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이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6%로, 지난 1월 같은 조사 결과보다 3%포인트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도 지난달 54%에서 52%로 줄었다. 하지만 응답자 중 41%만 2020년 대선에서 `확실히` 또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2020년 대선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밝힌 응답자 중 37%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다른 공화당 후보가 도전하기를 희망했다.

    대선을 약 20개월 앞두고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등 전임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직이던 2011년 2월 조사에서 지지율 45%를 기록해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률 40%를 넘어섰다. 부시 전 대통령은 현직이던 2003년 4월 조사에서 52% 지지율을 기록해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율 42%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단순히 이번 조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현직이던 1995년 1월 조사에서 불과 38% 지지율을 얻어 공화당 후보 지지율 42%를 밑돌았지만 이듬해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2017년 1월 취임 이후 43~47%를 기록하며 확고한 지지층이 있음을 입증했고, 일자리·경제 전망이 좋은 것도 그에게는 호재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WSJ는 분석했다. NBC도 "2020년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르막길(uphill·고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58%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수사 중인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 간 내통 의혹(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거나 진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마저 공격받으며 내년 대선 가도에서 커다란 장애물에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 상원에서는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기를 들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지난 2일 웨스턴켄터키대에서 진행된 공화당 연례행사 링컨데이 저녁 모임에 참석해 "대통령에게 초헌법적인 권력을 주는 안에 투표할 수 없다"며 "국경 보안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다. 이러한 견제 기능이 무너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폴 의원은 수전 콜린스(메인),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의원에 이어 국가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에 찬성하는 뜻을 밝힌 네 번째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면서 국가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할 확률이 높아졌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차지해 4명이 이탈하면 과반수를 점하지 못해 저지 결의안 통과가 유력하다.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해 사법 개입, 권력 남용, 부패 등 각종 혐의도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 코너로 몰아가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뮬러 특검은 이르면 이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리 혐의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3일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한 법사위원장 제럴드 네이들러 의원(민주·뉴욕)은 지난주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거론하며 "코언의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자금법 위반을 포함해 다양한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측근 60명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아직 먼 얘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탄핵에 나설지 결정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제관 기자 /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