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공주보 주민들 "우리를 물로 본 결정… 철거 저지 투쟁"

Shawn Chase 2019. 2. 25. 17:37

조선일보

  • 나주=조홍복 기자
  • 공주=김석모 기자
  • 이슬비 기자


  • 입력 2019.02.23 03:00

    [4대강 보 철거]
    철거 대상 지역 가보니

    "큰돈을 들여 지어서 지역에서 잘 쓰고 있는 공주보를 철거한다니 말이 됩니까."

    22일 오후 2시 충남 공주시 봉황동 이통장협의회 사무실에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지휘부 2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오전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공주보 일부 철거 발표가 나오자 비상 소집된 것이다. 공주 시민·사회단체 10여 곳이 모인 투쟁위는 이날 발표에 "말이 안 되는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투쟁위는 회의를 마치고 세종시 환경부를 항의 방문하고 청사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금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공주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주보를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창석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장은 "주민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공주보 철거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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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 가운데 3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22일 공주보 주변에 보 철거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공주보 철거반대추진위원회는 정부 결정이 나오자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장에는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서명서가 놓여 있다(오른쪽). 정부 설문조사에서 공주보 인근 주민 51.6%는 '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가 필요 없다'는 주민은 29.5%였다. /신현종 기자

    공주시의 모든 이·통 단위 마을 383곳이 모인 이통장협의회는 공주보 철거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2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공주보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오이, 토마토, 대파 등을 키우는 농민들은 "공주보 개방 후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도 "소에게 먹일 물이 없다"면서 철거를 반대한다.

    농민 김모(56)씨는 "정권이 바뀌니까 무턱대고 보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며 "보 철거는 공주 시민과 충남 농민들을 물로 보고 우습게 여겨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4대강 보 철거 추진 일지

    상시 개방이 결정된 충남 부여 백제보의 김영기 농민 대책위원장은 "그간 정부가 약속했던 농업용수 확보 방안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백제보 개방을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는 철거가 결정되면서 보를 활용한 관광레저 분야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죽산보 죽산수변공원 옆 부지(1만2000㎡)에서는 나주시가 20억원을 투입해 오토캠핑장을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내려진 철거 결정에 나주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보 철거 공사 때 중장비가 드나들면 캠핑장은 준공해놓고도 장기 폐장을 해야 할 신세다. 22일 찾아간 죽산보의 관광용 황포돛배는 불완전 운항 중이었다. 2012년 9월 죽산보 상류 영산포 선착장에서 운항을 시작한 황포돛배는 보 완전 개방 이후 수위가 낮아져 멀리 떨어진 하류로 선착장을 옮겼다. 30년 넘게 인근에서 홍어를 판 강모(69)씨는 "멀쩡한 죽산보를 없앤다는데 기가 찬다. 황포돛배를 강탈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죽산보 상류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이 결정됐다. 수막 재배를 하는 미나리와 시설 하우스 농가에서는 "농사철에 맞춰 최소한 승촌보의 관리 수위는 6m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권은 "국가 파괴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22조원을 들여 만든 보를 해체하려는 목적은 보수 정권 지우기이자, 근대화를 해체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보수정권이 한 것을 전부 부인·부정하면 본인들이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4대강 보 해체 대책특위'를 구성했다. 특위 위원장은 공주보가 있는 충남 공주·부여·청양군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이 맡았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물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금강의 물을 생명수로 농사짓는 농민들과 식수로 사용하는 금강 유역 주민들은 무슨 죄냐"며 "환경부 결정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보 철거 작업에 착수한다면 공주보 위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3/20190223000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