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가 김경수 경남도시자의 실형 선고에 대해 “재판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댓글·추천 올리기에 대해 컴퓨터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벌금형 정도였다”며 “여론훼손죄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터넷에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할 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처음부터 잘못됐다. 김경수와 드루킹을 분리해 사고하려는 전략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 그렇게 긴 기간을 그렇게 많은 텔톡이 오는데 보지 않았다고 입증하기가 어려워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게 아니라 드루킹의 행위 자체가 중범죄가 될 수 없음을 힘을 합쳐 소명했어야 한다. 드루킹에 대한 유죄판결은 이미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에 조종을 울린 날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댓글·추천 올리기에 대해서 컴퓨터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벌금형 정도였다. 당연하다”며 “첫째,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컴퓨터들이 작동하는 방식대로 그 결을 따라 이용했고 일일이 손으로 할 것을 자동화한 것 뿐인데 이걸 갑자기 범죄로 몰아치는 것은 신뢰이익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어 “미국 교수에게 물어보니 웹사이트라는 게 원래 막노동으로 하던 걸 자동화한 것인데 웹사이트 만드는 것도 범죄냐고 반문한다. OECD(경제개발협력국가) 중에서 매크로 어뷰징을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 있으면 제발 알려달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둘째, 우리나라 인터넷 규제가 유별나서 드루킹의 행위도 처벌된다고 치자. 다른 댓글들에 쏠렸을 관심을 가로챘다는 잘못이 있다. 오프라인에 비교하자면 길거리에서 가두확성기를 불법 데시벨로 틀어놓은 정도의 일이다. 절대로 징역 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업무방해’? 네이버의 업무에 대한 손해가 정녕 징역 2년어치가 되는가. 네이버의 실명정책을 어겼다고 한들 그건 네이버의 비지니스 모델일 뿐 국가가 개입해서 형사처벌로 보호할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지인들이 자신의 계정을 제공해준 것이라면 실명정책을 어기기는 한 것인가. 네이버가 각자 스스로 쓴 댓글을 통해 여론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도 네이버의 소망일 뿐 이용자들이 곧이 곧대로 안 따라 주면 범죄가 되는가”라고 했다. 또 “교수가 좋은 학생들 키우고 싶어서 제발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하라고 얘기하는데 학생들이 10시간 공부 안 하면 교수에 대한 업무방해가 되는가. 검찰이 업무방해죄로 노조탄압할 때 사용자가 피해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노조에게 업무방해죄 뒤집어씌울 때가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여론 훼손’? 네이버 댓글 양상이 언제부터 여론이 됐는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그냥 그건 여론이 되고 거기서 다른 사람이 안 쓰는 도구를 써서 주의를 끌면 여론훼손죄가 되는가. 미네르바 처벌하고 비슷한 동어반복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이어 “미네르바가 페이스북 이전 시기에도 팔로워들이 수십만명이었고 이 수십만명이 몰리는 걸 보고 여론을 호도한다며 난리쳐서 미네르바가 처벌을 당했다. 그땐 다음아고라가 ‘여론’이었고 지금은 네이버 댓글이 ‘여론’이라는 식”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게다가 여론훼손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처벌하는 건 원님재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근대국가에 여론훼손죄는 이정현씨가 최근 유죄판결을 받은 방송간섭죄 밖에 없고 방송은 방송에게 주어진 특수하고 독점적인 임무 때문에 그런 보호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의 활동이 생각난다. 소비자불만전화는 소비자불만을 털어놓으라고 만든 곳이고 소비자들이 전화해서 ‘당신 물건 팔아줬는데 당신네 회사가 조중동에 광고해서 기분 나쁘다’라고 불만 털어놓았더니 불만을 조금 많이 털어놓았다고 업무방해죄로 처벌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게시판은 이용자들이 댓글을 달고 추천하라고 만들어 놓았고 드루킹은 댓글을 달고 추천하는데 더 열심히 하려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더니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고 있다”며 “애시당초 알고리즘의 기능방식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므로 원래 컴퓨터업무방해죄의 입법목표였던 해킹도 아니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이 자유롭게 이합집산하며 의견을 표시했던 날은 이제 종부지를 찍는 것인가. 이제 인터넷은 대중운동의 요람이 되지 못하고 극우보수의 가짜뉴스와 일베의 혐오글들만 남기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국정원 댓글과 비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선거에 영향을 줘서 범죄가 된게 아니라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해서 즉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공무원은 종인데 종이 주인을 오도하려고 해서 범죄가 된 것”이라며 “국민들이 합법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매크로가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는데 그럼 MS엑셀도 불법이다) 열심히 의사표시를 한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