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선권의 끝없는 안하무인

Shawn Chase 2018. 11. 5. 18:37

조선일보

  • 김명성 기자


  • 입력 2018.11.05 03:00

    평양 만찬서 與정책위의장에 "배나온 사람, 예산 맡겨선 안돼"
    전해철 의원 만나선 "이제 3철이 전면에 나설 때 안됐습네까"

    리선권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했다는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겨선 안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나온 '냉면' 발언에 이어 리선권의 오만한 언행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야권(野圈)에선 "당정(黨政), 재계 인사들에 대해 리선권이 잇따라 기분 내키는 대로 발언하는 건 남한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리선권은 지난달 5일 10·4 선언 11주년 기념 공동 행사 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과 만찬을 같이했다. 당시 배석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의 한 원내부대표가 김 의장을 "이분이 우리 당에서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리선권은 대뜸 "배 나온 사람한테는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했다. '냉면 발언'에 대해 진위를 문제 삼던 여권(與圈)은 '배 나온 사람' 발언에 대해서도 술자리 농담으로 넘기고 있다. 당시 김 의장 등 민주당 측 참석자들은 리선권 발언에 문제 제기 없이 웃어넘겼다고 한다. 김태년 의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자꾸 가십을 만들어 내지 말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논란이 된 리선권 발언
    리선권은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에게는 "이제 '3철'이 전면에 나설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등 우리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철'은 전 의원과 이호철 전 수석, 양정철 전 비서관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 3인방을 지칭하는 말이다. 자신이 남한 정치에 밝다는 것을 대놓고 과시한 것이다.

    리선권이 이처럼 안하무인에 가깝게 행동할 수 있는 건 남측에서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리선권을 상대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저자세'는 계속해서 논란이 돼 왔다. 리선권은 회담에 2~3분 늦은 조 장관이 "고장 난 시계 때문"이라고 하자 리선권은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라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경협 등 남북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용인 없이는 리선권이 그런 '센' 발언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리선권이 '유력 집안'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리선권은 북한에서 상당히 좋은 집안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며 "북한 내부에서도 일찌감치 힘이 세다는 소문이 났다"고 전했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있던 리선권이 휴대폰 벨이 울리자 뒤에 서 있던 자신의 직속상관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가방을 넘겨주고 전화를 받는 장면이 당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목격됐다고 한다. 김영철은 고아 출신에 자수성가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한 "리선권의 모든 행동은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보이면서 결국 김정은의 '속내'를 반영한 계산된 행동"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서 대남 및 외교 사업을 담당한 간부들은 목숨을 내놓고 싶지 않으면 우파(유화파)가 아니라 좌 파(강경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다른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과 김여정이 리선권과 김영철에게 악역을 맡기고 자기들은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만 보여주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리선권이 대남 사업을 전담해 온 관료가 아니라 군인 출신이기 때문에 거칠고 무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철과 리선권은 군부에서도 강경파로 통하는 정찰총국 출신들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5/20181105002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