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10. 20:16 수정 2018.10.10. 20:36
한국, 올 950만CGT·212척 수주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차지
글로벌 발주시장 회복세 불구
물량 2011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
도크현장 일감 투입엔 1년 '시간차'
"당분간은 일자리 악화 버텨내야"
[한겨레]
올 들어 1~9월까지 나온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가량을 우리 조선업체들이 수주하며 수주량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 중국과 격차를 더 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수주 물량이 조선소 도크 현장에 일감으로 투입되려면 1년가량 ‘시차’가 있어, 2016년의 수주절벽 태풍이 지금 관통하고 있는 울산·거제·통영 등 조선업 지역경제는 당분간 일감부족 사태를 더 버텨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75척, 25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지난 8월 147만CGT(총 54척)보다 71% 증가했다. 국가별 선박 수주량을 보면, 우리 조선사들이 9월 선박 발주량의 65%인 163만CGT(28척)를 수주했다. 35만CGT(17척)를 수주하는 데 그친 중국을 크게 제치고 5개월째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9월 누계 수주 실적도 한국이 950만CGT(세계 총발주량의 45%·총 212척)로, 중국의 651만CGT(31%·총 307척)와 일본의 243만CGT(12%·총 111척)에 앞서 1위를 유지했다. 올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월별로 129만~344만CGT 사이로 기복이 큰 편이지만, 1~9월 누적 발주량은 2016년 992만CGT에서 2017년 1873만CGT, 올해 2114만CGT로 계속 느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발주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다.
우리나라는 상반기 전세계 수주실적에서 2016년(세계 발주량의 12%)과 2017년(28%)에 중국(2016년 40%, 2017년 35%)에 계속 뒤졌으나 올 들어 역전했다. 9월 말 현재 우리 조선사의 총 수주잔량은 2037만CGT(전세계 수주잔량의 26%)로, 2017년 1월(2074만CGT) 이후 1년 9개월 만에 2000만CGT를 넘어섰다. 글로벌 신조 선박 수주와 수주잔량 양쪽에서 우리 조선업계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말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이 2790만CGT(전세계 수주잔량의 36%), 일본은 1351만CGT(17%)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조선 3사의 수주실적을 보면, 현대중공업계열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는 총 129척·104억달러이고, 삼성중공업은 총 40척·47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은 총 35척·46억달러다. 현대중공업의 올 3분기 누적수주량은 2013년(200척·139억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우리 조선사의 수주가 늘고 있는 건 엘엔지(LNG)선·엘피지(LPG)선 등 가스선과 컨테이너선 등 우리 업계의 강점인 부가가치 높은 선박 위주로 발주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일본 업계는 벌크선을 중심으로 수주하고 있다.
업계는 2016년부터 발주가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선박발주시장 사이클이 조금씩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 흐름을 타고 더 멀리, 더 깊은 바다에서 유전을 개발하려는 오일 메이저들의 유조선 선박 발주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2016년에 이른바 ‘역사적 최저점’을 찍고 지난해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뒤 올해 들어서는 작년보다 약간 더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세계 발주량이나 한국 수주량 모두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기 이전인 2011년~2015년 당시에 견주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회복 조짐은 뚜렷하지만 회복 ‘속도’는 아직 더딘 셈이다. 특히 신규 수주가 실제로 생산(일감과 매출)으로 이어지는 데는 약 1~3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조선업종의 업황 부진과 일자리 악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주한 선박의 경우 설계 등을 거쳐 도크 현장에 일감으로 투입되려면 통상 10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현장마다 일감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버텨내는 시기를 앞으로 더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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