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北은 고도의 철도 현대화 요구… 고속철 건설땐 56兆"

Shawn Chase 2018. 10. 1. 18:22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 윤형준 기자


  • 입력 2018.10.01 03:00

    사실상 北철도 신설… 토지수용·인건비 빼고도 막대한 재정 필요
    野 "정부, 1년치 비용 추계만 내놔… 투명하게 설치비 공개해야"


    북한 철도·도로의 현대화 비용이 적어도 43조원에 달한다는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실의 추산은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의 비용 추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면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에 필요한 비용을 2019년 한 해에 2951억원으로 추산했을 뿐 지금까지도 정확한 비용 추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비용이 43조원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가 철도·도로 비용이 얼마나 들지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정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도 없이 주먹구구식 비용 추계로 국민에게 천문학적 재정 부담을 지우는 판문점 선언의 비준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회의 비준 동의권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예산 편성의 투명성 원칙도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이 뒤따르는 만큼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으란 것이다.

    북한 철도, 도로 현대화 사업 비용 정리 표


    43조원 비용이 나온 것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 자료를 통해 확인한 철도·도로의 1㎞당 건설 단가에 근거한다. 여기에다 현대화 대상인 북한 철도와 도로 구간의 길이를 곱한 뒤 인건비(철도 10%, 도로 30%)를 제외한 것이다. 계산에 사용한 1㎞당 건설단가는 순수시설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 수용비가 빠져 있다. 북한이 건설 인력을 제공할 경우를 감안해 인건비도 제했다. 험준한 북한 지형을 감안할 때 터널·교량 건설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철도의 98%는 복선이 아닌 단선이다. 또 주요 간선 철도만 표준궤일 뿐 지선으로 가면 모두 협궤다. 도로 포장률도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개·보수 수준이 아닌 노선 전면 조사를 통한 신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 소식통도 "북한이 철도 회담 때마다 '높은 수준의 현대화'를 언급해 그 저의를 파악 중"이라며 "원하는 게 고속철이라면 건설비는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고 했다. 고속철 건설단가는 1㎞당 481억원 수준이다. 인건비를 제해도 13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북한 철도 현대화가 일반 복선전철이 될지, 고속철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남북 간에 논의되는 '철도 현대화'는 사실상 '철도 신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고속철을 깔지 않더라도 실제 현대화 비용은 정양석 의원실의 추산(43조원)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건설단가에 포함되지 않은 차량 구매비, 전력 공급비 등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 개발 비용을 약 83조원으로 추산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한반도종단고속철도(54조원)를 포함, 북한 철도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이 1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우리나라에 철도·도로를 까는 비용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란 지적을 한다. 또 개·보수(현대화) 비용을 따로 산출하지 않 고 신설 비용을 계산한 것을 두고 '과대 산출'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남북 철도 연결이 가져올 경제적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의원 측은 "이 같은 의견들을 감안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광범위하게 수렴해 보수적으로 산출한 수치"라며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면 정부가 국민이 부담할 비용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