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준 기자 입력 2018.09.30. 15:13
고배 마신 록히드·한국항공우주..보잉이 '적자수주' 감내의지 강했다
"상상을 초월한 가격입니다. 우리(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 컨소시엄)는 절대 써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전체 사업비보다 무려 8조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을 따낸 것과 관련, 한국항공우주(KAI) 관계자는 30일 이 같이 말했다.
사업에 대한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절박함의 차이와 한국항공우주의 출혈경쟁 감내력 등을 감안하면 애초에 수주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방산업계 분석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최종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입찰 가격은 92억달러(약 10조2000억원)이다. 미국 공군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 규모 163억달러(약 18조1000억원)를 8조원 가량 밑돈 파격적 가격이었다.
반면,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록히드·한국항공우주는 14조~15조원 수준의 입찰가격을 써낸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록히드마틴·항공우주도 보잉 컨소시엄이 저가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사업비보다 3조~4조원 낮춘 수주에 나서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보잉의 가격은 이 같은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 보잉은 상상을 초월한 가격에 더해 항공기도 351대가 아닌 475대를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다.
한국항공우주를 비롯, 업계에서는 '적자수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훈련기 교체 사업은 장기적으로 후속사업이 최대 100조원까지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업만 놓고 보면 보잉 컨소시엄은 당분간 막대한 적자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잉 컨소시엄으로서는 아직 불확실한 미래 사업을 위해 일단 현재의 출혈을 감내한 셈이다. 입찰 가격 결정권을 가진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사업에 대한 절박함의 온도차가 이번 입찰결과의 핵심 배경이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2010년 보잉 전체 매출에서 50%를 차지한 방산 사업 비중은 지난해 23%까지 밀렸다. 지난해 보잉의 방산사업 매출은 210억달러로 2015년보다 11.4% 감소했다.
미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 입찰 경쟁에서 록히드마틴의 F35에 밀린 데 이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사업에서도 노드롭그루먼에 고배를 마신 탓이다. 일각에서는 보잉이 방산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보잉으로서는 고등훈련기 수주가 출혈을 감내해서라도 잡아야 할 사업이었다.
반면 군용항공, 항공관제, 미사일, 미사일방어시스템, 레이더 등 방산 전반으로 사업이 다각화된 록히드마틴의 지난해 매출은 510억달러로 2015년 대비 25.9% 늘었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굳이 출혈을 감내할 동인이 부족했다.
록히드마틴이 출혈경쟁 의지가 있었다 해도 한국항공우주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무리한 수주로 적자가 이어질 경우 '경영투명성'을 기치로 대표직에 오른 김조원 한국항공우주 사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선진 방산시장 진입을 통해 한국항공우주뿐 아니라 한국 방산업계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는 뼈아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잉 컨소시엄의 사업 선정 발표 직후 이번 사업은 한국으로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시장에 대한 수출 잠재력을 평가받을 기회였다고 전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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