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공무원 출산, 일반인의 2배

Shawn Chase 2018. 9. 10. 10:24
최원우 기자 
입력 2018.09.10 03:00

[0.9명 쇼크] [3] 2013~16년 출산휴가 보니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6~ 0.99명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일반 국민보다 두드러지게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는 집단이 있다. '공무원'이다. 본지 취재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과 함께 2013~ 2016년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 출산휴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이 일반 국민보다 아이를 최소 두 배는 낳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6년의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공무원 1000명당 32.7명씩, 지자체 공무원은 30.7명씩 신생아를 낳았다. 같은 연령대 일반 국민(25~60세)이 그해 낳은 아이는 인구 1000명당 14.5명에 그쳤다. 2013~2015년도도 엇비슷했다. 공무원이나 일반 국민이나 아이 낳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는 마찬가지였지만, 이 기간 중에도 중앙부처 공무원은 일반인의 2.6~2.7배, 지자체 공무원은 2.0~2.1배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격차'에 이어, 낳을 수 있는 사람(공무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일반인) 사이에 '출산 격차'도 벌어졌다는 걸 뜻한다. 우리 20~30대 중에 '여건만 되면 공무원만큼 낳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지금 와서 '공무원만 많이 낳는다'고 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반인도 공무원만큼 낳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취재팀은 우선 인사혁신처를 통해 공무원 출산휴가 현황을 확보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중앙부처 공무원 9만8096명 중 3209명, 지자체 공무원 28만1593명 중 8634명이 출산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 다녀온 이들에는 부부 공무원도 있어 숫자를 빼야 한다. 대신 한 번에 쌍둥이를 낳은 집은 숫자를 보태야 한다. 그런 점을 세세히 가려서 기록한 국가 통계가 따로 없다는 게 장애물이었다. 취재팀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거쳐 '출산휴가 1건당 아이 1명을 낳았다'고 가정했다.

분석 결과에 대해 신상진 의원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따진다 해도, 공무원이 일반인보다 최소 두 배쯤 아이를 많이 낳는 게 맞는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지금 있는 통계로는 더 정밀한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공무원이 일반인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자녀를 낳고 있다는 건 확인됐다"고 했다.

공무원이 유독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돈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행정고시에 합격한 5년 차 5급 공무원의 호봉은 세전(稅前) 280만원, 10년 차 7급 공무원의 호봉은 260만원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전국 30대 직장인 평균소득(329만원)보다 적다.

봉급 때문에 더 낳고 덜 낳는 게 아니라면, 결국 보육과 고용 보장이 비결이다. 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법에 적힌 제도를 눈치 안 보고 법대로 쓸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단 얘기다. 2016년 기록에서 중앙부처 공무원의 경우, 남성(1776명)이 여성(1434명)보다 출산휴가를 더 많이 갔다.

이 교수는 "공무원은 출산·육아휴직, 직장어린이집 같은 육아 복지가 잘 갖춰져 있고, 이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문화도 조성돼 있다"며 "같은 환경을 제공하면 일반 직장인도 출산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보육천국 세종청사 어린이집… 야간전담 교사가 밤까지 애 맡아줘
세종=손호영 기자

입력 2018.09.10 03:00
[0.9명 쇼크] [3] 공무원 출산율 왜 높나, 세종청사 어린이집 가봤더니
"아빠, 안아줘!"

4일 오후 8시 19분, 정부세종청사의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색칠공부를 하던 네댓 살배기 꼬마가 헐레벌떡 뛰어온 아빠를 향해 양팔을 쭉 폈다.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린 아빠가 "볼일이 생겨 평소보다 늦게 왔다"며 씩 웃었다.

이날 아이 아빠가 뛰어온 건 보통 때보다 늦은 게 아이에게 미안해서지, 어린이집이 닫을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보육 교사가 아이와 손 흔들며 "원래 이 시간엔 다 저렇게 뛰어오신다"고 했다.

이 어린이집이 우리나라 다른 어린이집과 가장 차별되는 건 밤늦도록 아이들을 받아준다는 점이다. 그동안 취재팀이 만난 일반인들은 "퇴근이 늦어지면 어린이집 시간 때문에 가슴이 탄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했다. "직장이 오후 6시에 끝나는데, 선생님이 '딴 애들은 다 오후 5시 30분에 간다'길래 '7시까지 봐 달라'는 말을 차마 못 했어요."(홍유정·가명·35·중소기업 직원)

반면 이곳은 오전 7시 30분~밤 10시 30분까지 하루 15시간 문을 연다. 평소 일찍 데려가던 사람도, 당일 오후 5시까지 전화 한 통만 하면 밤까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추가 요금은 저녁 급식비 2000원이 전부다. 아이를 맡긴 고용노동부 직원(44)이 "국회 철엔 서울 출장이 잦아 일주일에 한 번은 연장 보육을 이용하는데, 제가 늦어도 선생님이 '언제 오실 거냐' '어디만큼 오셨느냐'고 묻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가 밤에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시간 연장 보육 교사' 1명을 아예 따로 고용한 게 비결이다. 전체 교사 19명이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돌아가며 당직을 선다. 오후 7시쯤 시간 연장 교사가 출근해 밤 10시 30분까지 아이들을 돌보다 부모 품에 안겨준다. 늦게 오는 부모가 '내 아이 한 명 때문에 집에 못 간다고 교사가 구박하면 어떻게 하나' 눈치 볼 이유가 없다. 밤에 봐주는 교사가 늘 같은 얼굴이니 아이들이 서먹해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무상 보육 덕분에 일반 어린이집도, 이 어린이집도 모두 무료다. '질이 다른 무료'일 뿐이다.

세종청사에는 이런 어린이집이 총 아홉 곳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세종청사 직원이라야 들어갈 수 있다. 수용 인원이 2000명에 육박한다. 시설이 더 좋은 곳도 있고 연장 보육 하는 곳도 여럿 있지만, 이곳이 가장 늦게까지 봐줘서 인기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전국 광역 단체 합계 출산율 1위(1.67명)를 놓치지 않는 비결이 이런 인프라에 있다"고 했다. 여기선 외동아이가 '마이너리티'였다. 전체 원아는 180여 명인데 '엄마' 수는 150명이다. 아이 둘 낳은 엄마가 가장 많고, 셋 낳은 엄마가 열한 명, 넷 낳은 엄마도 두 명이었다. 넷 낳은 엄마 중 한 명이 "저는 낳은 것밖에 없고, 선생님들이 다 키워주셨다"고 했다.

아이들 저녁밥이 허투루 나오지도 않았다. 오후 7시 30분, 남은 아이 세 명이 물만두국에 백김치, 아귀찜, 청포묵무침을 먹었다. 다 먹은 뒤엔 주간계획표에 따라 책을 읽고 색칠놀이를 했다. 맨날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밤 프로그램도 늘 달라진다고 했다. 오후 8시 35분, 문화체육관광부 직원(40)이 아이를 끌어안았다. 계획에 없던 서울 출장을 갔다가 KTX로 내려왔다고 했다. "세종시에 친정도, 시댁도 없어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방학도 없어 마음 놓고 일해요."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각종 저출산 대책이 2000개쯤 되지만, 일반인에겐 '서류 속 글씨'인 경우가 많다. 공무원도 다 누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출산휴가·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임신 기간 내내 2시간씩 단축 근무도 가능하다.

이날 만난 부모들은 "국민 중에 같은 혜택을 누리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걸 저희도 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이들도 여기 오기 전에는 야근할 때마다 아이 봐줄 사람을 찾아 발을 굴렀다. 보건복지부 직원(37)이 "저도 그땐 월 100만원씩 내고 오후 5시부터 하루 4시간씩 도우미를 고용했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가 "저희 애도 여기 못 보내고 대전에서 민간 어린이집에 보낸다"며 "우리 아이 다니는 곳도 이 정도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은 연금, 직업 안정성, 육아휴직, 어린이집 인프라 등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면서 "일반인도 충분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이 부러운 일반인들… 여성은 "육아 휴직" 남성은 "정년 보장"
김수혜 기자

입력 2018.09.10 03:00
[0.9명 쇼크] [3] "우린 육아휴직도 쉽지 않지만 복직해도 승진 등 누락 불이익"

김희선(가명·35·전업주부)씨는 2010년에 결혼해 세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다. 자라면서 한 번도 애 낳고 일하지 않는 자신을 상상해본 적 없지만, 결국은 그만뒀다. 김씨 회사엔 육아휴직을 길게 간 여자 선배가 없었다. 버는 돈 태반을 입주 도우미 월급으로 쏟아부으며 전쟁같이 산 사람만 15~20년 되도록 버텼고, 그들도 왕왕 승진에서 누락됐다. 김씨는 육아휴직이 보장된 사람을 가장 부러워했다.

"아는 사람이 공무원인데 애가 둘이에요. 직장 들어간 지 1년 만에 3년씩 두 번 쉬고 6년 만에 복직했어요. 집에서 '오늘 저녁 뭐 먹지' 하다가 문득 '이러라고 우리 엄마가 나 유학 보낸 거 아닌데…' 해요."

김씨뿐 아니었다. 취재팀이 지난 두 달간 110여 명을 만나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공무원이 부럽다"였다. 취재팀이 여론조사회사 메트릭스와 함께 30~40대 남녀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공무원은 법으로 육아휴가가 보장된다'는 점을 주로 꼽고, 남성들은 '고용 보장'을 주로 꼽는 것만 달랐다.

비정규직 외벌이 가장 조우성(가명·39)씨의 말이 가장 절박했다. 그는 "솔직히 남자가 '애 안 낳겠다'고 결심하고 결혼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면서 "다들 낳으려고 하다가 살다 보니 포기하는 거고…. 저도 2~3년 전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정년이 있어 부럽다"는 또래 정규직들의 말이 그에겐 사치스럽게 들리는 것 같았다. "정규직은 정말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남들 밀려날 때까지 자기도 계속 갈 수 있잖아요. 저는 2년 끝나고 또 계약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