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北 장마당, 10년새 2배로 늘어…‘돈주’는 김정은 경제부흥 핵심 열쇠”

Shawn Chase 2018. 8. 28. 07:28
국제 이다비 기자 
입력 2018.08.27 16:16
북한에서 물건과 음식, 약 등을 파는 ‘장마당(시장)’이 10년 새 2배로 늘어났으며, 북한 사(私)금융인 ‘돈주(主)’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부흥 열쇠를 쥐고 있다는 내용의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북한개발연구소 보고서가 26일(현지 시각) 나왔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북한에서 수백만명이 아사(餓死)한 ‘고난의 행군’ 당시 시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1년 말 소비에트연방(구 소련)이 해체되자 북한에서 이뤄졌던 사회주의 배급 체제 지원이 끊겼고, 북한에서 기근을 겪으면서 장마당이 생겨난 것이다. 현재는 436개의 장마당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전보다 2배로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보다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장마당이 10년 새 2배로 늘어났으며, 북한 사금융인 돈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부흥 열쇠를 쥐고 있다는 내용의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북한개발연구소 보고서가 2018년 8월 26일 나왔다. /조선DB
북한은 도시와 농촌 지역에 장마당이 형성되자 시장 거래에 일종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그 규모는 연간 약 5680만달러(약 6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마당 크기도 제각각이다. CSIS는 규모가 작은 장마당은 2800제곱피트(약 260㎡) 정도지만,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가장 큰 장마당은 25만제곱피트(약 2만3225㎡)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 장마당을 주 무대 삼아 돈을 융통하는 ‘돈주’에 주목했다. 돈주는 한국의 사채업자와 비슷한 사금융으로, 대출과 환전 등 업무를 하는 신흥자본가 계급이다. 북한에는 민간 금융기관이 없어 이 역할을 돈주들이 담당하고 있다. 돈주는 최근 10년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해 눈에 띄게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 돈주로 인해 평양에서 커피전문점, 스시 식당, 스파 등이 성장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들은 무역과 관광 산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북한에서 사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국영기업과 연관된 사업은 허용된다. 돈주는 이 점을 이용해 부를 축적했다.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은 "돈주들은 주택 건설 사업이나 공장 건설을 위한 원자재 구매 등을 하며 부를 쌓았다"고 분석했다.

돈주는 북한 정부가 추구하는 바와도 부합한다. 피터 워드 서울대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돈주가 돈을 많이 벌수록 그들은 보수적으로 된다"며 "그들은 혁명을 원하지 않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금융위기 등으로 임금과 저축이 붕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에서 늘어나고 있는 장마당은 북한 경제를 되살리려는 김정은의 특명을 수행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도 돈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콜린스 연구원은 "김정은은 돈주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제한된 자유를 주는 것과 시장 활동,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 그들을 통제하고 자신의 경제 개발 계획의 일원으로 삼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CSIS 보고서는 빅터 차 CSIS 한국석좌와 리사 콜린스 연구원이 함께 작성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만든 북한경제 연구기관인 북한개발연구소도 CSIS와 함께 지난해와 올해 조사 연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