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연말 만기 차입금만 1조9000억원
아시아나항공과 박삼구 회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내식 사태는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 본질적인 위기라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총액은 약 4조4000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올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약 1조9000억원(ABS 6000억원, 은행권 채무 3000억원, 항공기 금융리스 3000억원 등)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올 상반기 에어부산 지분과 인천 제2격납고 담보대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1조2000억원 정도를 조달했다. 하지만 갚아야 할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남은 기간에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을 더 조달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지난 6월 초 3억 달러(약 3200억원) 규모 30년 만기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9.5%의 고금리에도 투자자가 모이지 않아 불발됐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아시아나항공 100% 자회사 아시아나IDT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로 성사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이 46% 지분을 보유한 에어부산은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세 번이나 상장하는 데 실패했다. 앞서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에 자발적 자구계획을 내고 이를 토대로 양해각서를 맺었다. 자발적 자구계획에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전환사채와 영구채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발적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의 지원을 받기 어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 자회사 상장 같은 자구계획 방안 중 몇 가지만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으로서는 만기 연장 등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명분이 사라진다”며 “현재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넘어선 자율 협약이나 워크아웃 형태의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사 특성상 해외 채권이나 비협약 채권이 많다”면서 “해외에서 먼저 회수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주가나 신용도에서 큰 손실을 볼 것이다. 이 경우 먼저 손쓰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채권단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기내식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하반기에 큰 위기가 올 것이다’라는 말은 시장에 파다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 주도의 매각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계 서열 20위권 내 복수의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항공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 채권단에서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는 대신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수준의 빅딜 시나리오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재인수가 무산되자 올해부터는 항공(아시아나항공)·건설(금호산업)·고속(금호고속)을 주축으로 그룹을 재건하기로 하고 내실을 쌓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될 경우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문제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스자산과 부채를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새 리스회계기준(IFRS16)이 내년에 도입되면 지난해 말 기준 720% 수준이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에 육박하게 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1조557억원으로, 부채 비율 상승에 따라 신용등급이 BBB-급 미만으로 하락 시 조기상환 요건에 들어간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기내식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