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G2 고래싸움에 반사이익…현대車브랜드 中판매 두배 `껑충`

Shawn Chase 2018. 7. 14. 02:08

美·中 무역전쟁 갈수록 심해져…미국계 브랜드 판매 23% 감소
한국계는 11만 4천대 팔아 시장 점유율 4.7%로 급등
현대·기아차, 中전용모델 출시…사드 악몽 벗어나 재도약 채비

  • 이승훈 기자
  • 입력 : 2018.07.13 17:35:55   수정 : 2018.07.13 20:54:06
  • 6월 중국 車시장 판매 지각변동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속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 관계 악화로 중국 소비자가 미국 차 구매를 꺼리는 가운데 관련 수요가 현대·기아차 등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한 한중 관계 경색으로 현대·기아차 판매가 급감했다. 이때 많은 중국 소비자가 일본 차와 미국 차 구매를 늘렸는데, 이번에는 반대 양상이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기회에 중국 내 마케팅을 강화해 사드의 아픈 기억을 지우겠다는 각오다. 13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국가별 자동차 판매 현황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계 브랜드의 판매량은 18만12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뷰익과 쉐보레 캐딜락 브랜드를 생산·판매하는 GM의 중국 내 합자회사인 상하이GM의 지난달 판매량이 8% 감소했다. 포드 자동차도 지난달 6만205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8%나 줄었다. 이에 따라 포드의 상반기 판매량은 25% 감소한 40만443대에 머물렀다.

    미국 차 판매 감소분의 상당 부분은 한국·일본·독일계 브랜드가 챙겼다. 특히 한국계 자동차업체의 지난달 판매량은 11만41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계도 3.5% 늘어난 37만4200대, 독일계는 4.9% 증가한 40만900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드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중국 소비자가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일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갔다"며 "이번에 현대·기아차 판매 증가도 미·중 무역전쟁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차량의 판매 감소는 시장점유율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12.0%를 기록했던 미국계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10.7%로 내려간 반면, 사드로 고통을 받았던 한국계 브랜드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4.7%로 증가했다. 독일계는 20.2%에서 21.0%로, 일본계도 17.7%에서 17.8%로 각각 점유율이 소폭 증가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 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계 브랜드의 판매 감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6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발효에 맞서 자동차 관련 제품 28개를 포함한 미국산 제품 340억달러어치에 대해 보복관세 25%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수입되는 차량은 수입 완성차에 붙는 관세 15%를 포함해 총 40%의 추가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현대·기아차는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사용하고 나섰다.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전용 모델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차량을 조금 손봐서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설계된 전용 모델을 통해 주력 소비층인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오는 4분기에 중국 전용 준중형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 판매에 나선다. 베이징현대의 다섯 번째 생산기지인 충칭공장에서 생산되는 이 차량은 중국 신주류로 통하는 `85·95세대(1985년생·1995년생)`를 타깃으로 했다. 기아차는 하반기에 중국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이파오`의 판매를 시작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협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중국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 젊은이들이 매일 사용하는 바이두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정보통신기술(ICT) 변화에 앞서나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추교웅 현대·기아차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은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차량 커넥티비티 기술을 중요한 구매 요소로 보고 있다"면서 "바이두와의 협약은 중국 소비자들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커넥티드카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