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선진국들 속속 원전으로…韓도 국익 따져야

Shawn Chase 2018. 7. 9. 23:49

신규원전 4기 백지화로 일자리 줄고 생태계 붕괴…원전 찬성, 1년새 10%P↑
전기요금 인상 부담 커져 기업 경쟁력 흔들릴 우려
국내 원전산업 토대 무너져…사우디 등 원전수출 먹구름

  • 고재만 기자
  • 입력 : 2018.07.09 17:38:23   수정 : 2018.07.09 17:42:47

커지는 탈원전 재검토 요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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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계가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 배경에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지난겨울 빈번했던 급전 지시(전력수요 감축 요청), 태양광 발전 설치로 인한 환경 훼손 등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에너지 전환 정책이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학로 한국원자력학회장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부가 월성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 탈원전 조치를 과속 질주로 강행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이 과실로 나타났고, 국민 혈세 낭비와 정치적 혼란이 야기되는 상황에 대한 국민 우려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26~28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 확대, 유지, 축소 비율이 각각 14%, 40%, 32%로 나왔다.

원전 확대와 유지를 합친 의견이 54%인 반면 축소 의견은 32%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 8월 25일~9월 9일 전국 성인 2만6명을 대상으로 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1차 조사(확대 13%·유지 31%·축소 39%) 때보다 확대·유지를 합친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이날 원자력학회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공론화의 장 마련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최대한 지원과 노력 △수요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 등 합리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 시행을 위한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와 정치권에 제안했다.

김 회장은 "에너지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만 몰입해 있는 독선적인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수요자·에너지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정책 시행을 위한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행 1년을 넘어서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저렴하게 제공하던 심야 전기요금(경부하 요금)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다. 원전 가동률 하락에 따른 발전비용 증가, 원전 폐쇄·백지화로 인한 매몰비용 발생 등 탈원전에 따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화학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600여 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전 기자재 공급망과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백지화 대상 신규 원전 6기 중 아직 건설 계획 취소가 최종 결정되지 않은 신한울 3·4호기라도 건설을 계속해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원전 수출을 위한 기술의 최신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회장은 "한국에 매우 유리하게 진행됐던 21조원 규모 사우디 원전 수주도 당초 예상과 달리 참여 5개국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지금으로서는 수주를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해외 원전 수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원자력학회에 따르면 1980년 탈원전을 가장 먼저 국민투표로 결정한 스웨덴은 계획대로라면 벌써 원전 운전을 끝내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말만 탈원전`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의 원전 의존도는 33%로 유럽에서도 상위권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했던 일본도 원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고 직후 원전 제로 정책을 수립했지만 대체에너지로 도입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급격히 늘면서 무역 적자가 급증하자 결국 원전 48기 중 9기를 가동했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2%까지 원전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한국도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탈원전을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처럼 국가 실익을 따져가면서 원전 폐쇄를 미루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