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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갈등]① 한수원 이사회가 탈원전 앞장…"국민에게 비용 전가"

Shawn Chase 2018. 7. 9. 22:56

설성인 기자



입력 : 2018.06.26 16:15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이달 15일 원자력발전소(원전)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지 1년 만에 나온 후속 조치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40년간 산업의 근간을 이뤘던 원자력 비중을 갑자기 축소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탈원전 정책의 과제와 문제점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한수원 이사회가 회사 발전 역행하는 결정 내려 ‘논란’
탈핵론자가 한수원 비상임이사로 활동...“회사 이사회에 판매금지 주장하는 사람 있는 셈”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조요청 공문, 한수원 이사회의 탈원전 결정에 영향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15일 비밀리에 이사회를 열어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의 백지화를 결정했다. 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듯 탈원전 정책 실행에 나선 것이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수리비와 지역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7000억원이 투입된 원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5년 월성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연장 운전 승인했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안전 문제가 아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한수원 이사회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 걸까. 정부는 국가 중요 시설인 노후 원전의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 거수기 전락한 한수원 이사회…탈핵론자가 비상임이사

전문가들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시기의 문제였을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월성 1호기는 2018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폐쇄시기를 결정한다”고 적혀 있다.

문제는 한수원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데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의무가 아닌) 권고계획”이라며 “한수원 이사진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가) 이익에 기여하는 옳은 결정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수원 이사회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걸까. 한수원 이사회는 상임이사 6인과 비상임이사 7인으로 구성된다. 상임이사 6인은 정재훈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경영진으로 사실상 정부가 임명권을 쥐고 있는 인물들이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한수원 블로그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한수원 블로그

더 큰 문제는 비상임이사인데, 7인 중에는 탈핵론자가 포함돼 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 이사회에 자동차 판매를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합당한가”라며 “탈핵론자가 한수원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수원 비상임이사인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원전의 위험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강래구 더불어민주당 전국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장은 여당측 인사다. 비상임이사 중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를 제외하면 기술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업부, 협조요청만 했을뿐…국민에게 탈원전 비용 전가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 결정과 관련,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조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기업이 정부의 영향권에서 자유롭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 2월 20일 한수원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한수원 이사진이 사업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이달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수원 이사들은 “정부의 정책에 궤를 같이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올 2월 20일 정부의 협조요청을 받은 상태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동의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에 공식 통보하고, 관련사항에 대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달 21일 총리 주재 회의에서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브리핑에서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탈원전 비용으로) 쓰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들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씩을 뗀 돈이다. 탈원전에 따른 비용부담을 국민으로 돌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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