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속철

국내에 딱 2대…럭셔리호텔 아닌 열차 `해랑`에 오르다

Shawn Chase 2018. 7. 7. 00:15
  • 신익수 기자
  • 입력 : 2018.07.06 17:05:25   수정 : 2018.07.06 20:54:52

  • 레일 위 특급호텔, 대한민국 `콧대열차` 해랑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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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올해 10주년을 맞은 해랑. 호텔과 열차가 결합된 레일크루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남북 공동응원단을 태우고 남북 연계 경의선을 달리기 위해 제작됐는데, 육로 이동이 무산되면서 그해 11월 국내 최초 호텔식 관광 전용 열차로 탈바꿈한다. 2014년 트렌디한 디자인과 편의시설로 내외부를 리뉴얼한 해랑 열차는 딱 2개밖에 없는 한국판 블루트레인이다. [사진 제공 = 코레일관광개발]

    이 기차 발칙하다. 허세가 하늘을 찌른다. 기차 주제에 아예 `특급호텔` 행세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2층 침대의 패밀리형에, 4명이 누워도 넉넉한 킹사이즈 스위트룸까지. 가격은? 차라리 말을 말자. 1박2일 여행에 방값이 200만원에 육박한다.

    한데, 이게 대박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매번 매진 행렬. 비밀여행단이 그 대박 비밀을 캐러 대한민국에 딱 2대밖에 없다는 `콧대열차` 해랑에 직접 올랐다. ◆ 오전 8시 30분 : 해랑에 오르다

    이 기차여행, 시작부터 급이 다르다. 첫 접선부터 `호텔 체크인`을 방불케 한다. 기자가 택한 여행코스는 1박2일(동부권 코스) 일정. 오전 8시 접선 카페로 들어가자마자 오, 기분이 우쭐해진다.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해랑 직원들. 친절하게 모닝커피와 함께 카드키를 건네준다. "해랑 체크인을 환영합니다. 열차는 8시 30분 정각에 출발합니다. 제시간에 탑승해 주세요." 카드키를 거머쥐고 플랫폼으로 직행했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데, 파란색 녀석, `해랑`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열차. 진한 코발트빛 외관. 도도하게 봉황의 문양까지 래핑한 코발트빛 열차가 선로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쿵쾅쿵쾅 심장이 뛴다. 열차 계단을 오르자 호텔처럼 룸이 이어진다. 기자의 방은 201호. 해랑에도 딱 3개만 있는 스위트룸이다. 딸깍, 카드키를 읽히자 마침내 문이 열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더블베드. 벽면을 따라 바깥 풍경이 통째로 투과해 보이는 통유리창. 분위기 돋우는 창가 쪽 카페 테이블. 끝에 미니바와 LCD TV까지. 아, 잊을 뻔했다. 바로 연결돼 있는 샤워실. 세상에. 시속 130㎞로 질주하는 열차에서의 샤워도 환상일 텐데, 옆에 비데 딸린 화장실까지 있다. 열차 아니다. 호텔, 맞는다.

    첫째날 오전 9시 : 카페·이벤트칸 투어

    해랑은 8량(칸)이다. 앞뒤로 발전차와 기관차가 붙는다. 나머지 6량 중 4량은 룸, 2량은 카페(레스토랑)와 이벤트칸이다. 방이 있는 2호차와 3호차 라인을 넘으면 카페칸이다. 갓 내린 원두커피와 아침에 바로 공수해 온 맛집 김밥이 진열돼 있다. 이런 거 보고 절대 흥분하면 안된다. 해랑에 오르는 순간, 모든 음료와 먹거리는 공짜니까. 창가 자리에 앉으니 마치 레일유럽 기차를 타고 유럽 한복판을 질주하는 느낌이다. 20여 분 뒤 이벤트칸으로 이동했다. 해랑을 책임지는 6명의 직원들이 직접 인사를 하고 일정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스브레이킹 타임. 50여 명의 가족들끼리 서먹서먹함을 깨고 서로 인사하는 시간이다. 첫 목적지는 충북 제천하고도 단양. 요즘 핫하다는 도담삼봉으로 향한다. 어라, 대한민국 최고의 열차여행인데, 도담삼봉. 물론 첫 여행인 분들에겐 핫스폿이겠지만, 여행전문기자에겐 그다지 새로운 곳이 아닌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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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시 : 세상에 없던 반전의 도담삼봉 투어

    해랑투어가 좋은 게 이런 거다. 열차에만 박혀 있는 게 아니다. `달리는 호텔` 열차에선 럭셔리 힐링을 즐긴 뒤 각 지역마다 명품 여행 포인트를 찍고, 맛집도 골라 찾아간다. 오전 11시 제천역. 출장이 잦은 편이지만 제천은 오랜만이다. 역사를 빠져나오자 해랑 일행을 기다리는 건 대형 버스 2대. 해랑 1호와 2호차에 넉넉하게 나눠 앉는다. 해랑은 버스 이동시간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문화해설사가 직접 탑승해 주변 여행지에 대한 설명을 맛깔스럽게 들려준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1분30초. 단양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하며 잠깐 뜸을 들이시더니, "단 5초"라고 못을 박는다. 에이, 설마.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첫 번째 여행 포인트가 도담삼봉. 여행 전문기자다 보니 수없이 와 본 단양팔경의 포인트인데, 아, 5초 만에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해랑이 달랐던 건 관람 방법. 그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포인트에서 멀리 사진이나 찍고 빠지던 이 삼봉을, 세상에, 제트보트로 코앞에서 보는 거다. 선착장으로 내려가자마자 바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8인용 초고속 보트에 올랐다. 그러고는 숨 돌릴 틈 없이 질주. 시속 40~50㎞로 쾌속으로 달리며 요동을 치던 이 보트가 S자 곡선을 가파르게 그리더니 눈 깜짝할 새 1봉과 2봉 사이를 총알처럼 지나친다. 열차만 반전인 줄 알았더니 여행도 반전이다.

    오후 3시 영월 찍고 오후 7시 울산행 유턴

    다음 코스는 영월. 여행족들이 고속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해랑은 홀로 영월로 향한다. 영월 여행포인트는 서강(西江)이 삼면을 휘감아 돌아나가는 청령포. 단종의 유배지다. 유배지답게 터가 절묘하다. 물돌이 지형 탓에 `육지 속의 섬`처럼 고립된 곳. 코앞에 보이는데, 배를 타야 닿는다. 정원 40여 명의 도강선. 물을 건너는 데는 고작 1분여. 총알 도강 후 펼쳐지는 청령포 안의 산수는 풍광명미, 눈을 뗄 겨를이 없다. 간단 투어 후엔 금강산도 식후경, 영월 한우 파티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해랑에 오른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니, 저녁 7시쯤. 바로 직행한 곳은 스위트룸 샤워실. 시속 130㎞로 달리는 해랑에서 샤워하는 느낌, 이건 비밀이다. 직접 해보시길. 해랑열차의 야간타임은 한층 시끌벅적해진다. 이름하여, 나이트 파티. 샤워 후 커피 한잔을 들고 이벤트실로 향하면 끼가 넘치는 해랑 직원들의 이벤트쇼가 펼쳐진다. 난타공연, 가야금 독주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꽉 찬 하루를 보내고 다시 방. 덜컹덜컹 선로 위 약간의 요동이 요람처럼 느껴진다. 푹신한 시트가 온몸을 감싸온다. 스르륵 이내 잠에 빠져든다.

    둘째날 오전 10시 울산 태화강 대숲

    눈을 뜨자 울산역. 어? 놀랍다. 몸이 개운하다. 열차에서 하룻밤이 특급호텔에 견줄 만큼 꿀잠이다. 태화강역에 내리자마자 고속버스를 타고 바로 롯데호텔로 향한다. 럭셔리 열차 투어답게 조식은 호텔 뷔페. 뚝딱 한 끼를 해치운 뒤 라스트 코스 대왕암과 태화강으로 향한다. 명불허전 태화강 대숲길에서 죽림욕까지 제대로 마친 뒤 다시 울산역으로 향한다. 아쉽게 컴백 열차에 오른다. 여기서 끝이냐고? 천만에. 사실 해랑열차의 백미는 마지막 컴백 코스에서 시작된다. 이벤트 칸에 옹기종기 모여 앉으니 어, 초대형 화면에 영상이 흘러나온다. 세상에. 1박2일 일정 곳곳에 숨어 있던 `해랑 파파라치`들이 찍은 여행 영상과 스틸컷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여행만 고품격이 아니라 추억까지 고품격이다. 훌쩍훌쩍 감동의 눈물을 흘리다 보니 어느새 서울역이다. 정든 직원들이 마지막 배웅 인사를 해 준다. 고맙다는 인사 대신 엉뚱한 말이 툭 튀어나온다. "이거, 안 내리면 안되는 거죠?"

    해랑 100배 즐기는 Tip=해랑의 일정은 두 가지다. 1박2일과 2박3일이다. 1박2일 일정은 기자가 체험한 동부권(서울~단양~영월~울산~서울)과 서부권(서울~서천-군산~보성~순천~서울) 두 코스, 토요일(동부)과 격주운행(서부권)이다. 전국을 U자형으로 도는 2박3일 코스는 화요일과 금요일 출발. 아예 통째 맞춤형 코스로 해랑을 빌려주기도 한다. 비용은 2박3일 코스 스위트룸 290만원(2인1실) 디럭스룸 244만원(2인1실) 패밀리룸 299만원(3인1실) 스탠다드룸 299만원(4인1실), 1박2일 코스 스위트룸 193만원(2인1실) 디럭스룸 160만원(2인1실) 패밀리룸 194만원(3인1실) 스탠다드룸(4인1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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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색 테마열차 버킷리스트

    1.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열차 `바다열차`

    무려 11년째, 동해바다를 품고 달리는 바다열차. 타본 여행족만 150만명에 달한다. 정동진역~삼척역 구간을 달린다. 이게 재밌는 게 전 좌석이 통유리창을 향해 있다는 거다. 열차 좌석에 앉아 영화관 스크린처럼 네모난 통유리 창문을 보고 있으면, 동해바다의 비경이 진정한 와이드3D로 눈앞에 펼쳐져 한 편의 대자연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압권은 3개의 프러포즈룸(2인1실). 가족석(4인 1석)이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2. 와인향 가득한 `와인열차`

    올 2월 출범한 새내기 테마열차 와인.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의 테마는 `국악`과 `와인`이다. 한눈에 봐도 와인 느낌이 난다. 열차 외부는 자줏빛과 보랏빛 그러데이션, 포도넝쿨, 국악기 등으로 디자인·래핑돼 있다. 테이블 역시 와인바 분위기. 1호차는 2인실, 4인실, 6인실 등 가족·연인이 즐기기 좋은 개별 룸 형태. 매주 화·토요일 오전 8시 40분께 서울역을 출발하는 당일치기 코스인 것도 매력. 영동역에선 옥계폭포, 영동시장, 국내 최대 와인 생산지 영동군의 농가 와이너리 등 주요 관광지를 찍는다.

    ※ 취재협조 = 코레일관광개발

    [울산·제천·영월 = 여행·레저 전문기자 신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