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단독] 안희정 "맥주" "담배" 지시 메시지로 비서 불러들여 성폭행

Shawn Chase 2018. 6. 15. 09:04

이상무 입력 2018.06.15. 04:44 수정 2018.06.15. 08:02



본보, 검찰 공소장 분석

하루에도 수십 번 짧은 단어 지시

의중 파악해 요구 충족시켜야 해

평소 업무 지시방식 일방ㆍ강압적

安측 “추행 없고, 지시 민주적” 주장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15일 첫 재판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김씨에게 짧은 문자메시지로 ‘맥주‘ ‘담배’ 등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사오게 한 뒤 성관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안 전 지사의 평소 업무 지시 방식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둘 간 성관계가 지사 직을 이용한 명백한 성폭행이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민주적이고 자연스런 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을 14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검찰은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를 수행할 때 안 전 지사의 기분을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안 전 지사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 환경이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항상 자신의 요구사항을 짧은 단어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즉시 안 전 지사 의중을 파악해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안 전 지사는 4번에 걸쳐 김씨와 성관계를 시도할 때마다 김씨에게 ‘담배’ ‘맥주’ 등 기호식품을 언급하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 김씨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성폭행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떨어지는 ‘메시지 지시’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김씨는 안 전 지사 수행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루 업무시간은 새벽 4~5시부터 안 전 지사가 공관으로 퇴근할 때까지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안 전 지사 퇴근 후에는 자신의 업무용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김씨 휴대폰에 착신되도록 해 놓았을 정도. 검찰은 ‘김씨가 안 전 지사와 관련한 각종 공적, 사적인 일을 평일, 공휴일, 주야간 불문하고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시 불이행은 감히 상상도 못해 그나마 성관계 시도 당시에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 게 김씨가 할 수 있는 거절 의사의 전부였다는 판단이다. 안 전 지사는 이와 함께 ‘업무상위력에의한 추행’ 혐의뿐 아니라, 집무실 등 업무 장소에서 기습적으로 김씨를 추행해 ‘강제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은 “추행 사실은 없고, 업무 지시 등은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성관계도 합의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본보는 해당 주장에 변함없는지 묻기 위해 안 전 지사 측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4월 11일 안 전 지사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김씨를 성폭행하고 수 차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Me Too)’가 촉발된 이후인 3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다음날 안 전 지사는 충남지사 직에서 물러났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