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설] "한다, 안 한다" 손바닥처럼 뒤집는 트럼프도 불안하다

Shawn Chase 2018. 5. 28. 16:50
입력 2018.05.28 03: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 검토가 변하지 않았다"며 "회담 논의가 상당히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지를 아무 예고 없이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후 하루 만에 그 말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북핵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25년 만의 기회가 갑자기 물거품이 될 뻔했다가 극적으로 되살아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5100만 한국민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마치 부동산 거래하듯 하는 것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도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정된 날짜에 회담이 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단시일 내 완전한 핵 폐기' 원칙을 관철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핵 일괄 폐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더니 북의 점진적인 핵 폐기를 일부 수용할 것 같은 애매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먼저 제거하고 기존 핵무 기·물질·시설 등은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나오면 사실상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트럼프의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재앙이 닥치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 정부는 무슨 합의가 나와도 무조건 성공했다고 나설 판이고 미국 대통령은 안보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본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7/20180527026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