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전 공사는"북한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나로서 북한의 이러한 위협 공갈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내가 국가안보전략 연구원으로 계속 일하는 한 고위급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16일 북한이 자신을 거론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중단한 것과 19일 '우리 민족끼리'를 통해 자신이 국정원 산하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걸고 들면서 특단의 대책을 취하라고 한 것에 대해 이처럼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연구원으로부터 사퇴 압력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앞서서 밝혀왔듯 압력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누구도 나에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연구원 상급자들이 나 때문에 어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내가 더이상 북한의 핑곗거리가 돼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계속 국가기관 소속으로 활동하며 북한 비판 발언을 하면 북한은 이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며 "그래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탈북자들이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혼자 편히 잘 살기 위해 목숨 걸고 탈북한 것이 아니다"라며 "탈북자들만큼 남북관계가 잘 풀려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나 거짓과 위선으로는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아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침묵할 수 있겠나"라며 "제출한 사직서에 '나는 나라의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제부터 나의 방식, 나의 생각, 자유로운 몸으로 통일을 위해 활동하려고 한다. 나는 생명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통일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나가겠다'고 썼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여름 런던에서 부인과 아들 2명을 동반해 탈북·망명한 태 전 공사는 지난해 1월부터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근무해왔다. 올들어 북한이 유화공세를 펼치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분위기 속에서 외부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청와대와 국정원·정부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내부 실상을 폭로하는 저서 『태영호 증언-3층 서기실의 암호』를 발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태영호 "북한은 계속 나를 물고 늘어질 것…그래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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