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세상을 바꾸는 1%의 팁, 예방접종 가이드

Shawn Chase 2015. 9. 30. 14:12

우먼센스 | 입력 2015.09.08 14:04

 

몸살이 나서 동네 병원을 방문했다. 진찰을 기다리며 벽면을 보니 예방주사에 대한 설명이 가득 붙어 있었다. 정신없이 예방주사 종류를 좇다가 폐렴 예방주사, 대상포진 예방주사에서 시선이 고정되고 말았다. 사망률이 높은 폐렴을 예방하는 주사가 있었구나! 그리고 그 아프다는 대상포진도 예방주사가 있다니 신세계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폐렴 예방주사도,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20만원대였다. 주사 한 방으로 평생 폐렴에 안 걸린다면 까짓것 돈이 대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간호사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더니 대답이 영 시원찮다. 간단히 요약하면, 그 주사를 맞으면 폐렴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지만 폐렴균의 일부만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렴은 크게 5종류로 나뉘고 그중 세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만도 너무 많아 예방주사로 모든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것.

집에 와서 예방접종에 대해 궁금해하자 의사인 남편이 몇 가지 자료를 보여주었다. 예방접종에 대한 의사들의 견해도 여러 가지로 나뉨을 알 수 있었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의사들도 있고, 예방접종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 모임이 지속되고 있으며, 예방접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일반인인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예방접종의 세계'다.

그렇다면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예방접종이 처음 언급된 것은 정약용의 <종두심법요지(種痘心法要旨)>이며, 1895년에 새로 개혁된 의료제도에 따라 내부령으로 '종두규칙'을 공포했다. "모든 어린아이는 생후 70일에서 만 1년 이내에 반드시 종두(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하여 백신을 인체의 피부에 접종하는 일)를 행할 것"을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1954년 2월에는 전염병 발생과 유행을 방지해 국민 보건을 향상, 증진시킬 것을 목적으로 '전염병예방법'을 제정, 공포했고 1969년 11월에는 '전염병예방법 시행령'을 공포해 우리 국민이 본격적인 예방접종을 하기 시작했다. 연구에 의하면 인류의 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위생 증진, 항생제 발명, 마취 기술 발달, 예방접종 실시로, 여기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과거엔 예방접종은 어린아이만 하는 것이었지만 최근엔 성인을 위한 예방접종이 있고 그 예가 독감(인플루엔자)과 폐렴 예방접종이다. 독감 예방접종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예측한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매년 맞아야 한다.

통계청의 2012년도 사망 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암, 심장 질환, 뇌졸중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 질환이다. 예방접종으로 폐렴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시책으로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65세 미만이라도 당뇨병,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는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저하되면 접종하지 못하므로 65세 이전에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걸린 사람은 면역력을 확보하므로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파상풍ㆍ디프테리아ㆍ백일해 백신이다. 세 종류가 하나로 합쳐진 백신인데 10년마다 접종해야 한다. 어릴 때는 대부분 이 주사를 맞는데 어른이 된 뒤에는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만 맞고 거의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발병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일단 발병하면 사망률이 높은 질환들이니 한 번씩 맞을 필요성이 있다.

임신부나 외국에 자주 나가는 사람, 특히 동남아 또는 아프리카에 다녀올 일이 있다면 필요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보건소를 방문하면 모든 예방접종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 손쉽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니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으로 막은 질병도 많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우리의 문화와 환경이 전염병에 아주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의사와 상담 후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난 김에 질병관리본부에서 공시하고 있는 표준 예방접종 일정표를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

 

글쓴이 류여해씨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국회 법제실의 법제관으로 근무하며 입법에 관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한국사법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재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로 재임 중이며 MBN <류여해의 통쾌한 법>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녀는 모른다> 등이 있다.

 

기획: 하은정 기자 | 사진: 서울문화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