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6 03:04
'휴고상' 등 SF 문학상 휩쓴 美 소설가 앤 레키 인터뷰
나는 누구인가. 자아(自我)를 살피는 이 오래된 질문은 영원한 질문이자, 인간 너머의 질문이며, 미국 SF소설가 앤 레키(52)의 데뷔작 시리즈의 핵심이다. 우주 제국 라드츠를 배경으로 인간의 몸을 얻은 인공지능 '브렉'이 사랑의 감정을 깨닫고,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자신의 창조자를 향해 복수를 꾀하는 '사소한 정의' '사소한 칼' '사소한 자비' 3부작은 SF소설계 노벨상 '휴고상'과 '네뷸러상' '아서 클라크상'을 비롯해 '영국SF협회상' '로커스상' '프랑스 상상문학상' 등 전 세계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지난 15일 국내 완간된 이 시리즈는 현재 미국 폭스TV에서 드라마로도 제작 중이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만 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작가와 이메일로 만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늘 작가를 꿈꿨다.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으나 지금껏 웨이트리스, 도로 측량원, 음반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식당에서 일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고, 도로 측량을 하면서 지구의 기후와 대지와 도시의 풍경을 익혔으며, 음악을 통해 놀라운 감정적 경험을 했다. 이 모든 것이 내 글쓰기를 이뤄냈다. 그리고 애 둘을 낳고 집안일을 하다 소설가가 된 것이다."
―집안일과 SF라니.
"집에 있는 건 생각보다 정신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했고, 뭔가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그제야 이야깃거리를 구상할 시간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SF 팬이었던 내가 떠올린 건 당연히 SF와 판타지였다." 2005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6주짜리 글쓰기 강좌에 참석한 레키는 거기서 SF 거장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의 수업을 듣게 된다. "버틀러가 내 원고를 읽고는 '장편 하나를 단편에 욱여넣으려 한 것 같다. 차라리 크게 써보라'고 말해줬다." 이후 6년간 매달린 데뷔작을 통해 인간의 종이 아닌 좀 더 진화한 개별적 종(種)으로서의 인공지능을 그려낸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떨까?
"언젠가 고도의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분명 감정을 지닐 것이다. 감정이야말로 효율적인 의사 결정 기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소한 결정마다 데이터 가공 처리를 거치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나.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류를 몰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여전히 고도의 기술력은 기득권의 이익에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상상한 미래상의 특이점은 종족의 성(性) 구별이 없다는 것이다. 남녀가 따로 없으나 인칭대명사는 '그녀(She)'로 통일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성차별주의에 타격을 가했다'고 평했다.
―왜 이렇게 썼나?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남성형 대명사 '그(He)'를 기본형으로 익힌다. 이건 단지 문법일 뿐이며 큰 의미가 없다고 배운다. 하지만 만약 '그'만 사용해 글을 쓸 경우 남성만 존재하는 세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걸 반대로 뒤집어봤다." 그녀 는 "낯선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SF가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미투' 운동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변화를 희망한다. 성폭력은 결코 누군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괴롭힘과 폭력을 일상으로,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여성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나은 방향이다. 하지만 1~2년 뒤 모든 게 잊히고 예전으로 돌아갈까 두렵기도 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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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과 SF라니.
"집에 있는 건 생각보다 정신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했고, 뭔가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그제야 이야깃거리를 구상할 시간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SF 팬이었던 내가 떠올린 건 당연히 SF와 판타지였다." 2005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6주짜리 글쓰기 강좌에 참석한 레키는 거기서 SF 거장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의 수업을 듣게 된다. "버틀러가 내 원고를 읽고는 '장편 하나를 단편에 욱여넣으려 한 것 같다. 차라리 크게 써보라'고 말해줬다." 이후 6년간 매달린 데뷔작을 통해 인간의 종이 아닌 좀 더 진화한 개별적 종(種)으로서의 인공지능을 그려낸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어떨까?
"언젠가 고도의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분명 감정을 지닐 것이다. 감정이야말로 효율적인 의사 결정 기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소한 결정마다 데이터 가공 처리를 거치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나.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류를 몰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여전히 고도의 기술력은 기득권의 이익에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상상한 미래상의 특이점은 종족의 성(性) 구별이 없다는 것이다. 남녀가 따로 없으나 인칭대명사는 '그녀(She)'로 통일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성차별주의에 타격을 가했다'고 평했다.
―왜 이렇게 썼나?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남성형 대명사 '그(He)'를 기본형으로 익힌다. 이건 단지 문법일 뿐이며 큰 의미가 없다고 배운다. 하지만 만약 '그'만 사용해 글을 쓸 경우 남성만 존재하는 세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걸 반대로 뒤집어봤다." 그녀 는 "낯선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SF가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미투' 운동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변화를 희망한다. 성폭력은 결코 누군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괴롭힘과 폭력을 일상으로,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여성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나은 방향이다. 하지만 1~2년 뒤 모든 게 잊히고 예전으로 돌아갈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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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6/2018032600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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