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비즈르포] "중국 대신 베트남"...마트 70개 늘리는 유통공룡

Shawn Chase 2018. 4. 24. 20:39

호찌민=유윤정 기자


입력 : 2018.04.23 14:00

롯데마트 베트남 13개 매장, 2년내 87곳으로
남사이공점 건물가치 11배 올라...뚜띠엠 프로젝트 사활

지난 21일 오전 11시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아침부터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부부,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대학생들, 호찌민을 찾은 관광객들이 모여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주부 흐엉(42)씨는 "집에서 거리가 상당하지만 주말에 주로 찾는다"며 "근처 지역마트보다 크고 상품 종류도 다양해서 아이들과 나들이 삼아 온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계산대. 아침부터 쇼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유윤정 기자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계산대. 아침부터 쇼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유윤정 기자

한인타운과 호찌민 부촌이 형성된 주거지역인 7군 푸미흥 지역에 인접해 있는 이 곳은 호찌민 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다. 푸미흥 지역은 대만 기업과 베트남 지역정부가 함께 개발한 신도시. 롯데마트가 문을 연 10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베트남 최초의 국제 신도시로 변모했다. 그 사이 2만500㎡(6200평)에 달하는 롯데마트 건물 가치도 11배가량 뛰었다. 베트남 토지는 국가 소유여서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건물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 베트남 매출 4배 성장...중국 철수 대신 베트남 매장 70곳 늘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내 마트(112곳)를 철수한 롯데가 새로운 유통 전진기지로 베트남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마트·백화점·호텔·면세점·외식사업 등 전방위적인 확장이다.


[비즈르포] "중국 대신 베트남"...마트 70개 늘리는 유통공룡

가장 공격적인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의 베트남 매출은 2011년 620억원에서, 2013년 1060억원으로 58%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660억원으로 4년만에 매출이 251% 늘었다. 점포수도 2개에서 13개로 확대됐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년내인 2020년까지 매장을 87개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성공 요인은 입지와 차별화다. 한류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 쇼핑 문화와 현지 문화의 보폭을 적절히 맞췄다. 그동안 베트남에는 문화생활과 쇼핑을 즐길수 있는 복합시설이 없었다. 1층과 2층은 마트와 문화센터, 키즈카페, 게임존 등이 입점해 있고, 3층에는 롯데시네마 영화관, 드마리스 뷔페 등 음식점이 들어섰다.

특히 신선코너에 정성을 쏟았다. 베트남 마트 최초로 과일을 랩에 씌워‘냉장 쇼케이스’에 진열했다. 이전까지는 한곳에 과일과 채소를 쌓아 놓는 ‘벌크 진열’을 했다. 과일 종류만 150여종, 야채가 100여종에 이를 정도로 상품 구성을 다양화한 것도 특징이다. 직장인 응우윈(39)씨는 "집에서 가까워서 자주 오는 것도 있지만 과일이 신선해서 즐겨 찾는다"고 했다.

150여종의 과일이 판매될 정도로 상품 구성을 다양화했다./유윤정 기자
▲ 150여종의 과일이 판매될 정도로 상품 구성을 다양화했다./유윤정 기자

베이커리도 인기 코너다. 프랑스 문화가 남아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바게뜨빵을 즐겨먹는다. 바게뜨 1개 가격은 3900동(한화 183원)으로 하루 3000여개가 매일 완판된다.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 판매 상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베트남 자체브랜드(PB) 상품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 마트에선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차 등 ‘초이스L’이 붙여진 PB제품이 상당히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2015년만 해도 990개의 PB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했다. 2016년에는 780개의 PB제품을 팔아 전체 매출의 5.1%를 채웠다. 지난해에는 품목을 1300개로 두배 가량 늘렸고, 매출 중 8.5%가 PB제품이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롯데마트 PB제품은 지난해에만 130여개(약 2억원) 어치가 미얀마, 라오스 등으로 수출됐다.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사업부문장은 “휴지·물티슈·장난감·베게·세제 등 각 분야 매출 1위 상품이 모두 PB제품”이라며 “앞으로 PB제품을 더 확대해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곳곳이 공사판...롯데그룹, 뚜띠엠 프로젝트에 사활

롯데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베트남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유통산업 내 현대식 쇼핑문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 수준으로 전통시장과 로드숍 비중이 높지만 식품 안전성과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스톱 쇼핑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인 호치민 뚜띠엠 현장./유윤정 기자
▲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인 호치민 뚜띠엠 현장./유윤정 기자

베트남은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곳곳에서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베트남 계획투자부는 올해 베트남 총생산(GDP) 성장률이 6.8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베트남 인구(약 9000만명) 중 중산층 이상이 2014년 1200만명에서 오는 2020년 33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BCG는 또 베트남 소비자의 90%는 생활 여건이 부모세대보다 개선되고 앞으로 삶이 질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호찌민 시내 곳곳이 공사판이었다. 최근 호찌민시 메탄동에는 1만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 ‘빈홈 센트럴파크’가 지어졌다. 매매가는 2억2500만원 정도로 우리나라 지방 아파트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지 관계자는 “호찌민 내 1만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는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마트 뿐만 아니라 호텔, 건설 사업도 강화한다. 베트남의 민간투자사업인 ‘뚜띠엠(Thu Thiem)’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뚜띠엠은 서울 압구정처럼 새로운 부촌으로 부상한 곳이다.

롯데가 개발에 참여하는 베트남 뚜띠엠 지구 '에코스마트 시티' 조감도
▲ 롯데가 개발에 참여하는 베트남 뚜띠엠 지구 '에코스마트 시티' 조감도

롯데는 호찌민시 뚜띠엠 신도시 지구에 10만㎡ 규모로 조성되는 '에코스마트시티' 가운데 5만㎡(1만5000평)를 백화점·쇼핑몰 등 상업시설, 호텔·레지던스 등 주거시설, 사무실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이곳을 방문해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으며 올해 착공할 전망이다.

호찌민 톤득탕에 위치한 롯데 레전드 호텔 사이공은 비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만실이었다. 롯데그룹이 4년여 전 일본 사업가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발길은 끊겼지만, 일본 관광객, 비즈니스 수요가 꾸준해 평균 객실 가동률이 90%를 넘어선다.

송종구 롯데호텔 베트남법인장(총지배인)은 “사업차 롯데호텔을 찾는 수요가 많다”며 “뚜띠엠에 5성급(롯데호텔)이 들어설지 6성급(시그니엘)이 들어설지 결정되진 않았으나 호텔이 완공되면 브랜드와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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