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Why] 서울대 위에 참여연대… 지금 대한민국은 '만사참통'?

Shawn Chase 2018. 4. 22. 14:57

김은중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0/2018042001678.html



입력 : 2018.04.21 03:02

정부 요직 대거 진출
'왕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위원장


권력이 된 참여연대 인사들


"지금 우리나라 대학 서열 1위는 서울대가 아닌 '참여연대'다." 최근 소셜 미디어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런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정치·경제 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견제하겠다던 참여연대가 권력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1994년 9월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출범했다. 2000년대 초반 소액 주주 운동 등 '사회의 비리에 대한 감시를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광우병 파동을 불러온 한·미 FTA 폐기 운동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활동, 천안함 진상 조사 요구 등 '대중의 인식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출범 25년여 만에 회원 수 1만5000명의 최대 시민단체 중 하나가 됐다.

참여연대는 '정부나 특정 세력에 정치적·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대거 진출하면서 식언(食言)이 됐다는 비판이 많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던 촌철살인의 논평은 자취를 감췄다. 정치권에선 "참여연대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기식 사태'로 드러난 참여연대의 이중성

참여연대의 이중적 행태는 지난 16일 취임 2주 만에 물러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소동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 전 의원에게 제기된 가장 큰 의혹 중 하나는 의원 시절 피감 기관의 돈으로 이루어진 로비성 출장이었다. 17년간 참여연대에서 정책실장과 사무처장 등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강력하게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외쳐온 그다. 곳곳에서 비난이 쇄도했다.

이 기간 내내 참여연대는 침묵했다. 2014년 공무원들의 외유성 출장 문제가 불거지자 안진걸 당시 사무처장은 "반드시 기억해 다음 선거운동 때 낙선 운동 후보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2016년 이선미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피감 기관과의 접촉 때문에 과연 국회가 견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 적이 있다. 계속된 침묵에 여론의 비판이 일자 지난 12일 박정은 사무처장은 '(김 전 원장이)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고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 처장은 그러면서도 "의혹과 당사자의 해명이 엇갈리는 부분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시간을 두고 최종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 원장의 금융 개혁 의지는 평가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가 '금융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일각의 음모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일부 참여연대 회원은 "당장의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만사참통?

'권력의 크기가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참여연대는 청와대로부터 불과 500m 떨어져 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재 등용문이 됐다. '문(文)·참여연대 공동 정권'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왕(王)실장'이라 불리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1997년 참여연대에 들어와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등의 화두를 제시하는 데 앞장섰다. 공정위의 수장 김상조 위원장은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17년간 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현백 여성부 장관은 6년간 공동대표를 지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탁현민 행정관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블랙리스트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홍일표 행정관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청와대 밖 주요 인사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만사참통이라 불릴 정도로 참여연대 출신들이 권력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2005년까지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낸 조국 민정수석은 이런 '참여연대 동문'들의 정부 요직 진출에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민정수석은 정부 고위 인사를 검증하고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조 수석 취임 이후 '참여연대 프리패스'란 말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검증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청문회 문턱에서 낙마한 이들 중엔 유독 참여연대 출신들이 많았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한 정책제안서 '새로 고침 대한민국'은 참여연대의 존재감을 명백하게 드러내 보인 사례다. 이 제안서는 참여연대가 선정한 9개 분야 90개 정책 과제를 망라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이 보고서를 받아갔고, 그로부터 한 달 뒤 국정기획위는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한다. 참여연대가 강력하게 주장해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국정원 개혁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개정 등 상당수가 반영됐다.

시민단체 인사들의 공직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에선 '회전문 인사(revolving door)'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시민단체와 정부 간 인사 교류가 활발하다. 백악관과 정부 부처, 캐피톨 힐(미 의회)은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수천 개 시민단체와 싱크탱크의 인력 풀을 적극 활용한다.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권력남용을 비판하던 일부 시민단체는 그 자체로 권력이 됐다"며 "권력 견제라는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0/20180420016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