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18일만에 오명 덮어 쓴 채 자진 사퇴
입력 : 2018.04.16 20:49 | 수정 : 2018.04.16 23:38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 중 가장 크게 논란이 인 것은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재직 시절 피감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아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와 예산결산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 원장은 출장 전후로 해당 피감기관에 예산 등에서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출장에 인턴비서를 대동한 점, 다른 의원들과 함께 가는 통상의 출장과 달리 ‘나홀로 출장’이었다는 점이 이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의원 임기 말에 자신과 관련된 연구소인 더미래연구소에 의원 임기가 만료되면 국고나 당에 반납해야 할 5000만원을 일시 기부했다는 것도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은 고액 후원을 강행했다. 김 원장은 이후 더미래연구소에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급여 명목으로 8500여만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야당은 “전형적인 자금 세탁”이라며 비판했다. 김 원장은 의원 임기말에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계좌이체하기도 했다. 또 정책연구 용역비명목으로 1000만원을 대학교수에게 지급해놓고, 이후 해당 교수로부터 5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의 후원금으로 돌려받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밖에 더미래연구소가 여권 인사들을 강사로 초청해 회당 350만~600만원씩을 받는 고액 강연을 했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해당 강연 중 일부 프로그램은 국회사무처로부터 수익 사업 승인을 얻지 않았음에도 운영돼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미래연구소에 국회 상임위원회 연구용역이 몰려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일었다. 또 팬택·효성 등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국회에서 해당 기업들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야권은 김 원장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 이어 여권에 우호적이던 정의당까지 김 원장의 자진 사퇴 및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원장에 대해 “갑질과 삥뜯기의 달인인 김기식 선생은 돈세탁에도 일가견이 있다”, “김기식을 지키려는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야당 인사가 이 정도였으면 벌써 압수수색을 하고 소환통보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청와대가) 형사책임을 져야 할 김 원장의 비리를 묵과하면서 내 편이고 내 코드라는 이유로 유임시키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는 “구속수사를 해야 할 사안”, “청와대의 김기식 보호는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감싸기와 같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시민단체 출신인 김 원장의 불법행위는 가히 '적폐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고 했다. 정의당이 반대를 하는 고위공직자 후보는 모두 낙마한다는 뜻에서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던 정의당도 “김 원장은 자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김 원장 지키기’에 총력을 다했다. 청와대는 김 원장 경질설이 담긴 증권가 정보지(지라시) 등에도 대응하며 수차례에 걸쳐 ‘해임 불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외유성 출장 의혹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김 원장 거취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 등의 의견을 수시로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김 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거나 일반적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 감각을 밑도는 지는 의문”이라며 중앙선관위에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 중 일부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질의를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직접 나서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청와대와 보조를 맞췄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 원장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점입가경이다.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야비하기까지 한 과도한 비난과 의혹 제기는 인격살인”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일부 야당과 언론이 연일 금감원장의 해외출장에 관해 침소봉대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대변인 논평도 수차례 냈다. 민주당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피감기관이 지원하는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며 공세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고 야권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진 사퇴 불가피론’이 나오기도 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번째로 중도 낙마한 고위공직자(내정자 포함)가 됐다. 앞서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했다. 교수 재직 시절 부적절 품행, 몰래 혼인신고, 음주운전 허위해명, 뉴라이트역사관 의혹 등이 낙마 사유 가 됐다. 김 원장의 자진 사퇴는 작년 9월 15일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야권에서는 김 원장의 자진 사퇴를 두고 “김 원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위선의 전형을 보여준다”며 “김 원장의 금감원장 임명은 도덕성·가치관 검증 능력이 ‘제로’인 문재인 정부의 만성적 인사 실패의 정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6/2018041602371.html
김기식, 더미래硏에 5000만원 후원하고 급여로 8500만원 받아가
입력 : 2018.04.13 09:50
김 원장이 2016년 5월 19일 자신의 정치자금 5000만원을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했고, 이 돈은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에 귀속됐다. 같은 해 6월 28일 더미래연구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원장을 소장으로 선임했다. 2016년 연구소 결산서에 따르면 전년도 결산서에는 없던 인건비가 추가됐는데, 김 원장이 가져간 돈은 7개월에 3150만원이었다. 이듬해에도 김 원장은 인건비 5400만원(12개월치)을 받았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이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후원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원장이 연구소 후원 전 선관위에 후원의 적법성 여부를 묻자 선관위는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건 무방하지만, 그 범위에서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될 것”이라고 회신했다. 김 원장은 5000만원 후원 전 가입비 명목으로 1회 1000만원, 다달이 회비 20만원씩을 내왔다.
앞서 이와 비슷한 의혹도 제기됐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정책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국민대 계봉오 교수에게 지급했는데, 그 이후 계 교수로부터 5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의 후원금조로 되돌려받았다는 내용이다 . 계 교수는 “연구용역 진행 과정 중 홍일표 보좌관(김 원장의 보좌관)과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더미래연구소의 재정상태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며 “더미래연구소 정책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연구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다소 빚진 마음이 있어 기부금을 내게 됐다. 연구용역이 마무리되고 1~2개월 정도 후에 기부금을 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3/2018041300895.html
김기식, 1000만원 용역 주고 500만원 기부금 돌려받아
입력 : 2018.04.12 21:02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행정관은 더미래연구소 출범 당시 사무처장을 맡았다.
김 원장의 2016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서를 보면 김 의원실은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1000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계 교수는 12일 기자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통계자료의 현황 및 활용 가능성 연구’를 수행하고 김 의원실로부터 정책용역비 1000만원을 수령했다”며 “(500만원의) 기부금은 연구용역이 마무리되고 1~2개월 정도 후에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계 교수는 “홍 행정관과 같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는 관계였고, 이전에도 연구에 대한 여러 의견을 주고 받았다”며 “2016년 초에 홍 행정관으로부터 연구용역 제안을 받았고 관심있는 주제라 수락했다”고 했다.
계 교수는 더미래연구소 창립 당시 정책위원으로 참여했다. 계 교수는 “홍 행정관과 의견을 주고 받다 연구소 재정상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연구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다소 빚진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에 기부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계 교수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행정관으로부터 ‘더미래연구소가 재정상 어렵다’며 기부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고서 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했다.
계 교수는 하 지만 이후 작성한 입장문에선 “홍 행정관이 재정상 어려움을 얘기했을 뿐 기부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계 교수는 또 “용역비를 받은 직후에 바로 기부금 형태로 돌려준 것은 아니다”며 “김 원장과는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은 계 교수를 포함해 그해 4∼5월 8차례 총 8000만원을 정책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경제개혁연구소 등에 송금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2/2018041203183.html
야당도 흠 있으니 괜찮다?… 청와대式 '김기식 구하기'
입력 : 2018.04.13 03:00
[임종석 실장 명의로 선관위에 "金 위법성 있나" 질의도]
금감원장 직무 성격은 감안 않고 '10년 집권' 野와 횟수만 단순비교
"검찰 수사 사안을 선관위에 물어 그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인" 지적
선관위 '위법' 판단땐 사퇴 가능성… 일각선 "출구전략 아니냐" 분석도
청와대는 이날 중앙선관위에 임종석 실장 명의로 질의 사항을 보냈다. 청와대는 "김 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한 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은 야당 고발로 검찰의 김 원장 수사가 시작된 날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수사 쟁점이 될 사안에 대해 선관위에 판단을 구한 것 자체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지난 9일에도 '민정수석실이 김 원장 의혹을 검증한 결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정확한 기관 선정의 기준이나 자세한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피감 기관) 몇 군데를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각 상임위 의원들이 여러 기관에 요청을 했고 그중에서 자료가 올라온 것들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해외 출장 횟수는 지난 10년간 집권했던 야당이 구조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며 "또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는 김 원장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김 원장 의혹이 제기된 지난 6일부터 엿새째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이 점점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대응 수위도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김기식 구하기'를 위해 청와대가 여당 의원의 해외 출장 통계를 거론하는 데 대해 당혹해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이 금융 개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엄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청와대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의 의혹 제기를 '개혁에 대한 금융 기득권 세력의 음모'라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이날 조치가 "출구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선관위 유권 해석이 위법하다는 쪽으로 나온다면 김 원장 거취를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 경우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계기로 삼자'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정리, 김 원장 체면을 세워주면서 자진 사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3/2018041300240.html
무리한 '김기식 살리기'.. 완패한 靑
강준구 기자 입력 2018.04.16. 22:33 수정 2018.04.16. 23:37
예고된 낙마에도 '선관위 질의' 시도하다 부메랑
선관위의 ‘셀프 후원=위법’ 판정으로 청와대의 오판과 검증 실패 문책론 거세질 듯
상당수 전·현직 의원들 불법 행위자 될 가능성에 국회도 ‘폭탄’ 맞게 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의원 시절 각종 외유와 후원금 셀프 후원 논란에서 청와대가 완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결정이 나오면서 김 원장 낙마뿐 아니라 전·현직 의원 출신 장관에 대한 후속 검증과 향후 인사의 난맥상까지 초래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한 지 이틀 만에 김 원장이 낙마했다. 검증 실패, 상황 오판에 대한 청와대 민정라인 문책 여론이 거세질 분위기다. 여기에 과거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가거나 일부 관련 기관에 셀프 후원했던 전·현직 의원도 불법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선관위 질의라는 청와대의 이례적인 시도가 전례 없는 파장을 낳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모두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원장이 금융개혁의 적임자이며, 반대 여론은 금융 기득권의 조직적인 저항이라는 인식도 내비쳤다.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부메랑이 돼 날아왔다. 청와대 민정라인은 이번에 불거진 의혹을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고, 후원금 땡처리 논란은 사후 검증을 했음에도 적법하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하나라도 위법이 있다면 (김 원장이) 사임토록 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청와대는 16일 선관위의 결정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후원금 땡처리 논란에 대해 선관위가 위법 결정을 내린 게 결정타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해외 출장 건에 대해서는 민정라인에서 검증을 했고 적법하다고 본다”며 “후원금 문제의 경우 어쨌든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후원금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민정라인과 선관위의 판단이 달랐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후원금이나 해외 출장에 대해서는 (처음) 검증할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문제가 제기된 이후 새롭게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서 김 원장이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하기 전 선관위에 적법 여부를 질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선관위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선관위 답변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 원장이 정반대 해석을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도 선관위 답변서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선관위에 질문서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국회도 ‘폭탄’을 맞게 됐다. 상당수 전·현직 의원들이 불법 행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청와대는 지난 12일 19,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16개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경우가 자유한국당 94회, 더불어민주당 65회라고 밝힌 바 있다. 무리한 ‘김기식 살리기’가 가져온 후폭풍이다. 앞으로 의원 입각 시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어 가뜩이나 인사 논란에 시달렸던 청와대의 자충수가 된 모양새다. 청와대의 선관위 질의가 김 원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오히려 ‘범법자’ 딱지만 붙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원장 사퇴로 문재인정부의 차관급 이상 인사 낙마자는 모두 9명으로 늘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김 원장의 사퇴와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김기식 셀프후원' 위법"..文대통령은 왜 선관위 유권해석을 요청했나
김민우 기자 입력 2018.04.16. 21:05
[the300]관행과 위법의 경계 모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김기식 금감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임기말 '셀프후원'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후원금과 관련 인사검증 당시 파악하지 못했다고 물러섰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한 부분은 이번 기회에 과거의 관행과 위법사이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짓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4가지를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이날 4가지 사안 중 국회의원이 임기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당해 단체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해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제113조에 위반한다는 판단이다. 김 원장이 후원한 '5000만원' 금액이 종전의 범위를 넘는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선관위는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출장의 필요성 내지 업무관련성, 피감기관 등의 설립목적 및 비용부담 경위, 비용지원 범위와 금액, 국회의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날 선관위가 위법으로 판단한 사한은 김 원장이 19대 의원 임기말 더미래연구소에 후원금 5000만원을 납부하기에 앞서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받았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같은 사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사검증에 '구멍'이 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김 원장과 관련 "민정 쪽에서 검증 당시, 후원금은 그 내용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 원장관련 입장문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입장문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이른바 '셀프후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만 남긴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확인 받고 싶었던 부분은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관행'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청와대가 피감기관 16곳만 무작위 조사했는데도 여야 합쳐 167건의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는 것과 통하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라며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문 대통령은 과거의 관행과 위법이 혼재된 상황에서 인사를 발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토로하는 동시에 이 기회에 위법과 관행의 기준점을 새로 세우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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