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영국산 종이에 미국산 잉크로 찍은 '해리왕자 청첩장'

Shawn Chase 2018. 3. 25. 12:10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 2018.03.24 03:02

5월 결혼 앞두고 600명 청첩
英왕실 '미국인 식구' 상징성

청첩장 테두리에 금띠 두르고 한땀한땀 판 '왕관 문양' 새겨
이혼했던 마클에 Ms. 호칭

오는 5월 19일 결혼식을 올리는 영국 왕실의 해리(33) 왕자와 약혼녀인 미국 배우 메건 마클(36)이 하객 600명을 골라 청첩장을 발송했다고 왕실 업무를 맡고 있는 켄싱턴궁이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둘째 아들로 왕위 계승 서열 5위다.

영국 해리(오른쪽) 왕자와 약혼녀 메건 마클.
영국 해리(오른쪽) 왕자와 약혼녀 메건 마클. /AFP 연합뉴스
이날 발송된 청첩장은 1985년부터 왕실 출판물을 전담해온 '바나드 앤드 웨스트우드'사에서 하나하나 수작업을 거쳐 만들었다. 먼저 가로 8인치, 세로 6인치 크기의 두꺼운 흰색 종이의 위쪽에 왕실을 상징하는 금색 왕관 문양을 새겼다. 조각칼로 나무를 파서 양각으로 왕관 모양을 만든 뒤 금색을 칠하고 압착 기계를 사용해 청첩장에 꾹 눌렀다. 청첩장의 금색 왕관 문양을 손으로 만지면 오돌토돌함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테두리 역시 금색으로 칠했다. 시간·장소를 안내하는 문구는 검은색 필기체로 인쇄했다. 종이는 영국산이고 검정 잉크는 미국산이다. 영국인(해리 왕자)과 미국인(메건 마클)의 결합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한 것이다.

오는 5월 19일 결혼하는 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 청첩장.
오는 5월 19일 결혼하는 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 청첩장. /AFP 연합뉴스
켄싱턴궁은 청첩장 문구에서 신부 마클이 이혼녀라는 점을 명시했다. 2011년 형 윌리엄 왕자 결혼식 때는 신부 캐서린 미들턴에게 '미스(Miss)'라는 호칭을 붙였지만 이번 청첩장에는 신부 마클에게 '미즈(Ms.)'라는 호칭을 썼다. 청첩장 가운데에는 초청 하객의 이름을 적는 공간이 두 줄로 마련됐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마클이 캘리그래퍼를 고용해 하객의 이름을 적었다"고 보도했다. 캘리그래퍼란 붓으로 글씨나 문양을 칠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켄싱턴궁은 청첩장의 오른쪽 하단 안내 문구를 통해 남성 하객에게는 '제복·모닝코트 또는 정장'을, 여성에게는 '모자와 드레스'를 착용하도록 권했다. 청첩장을 받게 될 하객 600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결혼식 초청 규모는 2011년 윌리엄 왕자 결혼식 때 하객 19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청첩장을 받은 하객은 윈저성 안의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열리는 결혼식과 점심 축하연에 참석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4/20180324001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