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前 대통령 출두, 제왕적 대통령制 고쳐야 마지막 된다
2018/03/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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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에 들어가며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1월 17일 낸 성명에선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혐의가 나온 뒤에 사람을 수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표적으로 삼고 혐의를 찾아낸 것이다.
수사는 광범위하고 집요했다. 검찰은 국정원과 군(軍) 댓글 사건에서 출발해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 소송비 대납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해왔다. 국세청·국정원 등 사정 관련 기관들도 반년 넘게 이 전 대통령 주변을 뒤져왔다. 이 전 대통령의 형과 사위, 과거 측근 등 주변 인물들이 거의 일망타진되는 수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포함하면 전 정권, 전전 정권 수사에 검사 90여명이 투입됐고 34명이 구속됐다. 두 정권 시절의 어지간한 인물은 거의 걸려들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검찰이 찾아낸 혐의 중에는 '정치 보복' 주장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과거에 투자했다가 손해 본 돈을 되찾기 위한 소송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변호사비 60억원을 삼성에 대납시킨 혐의는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 인사 청탁 등 명목으로 수십억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혐의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기간 도중이나 자살 이후 이뤄진 것들도 있다고 한다.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행태를 보인 것이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를 쫓아 수사하고 이 전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숨기지 말고 밝혀야 한다.
이로써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잔혹사의 유일한 예외였던 이 전 대통령도 비극 대열에 서고 말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정부 수립 후 실질적 대통령 전원이 하야, 탄핵, 피살, 자살, 수감되거나 말년에 측근 비리로 만신창이가 됐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도 자체에 분명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한국 대통령은 정책 면에서는 국회의 견제를 지나치게 받고 있는 반면 인사권·검찰권 등 권력 행사는 거의 왕(王)처럼 하고 있다. 1%만 적게 득표해도 전부를 잃는 야당은 내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정권을 잡으면 그 한(恨)을 보복으로 푼다. 이 악순환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게 이른바 한국의 '대통령 무책임제'다. 한때 제왕적 대통령제가 국가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여겨진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부정적 측면이 너무 커졌다. 대통령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한국 정치를 죽기 살기 투쟁이 아닌 협치(協治)로 바꾸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2018/03/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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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에 들어가며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1월 17일 낸 성명에선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혐의가 나온 뒤에 사람을 수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표적으로 삼고 혐의를 찾아낸 것이다.
수사는 광범위하고 집요했다. 검찰은 국정원과 군(軍) 댓글 사건에서 출발해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 소송비 대납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해왔다. 국세청·국정원 등 사정 관련 기관들도 반년 넘게 이 전 대통령 주변을 뒤져왔다. 이 전 대통령의 형과 사위, 과거 측근 등 주변 인물들이 거의 일망타진되는 수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포함하면 전 정권, 전전 정권 수사에 검사 90여명이 투입됐고 34명이 구속됐다. 두 정권 시절의 어지간한 인물은 거의 걸려들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검찰이 찾아낸 혐의 중에는 '정치 보복' 주장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과거에 투자했다가 손해 본 돈을 되찾기 위한 소송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변호사비 60억원을 삼성에 대납시킨 혐의는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 인사 청탁 등 명목으로 수십억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혐의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기간 도중이나 자살 이후 이뤄진 것들도 있다고 한다.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행태를 보인 것이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를 쫓아 수사하고 이 전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숨기지 말고 밝혀야 한다.
이로써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잔혹사의 유일한 예외였던 이 전 대통령도 비극 대열에 서고 말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정부 수립 후 실질적 대통령 전원이 하야, 탄핵, 피살, 자살, 수감되거나 말년에 측근 비리로 만신창이가 됐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도 자체에 분명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한국 대통령은 정책 면에서는 국회의 견제를 지나치게 받고 있는 반면 인사권·검찰권 등 권력 행사는 거의 왕(王)처럼 하고 있다. 1%만 적게 득표해도 전부를 잃는 야당은 내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정권을 잡으면 그 한(恨)을 보복으로 푼다. 이 악순환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게 이른바 한국의 '대통령 무책임제'다. 한때 제왕적 대통령제가 국가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여겨진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부정적 측면이 너무 커졌다. 대통령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한국 정치를 죽기 살기 투쟁이 아닌 협치(協治)로 바꾸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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