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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올랐다

Shawn Chase 2017. 12. 11. 19:47

짧은 기간,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
빠른 시간 동안 달성한 '세계 경제 11위'라는 순위는 자랑스러운 성과지만
이것만이 현재 우리 삶을 보여주는 수치는 아닐 것이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7.12.11 08:39

"예전보다 잘살게 되었는데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요?"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단 기간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룩해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한 만큼 우리의 삶도 그만큼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세계 여러 기구와 학계에서는 GDP나 무역지수와 같은 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후생적 측면까지 고려한 국가 순위에 주목하고 있다. '차트 위 대한민국'에서는 후생적 측면에서 바라 본 각종 순위를 토대로 대한민국의 위치를 점검해봤다. 두번째 순서는 언론자유지수이다.

한 국가가 언론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 그래서 언론이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이다. 단순히 표현의 자유와 언론 활동 정도를 측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민주주의 정도나 청렴도와 관련이 있고 그 사회가 선진 사회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2017년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ères, RSF)'가 발표한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180개 국가 가운데 63위로 나타났다. 조금 덜 알려진 미국의 NGO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에서 발표하는 언론자유보고서(Freedom of the Press)도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각 국가의 언론의 자유 정도를 자유국(Free), 부분적 자유국(Partly Free), 비자유국(Not Free)으로 나눈다. 한국은 2017년 조사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었으며 순위는 199개국 가운데 66위를 기록했다.

(좌)국경없는기자회, (우)프리덤하우스

프랑스 언론인 로베르 메나르(Robert Menard)가 1985년 설립한 '국경없는기자회'는 세계에서 탄압받는 언론인을 구제하고,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총 130개국에 각 1명의 통신원을 배치해 세계 곳곳에서 언론 자유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자유지수'는 2002년부터 발표해왔는데, 현재 국가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이다.

'국경없는 기자회'…탄압 있는 곳에 침묵은 없다

'프리덤 하우스'는 '국경없는기자회'보다 훨씬 먼저 국가별 '언론 자유' 정도를 측정 조사·발표해 온 기관이다. 1941년 루즈벨트 대통령의 영부인 엘라노어와 미국의 보수성향의 인사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민간 인권 단체로 세계의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72년부터 해마다 '세계자유보고서(Freedom in the world)'를 발표해오고 있다. 시민 자유와 정치 권리 상황을 수치화한 것으로 다른 연구나 언론에서 각국의 민주주의 정도를 측정할 때 자주 인용된다. 1980년부터는 '언론자유보고서(Freedom in the world)'를 발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자유 정도를 측정한 '인터넷 활동 자유보고서'도 조사 발표해오고 있다.

이 두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순위는 대체로 중위권를 지켜왔지만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는 시기와 정권에 따라서 순위 변동이 다소 보인다. 특히 2010년부터는 조사가 시작된 이래 해가 지날수록 순위와 등급이 내려가는 모습 보이다가 올해 2017년 발표에서는 조금 반등해 63위로 나타났다.

1.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언론자유지수'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순위를 산출한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자체 설문지에 대한 전문가(언론 종사자, 법률가 등)들의 답을 토대로 계산한 점수와 분석기간 동안 일어난 언론인에 대한 학대와 폭력에 관한 내용을 종합해 최종 순위와 점수가 결정된다. 순위가 국가별 상대적 언론자유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근거라면 점수는 절대적 자유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이다. 낮을수록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설문지의 주요 항목으로는 △다원주의 △언론 독립성 △언론 환경과 자기검열 정도 △입법 정도 △취재와 보도 투명성 △뉴스 생산 기반 시설 등이 있다. 6개 항목을 기준으로 87개의 질문이 작성되고, 설문지는 각 언어로 번역돼 180개국의 전문가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설문지에서 측정하기 힘든 각 나라의 특수 상황과 관련, 언론인에 대한 학대와 폭력은 국경없는 기자회가 파견한 특파원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파악한다. 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라별 점수를 1~100으로 도출한다.

한국 순위는 왜?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도 순위 왜 이리 자주 바뀌나
(위부터) 2006년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헌법재판소,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블로거 미네르바, 2016년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최순실 검찰 조사 현장에 몰린 언론들 /조선 DB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점수와 순위가 높았던 때는 2005년과 2006년이다. 2005년 순위는 37위였지만 그동안 한국이 받은 점수 중 가장 낮은 점수인 7.5점을 받았다. 2006년 점수는 전년보다 0.25정도 떨어졌지만, 순위는 31위를 기록해 뉴질랜드(19위), 호주(39위)와 함께 아시아의 언론자유국으로도 꼽혔다. 2006년 한국의 점수가 높았던 것에 대해 당시 '국경없는기자회'의 벵상 브로셀 아태국장은 "헌법재판소의 새 신문법과 언론법에 대한 일부 합헌, 일부 위헌판결이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헌재의 판결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여준 좋은 예로 언론자유에 긍정적인 요소"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점점 떨어져 2009년에는 69위를 기록했다. 점수는 15.67점이었다. 전년대비 순위가 22위나 폭락한 것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는 당시 정부가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블로거(미네르바)와 기자들(YTN 노조)을 탄압한 것과 관련있다고 밝혔다. 2010년 42위로 살짝 반등한 순위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6년에는 70위까지 떨어졌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미디어와 정부 당국 사이의 관계가 매우 긴장스럽다"며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있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명예훼손죄와 국가보안법이 미디어 검열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봤다.

"사이버 공간의 자유, 논의 재점화"
검찰 "미네르바는 전형적 혹세무민<惑世誣民> 사건"
신문법·언론중재법 일부 위헌

올해 발표에서는 7계단 상승한 63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전반적인 언론 상황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에서 언론의 활약이 순위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 역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보도에서 언론이 독립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국가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않을 때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2. 프리덤 하우스 '세계언론자유보고서'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언론자유보고서'에서는 △법적 여건 △정치적 여건 △경제적 여건 세가지 차원에서 대중이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언론을 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 세 개의 항목을 기준으로 23개 질문을 한 뒤, 점수를 매긴다. 총점 100을 기준으로 0~30점은 '자유국가', 31~60점은 '부분 자유국가', 61~100점은 ‘비자유국가’로 분류한다. 역시 점수가 낮을수록 언론자유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와 가장 큰 차이점은 언론의 '경제적 여건' 부분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건'에는 미디어의 소유구조, 투명도, 미디어의 제작과 배포∙설립 등에 소요되는 비용, 국가기관 등에 의한 선택적 광고나 지원, 언론보도 내용 등과 관련한 부패와 뇌물 등이 포함된다.

한국 순위는 왜?

/순위 아래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년도 점수이다. 낮을수록 언론 자유가 보장됨을 의미한다.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이 큰 순위 변동없이 꾸준히 60위권 후반을 지키고 있는 것도 △경제적 여건 항목의 영향이 크다. '세계언론자유보고서'의 조사 대상국가는 총 199개국이어서 60위권 순위를 유지하지만, 이 가운데 OECD 가입국만을 추린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늘 하위권으로 나타난다.

또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줄곧 '자유국가'였던 등급은 2011년부터는 '부분 자유국가'로 분류돼 현재 7년째 유지 중이다. 당시 우리나라 등급과 점수가 내려간 가장 큰 원인은 방송과 미디어에 대한 검열 증가와 방송국 관리에 대한 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프리덤 하우스의 분석이다.

언론자유지수 1위 노르웨이는

(좌)페이스북의 조치를 비판한 노르웨이 대표 언론 아프텐포스텐, (우)노르웨이 언론자유지수 순위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나라는 대부분 북유럽 국가이다. 북유럽 국가 국민들은 정당과 함께 탄생한 신문을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인식하는 편이다. 수많은 정치 이념과 가치에 따라 다양한 신문 매체가 존재하며 여러 각도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의 수준이 높아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다.

국민 신문구독률이 60%대를 차지하는 노르웨이는 올해 두 개의 조사에서 모두 1위를 했다. 언론의 역사가 오래된 노르웨이는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4년 헌법에 '언론의 자유'를 명시했고, 최근까지 이를 위해 각종 법안 제정,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범적인 언론 보장 국가이다. 1970년에는 안보와 관련 없는 모든 관공서 문서를 언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으며, 1997년에는 미디어 소유법(Media Ownership Act)을 제정해 기업들이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채널의 자본금 40%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했다.

최근에는 '언론의 자유'에 관해 총리가 직접 나선 일도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 작가 톰 에이란이 '전쟁의 공포'라는 주제로 베트남전(戰) 당시 네이팜탄 폭격으로 도망치는 알몸 소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해당 사진은 197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아동 나체 사진 금지' 조항을 들어 이 사진을 임의로 삭제했다.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이 페이스북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에게 비판 항의하는 글을 1면에 실었고, 노르웨이 총리 역시 "나는 아이들이 역사적인 사건과 실수를 그대로 배울 수 있는 사회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페이스북의 조치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는 왜?

(좌) 핀란드 국영방송사에 압력을 가한 총리 유하 시필레, (우) 핀란드 언론자유지수 /국경없는기자회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에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나라는 핀란드이다. 그러나 핀란드는 올해 1위 자리를 노르웨이에 내주었다. 핀란드 유하 시필레(Juha Sipila) 총리가 지난해 공공 방송사 윌레(YLE) 기자 2명에게 자신과 관련된 비난하는 기사를 쓰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총리는 자신의 가족이 5%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광업회사에 정부 투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는 핀란드의 한 주간지의 보도로 밝혀졌다. 윌레의 편집장 중 한 명은 압력에 굴복했으며, 이에 반대하는 언론인은 해고 위협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핀란드 총리가 보도에 관여하려고 한 방송사 윌레는 핀란드 최대의 국영 방송사다. 지분의 99.9%가 국가 소유이지만 여러 정당의 의원들로 구성된 YLE 운영위원회로부터 감독을 받아 공공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왔으며, 수익의 대부분은 국민들의 수신료에서 나온다. 핀란드에서 TV 방송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 방송국은 다양한 채널과 함께 핀란드인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