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전자레인지로 끓이는 컵라면…라면 시장 바람 일으킬까

Shawn Chase 2017. 11. 27. 22:49
  • 윤희훈 기자




    입력 : 2017.11.27 18:41

    편의점 전자레인지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컵라면을 넣고 돌리지 마세요.’ 환경호르몬 노출과 화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컵라면을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것은 그동안 금기시돼왔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농심이 깼다. 

    농심은 ‘전자레인지 용기면’으로 업그레이드 한 ‘신라면 블랙사발’을 27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신라면 블랙사발은 전자레인지로 조리해도 용기가 녹지 않는 특수 종이재질을 사용했다. 끓는 물 온도인 100℃ 전후로 오랜 시간 가열해도 용기 재질이 변하지 않아 화재 위험이 없다. 환경호르몬이나 발암 물질에 대한 우려도 덜었다.

    농심은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담은 신라면블랙사발을 출시했다. /농심 제공
     농심은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담은 신라면블랙사발을 출시했다. /농심 제공

    라면업계에서는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이 등장한 것을 두고 ‘용기면 3.0’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간편하게’를 추구하던 ‘혼밥족’(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이왕이면 맛있게’가 가미되면서 용기면 문화가 한차원 높아졌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용기면 시장에서 맛과 간편성을 모두 갖춘 ‘전자레인지 용기면’으로 컵라면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 1982년 등장한 ‘용기면’, 35년간 300배 성장

    1982년 농심 (376,500원▲ 9,500 2.59%)이 출시한 육개장사발면은 국내 라면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용기면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용기면을 먹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파된 효과다. 

    한국야쿠르트가 1986년 출시한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향후 러시아 라면 무역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1990년에는 팔도가 뚜껑에 라면을 덜어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왕뚜껑’을 출시해 현재까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농심의 대표적인 사발면 브랜드는 육개장사발면과 김치사발면이다. 지난해까지 이 두 제품의 누적 판매 개수는 42억개, 누적판매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1982년 당시 25억원 규모였던 국내 용기면 시장은 2017년 현재 7700억원대로 300배 이상 커졌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2조1500억원 규모의 국내 라면시장에서 용기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다. 용기면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최대 3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트렌드를 보여주는 용기면의 디자인. 왼쪽부터 육개장사발면, 신라면 큰사발, 신라면컵. /농심 제공
     트렌드를 보여주는 용기면의 디자인. 왼쪽부터 육개장사발면, 신라면 큰사발, 신라면컵. /농심 제공

    35년간 용기면의 트렌드도 변화했다. 국내 용기면 시장은 용량에 따라 1989년~2000년까지 양을 중시하는 ‘큰사발’, 2000년~2010년까지 소량∙간식 위주의 ‘컵면류’ 시기로 구분된다. 1세대는 포만감, 2세대는 맛의 즐거움이 키워드였다.

    1989년 농심이 출시한 ‘새우탕 큰사발’과 ‘우육탕 큰사발’은 기존 사발면보다 푸짐한 양 덕분에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큰사발 먹고 큰사람 되자’라는 광고 캐치프레이즈로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 큰사발 브랜드는 ‘김치큰사발(1990)’ ‘튀김우동큰사발(1990)’ ‘짜장큰사발(1992)’ ‘신라면큰사발(1997)’ 등으로 확대됐다.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국내 용기면 시장은 다양성에 중심을 뒀다. ‘소량·간식 트렌드’가 주를 이루는 ‘2세대 컵면’ 시대가 열렸다. 1997년 ‘신라면컵‘ 출시를 시작으로, ‘사리곰탕컵면(2002)’, ‘오징어짬뽕컵(2005)’, ‘새우탕컵(2007)’, ‘튀김우동컵(2008)’, ‘안성탕면컵(2010)’이 연이어 등장했다. 컵면은 적당한 양과 다양한 메뉴로 청소년, 학생, 직장인 등 구분 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휴대가 간편해 등산객과 여행객의 필수품이 됐다.

    농심이 이번에 출시한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은 ‘세번째 변화’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이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농심아메리카가 2011년 출시한 전자레인지용 ‘보울누들(사발면)’은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이 제품은 미국 용기면 시장 점유율이 57%에 이른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BGF리테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BGF리테일

    ◆ ‘조리 시간 줄이고, 맛은 좋아지고’…전자레인지용 용기면 성공할까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블랙사발 출시에 대해 “봉지라면의 맛과 용기면의 간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용기면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면발과 국물맛이 더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진동이 라면 면발에 골고루 침투해 식감을 더욱 찰지게 해주고, 국물은 끓는 물과 같은 100℃ 전후에서 조리가 되면서 봉지라면처럼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 시간도 짧아진다. 신라면블랙사발을 기본 라면처럼 끓는 물을 넣고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약 4분이 소요되지만, 전자레인지에 넣고 끓이면 2분이면 완성된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 블랙의 맛과 품질을 전자레인지 가열 방식에 적합하게 개선했다. 끓여먹는 라면 특유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농심 관계자는 설명했다. 면발은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하거나 끓는 물을 부어서 익히는 경우에도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전첨과 후첨 양념스프로 돈골과 우골의 깊고 구수한 국물맛을 구현했다. 건더기 스프도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려 푸짐한 식감을 선사했다.

    농심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신라면블랙사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편의점은 용기면이 가장 많이 팔리는 장소다. 지난해 전체 용기면의 48%가 편의점에서 판매됐다. 또 대부분의 편의점에 전자레인지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농심 관계자는 “편의점 등에서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해 먹는 데 친숙한 10~20대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며 “신라면 블랙사발을 시작으로 향후 전자레인지 조리 용기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7/2017112702870.html?right_ju#csidx1978f4d3787605db9ac88547e6e3b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