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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英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오스틴과 카프카의 혼합"

Shawn Chase 2017. 10. 6. 02:13

정상혁 기자  

입력 : 2017.10.05 20:05 | 수정 : 2017.10.05 22:02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출신의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AFP연합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연결이라는 환상적 감각 아래에 묻힌 심연을 발굴해온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영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07년 도리스 레싱(1919~2013) 이후 10년만이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1960년 영국국립해양연구소 연구원이 된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켄트 대학과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으로 석사를 받은 뒤 현재 런던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작품은 영어로 쓴다. 이시구로의 소설 다수를 국내 번역한 김남주 번역가는 "이시구로는 일본 태생이긴 하나 그의 정체성은 영국인이고 더 크게 보면 '세계인'에 가깝다"고 말했다.

1982년 전업작가의 길을 택한 그는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戰後) 상처와 현재의 연속성을 엮어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을 그 해 발표했고,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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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에게 문학적 명성을 안겨준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s)로 1989년 영국 부커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1993년 앤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 꾸준한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다.

그는35년간의 집필 기간 동안 여덟 편의 소설만을 남긴 과작(寡作)의 작가지만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최근엔 판타지적 요소를 적극 도입하는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복제인간을 통해 삶과 죽음과 인간의 존엄성을 캐묻는 장편 '나를 보내지 마'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5년 최고의 소설'로 꼽았고, 전미도서협회 알렉스상, 독일 코리네상 등을 쓸어담았고, 2010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동명 미국 영화로 옮겨진 바 있다.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최신작 '파묻힌 거인'(2015)은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기억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여정을 그려내 판타지소설의 고전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한다. 이 소설 역시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스웨덴 한림원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이시구로의 작품에 대해 "'기억과 시간, 자기 기만'과 크게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특히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과 체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혼합으로 설명하며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미학적 세계관을 계발해온 위대한 진실성의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과거를 이해하는데 큰 관심을 보여왔고, 개인이자 사회로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탐구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이시구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작가들의 발걸음을 따른다는 의미에서 굉장한 영광이며 멋진 찬사"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번 수상으로 노벨상위원회가 지난해 밥 딜런(76)에 이어 또 한 번 파격과 이변을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가 유력 후보로 점친 케냐 소설가 응구기와 시옹오(79),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78) 뿐 아니라, 발표일을 며칠 앞두고 수상 가능성이 고조된 시인 고은(84)은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5/20171005009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