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공지능 ‘섹스 로봇’, 사람과 별 차이 없네

Shawn Chase 2017. 9. 24. 20:35

등록 :2017-07-05 17:12수정 :2017-07-05 17:32



맞춤형 제작…대화 가능·성격도 지정
포르노에 기반 ‘여성 성적 대상화’ 지적
아동형 생산 등 성범죄 환상 강화 우려도
‘병자나 노인에 성경험 제공’ 순기능도 언급
‘리얼돌’의 출시 예정 섹스 로봇.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리얼돌’의 출시 예정 섹스 로봇.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섹스 토이가 그저 기능적인 형상을 하고 있었을 때는 논쟁적이지 않았다. 처음 인간의 형상을 가지고 판매될 때도 그것은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제 사람처럼 따뜻한 피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성격이 부여되며 ‘질투’까지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5일 <가디언>을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섹스 로봇 전문회사인 리얼돌은 올해 말 새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겉보기에 사람과 유사한 이 제품은 입술이며 유두의 모양, 성기의 크기까지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체온을 재현하고, 표면을 때릴 때 나는 ‘찰싹’ 소리까지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아직 걷지는 못하지만 눈동자를 움직이고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며 음성 인식 시스템이 탑재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로봇에게 “나 다른 여자랑 얘기해도 돼?”라고 물으면 싫다며 거부하기까지 한다. 이 제품의 판매로 ‘누군가를 소유한다는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리얼돌의 창립자 맷 맥뮬런은 “이건 기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로봇의 가격은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로 책정돼 있다.

로봇 관련 사회 문제를 연구하는 ‘책임있는 로보틱스 재단’(FRR)이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996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사람 크기의 섹스 인형은 인공 지능(AI) 탑재로 ‘로봇’으로 진화했다. 5000~1만50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는 이 로봇이 사람과 점점 유사해지면서 갖가지 윤리 문제가 대두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선 이 로봇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남성형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형 로봇이 포르노그래피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아동형 로봇이 생산돼 ‘소아성애’를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미 시판 중인 로봇을 ‘당신의 손길을 좋아하지 않는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이 로봇이 성범죄에 대한 환상을 강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디언>은 “이미 소아성애자들이 소유한 일본 회사에서 아동형 섹스 인형이 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범죄에 대한 욕망을 로봇에게 풀면 해소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지만, 보고서는 로봇 윤리학자인 패트릭 린 교수를 인용해 “소아성애증을 로봇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발상은 혐오스럽다. 인종차별주의자에게 갈색 머리 로봇을 학대하게 한다고 상상해보라. 해결되겠나?”라고 적었다.

하지만 순기능에 대한 주장도 있다. 장애가 있거나, 요양 중인 노인들, 성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이 로봇이 성경험 및 치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보고서는 로봇이 성매매 업소에서 사용되는 증거는 이미 발견되고 있지만, 이것이 성 노동자를 대체한다는 증거는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01605.html#csidx2d595735012030cb24adcb8888a8b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