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김명수 사법부' 국민이 지켜볼 것

Shawn Chase 2017. 9. 22. 18:32

입력 : 2017.09.22 03:20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는 "우리 의원들이 사법부 독립과 개혁을 위해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신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국민의당이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어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부결시킬 경우 호남에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결과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것은 안 대표가 말한 '사법부 독립'과는 정반대되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들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었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대법원장이 임명된 것은 '사법부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김 후보의 지명을 놓고 그간 논란이 벌어진 것은 그의 경력·경험 부족과 함께 법원 내 특정 성향 판사 모임 회장을 지내는 등 정치·이념 편향을 띤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법원 내 서클 수장(首長)처럼 지냈던 사람이 사법부 대표자로 임명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그 서클 소속인 한 판사는 법원 게시판에 '재판이 곧 정치'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서클 소속인 또 다른 판사는 대선 다음 날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는 글을 썼다. 판사가 아니라 정치인들이다. 김명수 대법원에서 이런 판사들이 득세하면 사법부는 그나마 남아 있는 국민 신뢰마저 잃게 될 것이다.

대통령 임기(5년)와 대법관 임기(6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한 정권이 대법관 임명권을 거의 독점하는 일은 생겨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정상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면 5명은 전임 정부가 임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권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김재형 대법관을 뺀 13명 모두를 임기 내에 임명하게 된다.

대법원은 중요 판결을 통해 사회 가치관의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자면 국민 골고루 가치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 다. 대법원이 거의 통째로 같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특정 성향으로 편향되게 구성될 경우 이런 역할은 불가능해진다. 사법부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해선 기울어진 판결이 없어야 하는 건 물론 3000명 판사의 내부 인사에서도 공평해야 한다. '김명수 사법부'가 어느 판사의 말처럼 재판을 정치로 만들지, 아니면 그런 우려를 씻을지 국민이 지켜봐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35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