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friday] '미야자와 리에'의 추억 꺼내는 한국 아저씨들

Shawn Chase 2017. 9. 22. 18:28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   


    입력 : 2017.09.22 04:00

    [김미리·오누키의 friday talk]


    미야자와 리에
    두 기자가 성(性)과 동거를 주제로 마주 앉았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선 툭 터놓고 말하기엔 망설여지는 이슈이지요. 오누키 특파원이 관찰한 한국의 성 문화, 김미리 기자가 느끼는 세대 간 인식 차를 들려 드립니다.

    김미리(이하 김): 한국에선 일본이 성에 매우 개방적인 나라라 생각하죠. '성(性)진국'이라고 비아냥 섞어 말하는 이들도 있고요.

    오누키(이하 오): '성에 개방적인 나라.' 이 표현부터 짚어보고 싶군요. 40~50대 한국 남성분들이 좀 친해졌다 싶으면 꺼내는 레퍼토리가 있어요. "어렸을 때 일본 '야동' 몰래 많이 봤다. 서양 포르노는 현실감이 없었는데 일본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미야자와 리에<사진> 누드집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녀가 한국에서 이렇게 유명 인사인지는 몰랐어요.

    : 하하, 면전에서요? 한국 여자들 앞에선 낯 뜨거워 웬만해선 그런 말 안 하는데…. 멀쩡한 사람들이에요?

    : 네, 점잖으신 분들도요. 일본은 '성에 개방적인 나라'니 일본 여자한텐 얘기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현실의 일본 여자들이 영상 속처럼 사는 건 아닌데 말이죠!

    : 한국 남자의 두 얼굴, 민망하네요. 제가 대신 사과를….

    :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일본 여행 사이트에서 한국 여행 주의 사항을 보면 늘 '친절한 한국 남자를 조심해라'고 돼 있어요. '일본 여자는 쉽다'고 생각한다고. 성에 개방적이다? 글쎄요, 특정 면이 과장·왜곡된 건 아닐까요?

    : 원조 교제 같은 사회문제가 일본에서 먼저 이슈가 됐어요. 그런 측면 때문에 일본을 성적으로 왜곡된 사회로 보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도 유교 문화 강한 한국보다는 성 담론이 자유로운 건 사실 같아요.

    : 서울에선 길거리에서 대담하게 스킨십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여기 있는 일본 사람들이 의아해해요. 성 개방? 공공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스킨십하는 게 더 개방적 아닌가 하고요.

    : 요즘 한국 젊은 세대에서 '동거'하는 커플이 늘고 있어요. '결혼 인턴'이란 신조어도 생겼고요. 일본은 어떤가요.

    : 동거라, 저희 부모님 세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저희 세대는 부모 몰래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요즘은 지역 따라 다르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뭔가 나쁜 짓을 한다는 인식도 없고요. 한국은요?

    : 아무래도 공개 동거는 많지 않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동거 커플 중 동거 사실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커플은 6.3%밖에 안 돼요. 그래도 사회 현상으로 논의된다는 자체가 인식 변화를 보여줘요. 6~7년 전, 남자 후배가 밥 먹는 자리에서 여자 친구랑 같이 산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같은 자리에 있던 선배들이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심 당황하는 눈치였어요. 엊그제 만난 잡지 편집장은 신입 사원 면접 온 응시자가 당당하게 여자 친구랑 동거한다고 말했다더라고요. 입사 면접에서 동거를 밝힌다? 상상 못 했던 풍경이에요.

    : 일본에선 초식남이다 해서 결혼은커녕 이성 자체에 관심 없는 젊은이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동거를 환영하는 부모도 있어요. 친구 남동생이 동거를 했는데 그 어머니가 "이제 우리 아들도 결혼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좋아하셨대요. 결국 헤어져서 어머니 바람대로 되진 않았지만.

    : 한국의 독특한 가족 문화가 싫어 법적 부부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어요. 아는 작가를 오래간만에 봤는데 그새 딸이 생겼더라고요. '파트너'(여자 친구)와 같이 산다면서. 그분이 그러더군요. "한국에서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 돼버린다. 시댁, 처가 식구로 가족이 확장되면서 사랑 이외의 의무가 생기고, 갈등이 빚어진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집중하고 싶어 동거를 택했다." 아마 그분 앞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릴 테죠. 그 선택의 유효 기간이 언제까지 갈지 궁금해져요.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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