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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맥그리거, 성공한 '서커스 매치'

Shawn Chase 2017. 8. 27. 13:53
                                        

메이웨더-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메이웨더-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세계인이 모여드는 도시,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는 뉴욕과 더불어 격투 스포츠의 성지로 꼽힌다. 27일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지 스트립 곳곳에는 노점상과 암표상 30여 명이 보였다. 이날 T-모바일 아레나에서 맞붙는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수퍼웰터급(69.85㎏) 복싱경기 기념품과 입장권을 파는 이들이었다. 웨슬리 킴벌리는 "미국 사람들 대부분이 복싱 스타 메이웨더를 알지만 맥그리거는 잘 몰랐다. 그러나 최근 둘의 대결이 화제를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둘의 대결에 앞서 3개의 복싱 세계 타이틀매치가 열렸지만 T-모바일 아레나 관중석 2만 개 가운데 절반도 차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복싱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메이웨어와 맥그리거의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좌석은 많이 채워졌다. 링에서 멀리 떨어진 3층 좌석이 500달러(약 57만원), 링사이드 좌석이 1만달러(약 1150만원)에 달했지만 둘의 대결은 격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은 복싱의 돌파구이자 미국에서 아직 대중화하지 못한 종합격투기 UFC의 전환점이다. 둘의 대결을 앞두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링닥터협회(ARP)가 이 대결은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맥그리거가 UFC 최고 스타이지만 49전49승(23KO)을 기록한 전설적인 복서 메이웨더를 복싱으로 상대하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거 K-1 무대에서 강펀치로 유명했던 마크 헌트, 레이 세포 등도 복싱에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모두가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믿었던 복싱 경기를 메이웨더와 맥그리거가 성사시켰다. 메이웨더는 2015년 매니 파퀴아오를 꺾고 세계 최고의 복서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전 헤비급 챔피언 로키 마르시아노(1923~69년)가 세운 유일무이한 전적(49전 49승)과 타이를 이룬 메이웨더는 은퇴를 선언했다.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복싱 역사상 최다 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갖게 되는 그였기에 많은 팬들은 메이웨더가 머지 않아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메이웨더-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메이웨더-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링에서 모든 상대를 꺾은 메이웨더에게 맥그리거가 도전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이웨더를 끊임없이 도발하며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맥그리거가 생각보다 높은 인기를 누린다는 걸 알아챈 메이웨더도 조금씩 맥그리거에게 관심을 보였다. 2015년에만 3억 달러(약 3450억원)를 스포츠 선수 가운데 연 수입 1위에 오른 메이웨더는 판을 키우기 시작했다. 별명이 돈(money)인 메이웨더가 '돈 되는 경기'를 연출한 것이다.
 
둘은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욕설을 섞은 트래시 토크(저속한 말)도 마다하지 않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메이웨더는 "한 번 패한 상대는 두 번 질 수 있다. (격투기 전적 21승3패인) 맥그리거는 내게 네 번째 패배를 당할 것"이라며 "신이 창조한 완벽한 한 가지는 바로 내 전적"이라고 말했다. 맥그리거는 "메이웨더는 나를 끌어들인 걸 후회할 거다. 난 평범한 복서와 다른 움직임을 갖고 있다. 나를 대비해 스파링을 하려면 죽은 이소령을 불러와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경기가 가까워질수록 메이웨더에게 일방적으로 기울었던 균형추가 맞춰지는 듯 했다. 맥그리거는 UFC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조제 알도를 1라운드 13초 만에 쓰러뜨렸다. 또 체급을 올려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도 2라운드 KO로 잡아냈다. 맥그리거의 복싱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메이웨더도 "그는 젊고 훌륭한 파이터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기 일주일 전 도박사들의 베팅은 맥그리거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UFC에서 파이트머니 300만 달러를 받았던 맥그리거가 점차 메이웨더의 그럴 듯한 상대가 되어갔다. 방송광고와 입장권. PPV(유료채널)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네바다주 체육위원회(NSAC)에 따르면 메이웨더가 1억 달러(약 1150억원), 맥그리거가 3000만 달러(약 345억원)를 파이트머니로 받는다. 여기에 입장권과 PPV 수익을 더하면 메이웨더가 2억 달러(2300억원), 맥그리거가 1억 달러(1150억원)를 벌 것으로 영국 가디언은 예상했다.
 
메이웨더-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메이웨더-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이 확정된 6월 미국의 복싱 전문매체 더 링은 '두 명의 영리한 비즈니스맨이 1억 달러 이상의 경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이미는 그것(돈)이 전부다. 복싱과는 관계 없다'며 혹평했다. 올드 복싱 팬들은 이 경기를 '서커스 매치'라고 부른다. 격투기 팬들은 "1976년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15라운드 무승부) 이후 최고의 이종격투기"라며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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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평가와 상관 없이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비현실적인 일들을 하나하나 '현실화'했고, '현금화'했다. 21세기 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스포츠 비즈니스 쇼'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메이웨더-맥그리거, 성공한 '서커스 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