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갭 투자자들의 절규…“집 내놔도 안 팔려”

Shawn Chase 2017. 8. 18. 11:52

이창환 기자

최문혁 기자



입력 : 2017.08.14 06:05

“상계동과 하계동에 아파트 몇 채를 갭 투자로 사둔 40대 후반의 중개 손님이 양도소득세 강화 때문에 고민하다가 며칠 전에 집을 내놨어요.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싸게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서울 상계동 S공인 관계자)

갭 투자자들이 코너에 몰렸다. 8·2 부동산 대책이 갭 투자를 정조준해 다주택자 금융규제와 양도세 강화 등의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자 갭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매물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전경. /최문혁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전경. /최문혁 기자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예컨대 3억원짜리 아파트 전세금이 2억7000만원이라면 3000만원만 들여 집을 사는 것이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투자다.

정부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내년 4월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청약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세를 올린다. 투기과열지구 다주택자에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상한도 30%로 대폭 한도를 낮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갭 투자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갭 투자를 지목하며 “집을 거주 공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보는 신종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갭 투자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높아 ‘갭 투자 성지’로 불리는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갭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지고 있다. 이 지역 일부 단지 전세가율은 90%에 육박해 3000만~5000만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상계동 A공인 관계자는 “여유 자금 없이 갭 투자를 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것 같다”며 “5억원을 호가하던 전용 59㎡ 아파트의 경우 최근 4억2000만~4억300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매물이 꽤 나오다 보니 사려는 매수자 쪽에서는 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 의도대로 되는 것 같은데 상황이 불안해서 그런지 매수자들이 잘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북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성북구 전세가율은 83.33%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길음동 H공인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에 갭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어떤 단지는 실거주 반, 투자자들 반인 곳도 꽤 된다”며 “8∙2 대책 이후 시세 변동은 아직 없지만 매도 문의는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을 묻는 문의가 가끔 있지만, 전체적으로 거래 자체가 뜸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갭 투자는 기본적으로 아파트값 상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조정기에 들어선 최근 주택 시장에서 성립할 수 없는 투자 방식”이라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도 있는 터라 앞으로 갭 투자 열기는 식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1/2017081101299.html#csidxe1cd36d4c46b03d93d63b736d3950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