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8 15:12:00 수정 : 2017.08.08 15: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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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이름은 국내에선 비교적 생소하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그는 세계 미술계를 뒤흔드는 존재로 부상했다. 2011년 베이징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 그의 작품 ‘송백고립도’는 714억5천만원에 낙찰돼 그해 피카소, 클림트를 넘어서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이듬해엔 피카소를 제치고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낙찰 총액이 가장 큰 작가가 됐다.
20세기 동아시아 미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치바이스는 목공으로 시작해 시, 서, 화를 모두 아우른 작가다. 그의 작품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다.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10월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고향인 중국 후난성 박물관이 소장한 50여점의 작품과 80여점의 유물, 그리고 한·중 현대화가의 오마주 4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자서전 <치바이스가 누구냐>(학고재)를 번역하는 등 국내 최고의 치바이스 전문가로 꼽히는 부산외대 김남희 교수와 함께 <치바이스-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를 둘러봤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뒤 지금까지 4차례 전시장을 찾았다는 김 교수는 “볼 때마다 안보이던 것이 계속 보여서 새롭다”고 말했다.
■미물이 종이 위에서 군자가 되다
새우, 개구리, 배추, 버드나무, 사마귀, 호박, 나팔꽃…. 많은 문인화가들이 매란국죽과 같은 고고한 소재에만 집착했다면 치바이스는 보잘것 없는 일상으로 눈을 돌렸던 작가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놔두고 신기한 것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생존을 위해 목공일을 시작했고 스스로 시와 글씨, 그림을 익혔다. 고전과 자연을 스승 삼았던 그는 세상을 뜨기 3개월 전까지 붓을 놓지 않을만큼 열정이 넘쳤고 수만점의 작품을 남겼다. 다작 작가에게서 태작이 쉽게 발견되게 마련이지만 그는 예외였다.
“그가 종이 위에 올린 미물들은 군자가 됩니다. 문인화와 농민화. 절대 만날 수 없던 두 세계가 치바이스의 그림에서 하나가 됐어요. 문인화의 지평을 전방위 세계로 확장했고 농민화를 문인화의 반열에 올렸지요. 중국의 국민화가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그림이 살아 있다
전시장은 묘한 생동감으로 일렁인다. 단숨에 그어 내린 듯 대담한 붓놀림은 대상을 단순명료하게 표현했지만 어떤 극사실화보다 섬세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기다란 수염을 늘어뜨린 새우는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화폭 위 개구리는 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하다.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1931년작 산수)을 들여다보니 마치 바람이 볼에 와 닿는 것같다. 땅바닥에 흩어진 땅콩껍질의 꺼끌한 질감도, 망울을 터뜨린 매화의 꽃술도 손끝에 느껴진다.
“그림 속 개구리며 병아리의 눈은 마치 감상하는 사람을 향해 초점을 맞춰주는 것 같지요. 그는 수없이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본 것만을 그렸고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표현했어요. 바람과 비, 물결, 공기, 빛과 같은 자연 현상도 예외가 아니었지요. 이는 삶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애착의 결과물이자 그가 일평생 평화를 추구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붓의 움직임을 좇다
“작품을 볼 때 붓질이 어디서 시작됐을지 찾아보세요. 장쾌한 붓질로 한 호흡에 슥슥 그려낸 붓의 움직임을 따라가다보면 그와 함께 그림 한 편을 그리게 되는 셈입니다. 먹의 농담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세심하게 공간을 경영한 그의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시와 산문 형태로 그가 그림 한쪽에 써놓은 화제(畵題)를 감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진솔하고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그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행자오 늙은이가 그린 그림인 바 오늘의 묘품이로다. 하하하’ ‘가을에 어떤 것이 가장 맑고 그윽한가/국화가 향기로울 때가 바라 늦가을이네/꽃도 사람처럼 세상을 알아/허리 숙이는 것이 머리 숙이는 걸 똑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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