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ㆍ주거지에서 최대 1000m 떨어져 건설해야
지자체는 주민 반발에 따라 규제 더 강화하는 추세
인구 많고, 땅 비좁은 한국의 입지 여건도 갈등 원인
“신재생의 경제ㆍ사회 기회비용이 클 수 밖에 없다”
신재생 업계에서 꼽는 대표적인 ‘대못’은 각 지자체가 마련한 ‘이격거리 제한’이다. 도로ㆍ주거지ㆍ축사 등에서 적게는 100m, 많게는 1000m 이내에 신재생 시설을 짓지 못하게 했다. 해외에선 이처럼 엄격하진 않다. 예컨대 태양광의 경우 일본ㆍ영국은 원칙적으로 이격 거리를 규제하지 않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는 화재에 대비해 인접 건물과 46m 거리를 두도록 했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까다로운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설 밖에 일정 거리 이상의 완충공간을 두고 수목을 심어야 하며 ^5m 이상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업계가 꼽는 ‘장애물’이다. 이런 규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한 지자체가 지난해 이후 올해 7월까지 74곳에 이른다.
한 신재생 기업의 대표는 “‘도로’를 도로법상 도로로 한정하는 지역이 있고, 농어촌 도로까지 포함하는 지역이 있는 등 기준도 들쭉날쭉하다”며 “이런저런 규정을 다 따르면 신재생 사업을 할 입지가 거의 없는데, 이는 정부의 신재생 정책과 모순된다”고 하소연했다.
민 최모(57)씨는 “발전기 인근 주민들 가운데 소음과 불면증ㆍ이명 등으로 병원치료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 시설이 더 들어서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홍수ㆍ산사태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은 주민의 의견에 따라 정책ㆍ제도를 만질 수밖에 없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신재생 시설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에 편승해 신재생을 ‘무위험ㆍ고수익’ 재테크 수단으로 선전하며 현혹하는 업체들도 문제다.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은 한국전력 등에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발전시설 등을 방치하게 되면 새로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기후연구실장은 “발전설비의 피해는 지역이 감수하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사업자에게 돌아간다는 불만이 크다”이라며 “지역사회가 감내하는 피해가 커지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입지 여건에서 갈등의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이는 한정된 토지를 어떻게 활용하냐를 놓고 충돌하는 문제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데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산지가 많은 곳에서는 용지 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일조량과 바람의 세기 등 환경 요소까지 감안하면 맞춤형 부지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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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공약대로 신재생 발전 비율을 20%까지 높이려면 태양광은 32GW, 풍력발전은 16GW 규모의 발전설비가 더 필요하다. 신재생 업계에 따르면 1GW 발전 설비 용량에 필요한 부지면적은 태양광이 약 10㎢, 풍력발전은 최근 주로 설치되고 있는 터빈을 기준으로 약 70㎢이다. 단순 계산으로 태양광은 서울 면적(605㎢)의 약 절반인 320㎢, 풍력발전은 서울의 2배에 약간 모자란 1120㎢의 부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은 국토가 좁고 자연ㆍ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보니 신재생 시설에 대한 경제적ㆍ사회적 기회비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신재생과 원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손해용ㆍ이소아ㆍ김유경ㆍ문희철ㆍ윤정민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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