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헬기 조종사 윌리엄 왕세손의 마지막 근무

Shawn Chase 2017. 7. 28. 11:54

서정민 입력 2017.07.28. 06:00 수정 2017.07.28. 10:51




윌리엄, 27일 응급헬기 파일럿에서 퇴직
고령의 여왕 내외 대신해 왕실 업무에 전념
영국 왕실 공식업무 외에 직업 갖는 경우 많아
삼촌 앤드루 왕자, 동생 해리왕자는 참전 경험
육군 출신 해리 왕자, 상이군인 패럴림픽 창설
여왕 3남 내외는 공연기획사, 홍보회사 운영

영국 왕위 계승서열 2위인 윌리엄 영국 왕세손(35)의 가장 큰 업무는 왕족으로서의 공무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응급헬기 조종사였다.
27일 야근을 마지막으로 응급-구조 헬기조종사로서의 직업을 마감한 윌리엄 왕세손. 앞으로는 왕실 업무를 늘릴 계획이다.[켄싱턴궁 트위터]
그가 27일(현지시간) 야근을 마지막으로 응급헬기 조종사에서 물러났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지난해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90세를 맞아 공식 업무를 줄인 것을 계기로 자신의 왕실 공식업무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96세인 할아버지 필립공이 올 가을 왕실 공무에서 은퇴하기로 발표한 것도 이유다.

윌리엄은 여왕 내외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왕세손으로서의 활동영역을 넓혀나가기 위해 헬기구조대에서 퇴직하는 것이다.

응급-구조 헬기 조종사로 응급환자를 헬기로 옮기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가운데) [중앙DB]
윌리엄 왕세손의 파일럿으로서의 마지막 근무는 지난 2년간 근무한 케임브리지 공항에서 이뤄졌다. 마지막 근무를 마친 윌리엄은 동료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등 간단한 작별 행사를 가졌다.
27일(현지시간) 윌리엄 왕세손(왼쪽에서 네 번째)이 캠브리지 인근 공항에서 응급헬기 조종사로서의 마지막 근무를 기념해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윌리엄 왕세손은 퇴직을 앞두고 영국 언론에 “응급구조 헬기 조종사로서의 업무는 지역에 봉사하고 의료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함”이라며 “매일매일 수많은 생명을 살려온 존경하는 케임브리지 공항의 상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왕세손은 2006~2013년 공군으로 복무했으며, 2009년부터 5년간 헬기 수색-구조대에서 근무했다. 2015년 이후엔 지금의 응급 구조헬기 조종사로 근무해왔다.

영국 왕실 가족은 군 복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 여왕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다.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 해리 왕자도 10년간 육군으로 복무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참전했다. 두 왕자의 삼촌인 앤드루 왕자 역시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는 등 영국 왕실은 오랜 군 복무 전통이 있다.

지난주 독일방문 기간 동안 함부르크 공항에서 헬기에 타고 즐거워하는 조지 왕자와 아버지 윌리엄 왕세손. 영국 언론은 이 사진에 '부전자전(Like father, Like son)' 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연합뉴스]
윌리엄이 퇴직하면서 왕세손 일가는 현재 살고 있는 잉글랜드 동부의 자택 안머홀에서 공식 거처인 런던의 켄싱턴궁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켄싱턴 궁은 윌리엄의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이혼 전 거처하던 곳이다. 이들이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왕세손의 장남 조지 왕자(4)도 9월부터는 런던의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샬럿 공주(2)는 유치원에 들어간다. 윌리엄 왕세손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늘어날 계획이다.

윌리엄 왕세손은 지난 4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왕세손으로서의 공무와 함께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직 초보 아빠지만 사람과 어울리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왕 90세 기념 퍼레이드와 축하 비행을 발코니에서 지켜보고 있는 영국 왕실 가족. 연두색 정장을 입은 이가 엘리자베스 여왕이다.[중앙DB]
국가예산에 왕실예산이 책정돼 있고,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는 영국 왕실이지만 윌리엄 왕세손을 비롯한 영국 로열패밀리들은 왕실 공무 외에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 역시 생전에 지뢰 반대운동을 비롯해 어린이 구호활동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중앙DB]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연간 공무는 341건이었다. 이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국빈을 초대하는 왕실주최 만찬과 훈장 수여, 총리 임명 등의 공식행사를 비롯해 각국 공식방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법 시행을 위해 법을 최종 승인하는 것도 여왕의 업무다. 영국 왕실 공식사이트에 따르면 이 직무는 형식적인 것으로, 1707년 이후 국왕에 의해 기각된 법안은 없다.

여왕은 영국 육·해·공군의 원수이기 때문에 각종 군 관련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최고통치자로서 주교와 대주교, 사제의 임명권도 여왕이 갖고 있다.

영국 왕실 4대 기념사진. 왼쪽부터 찰스 왕세자와 여왕, 조지 왕자, 윌리엄 왕세손.[중앙DB]
엘리자베스 영국여왕과 필립공 내외. 올해 96세인 필립공은 가을부터 공식 업무에서 은퇴하기로 했다. 여왕도 업무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중앙DB]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에딘버러 필립공은 여왕의 자선사업을 보좌하는 동시에 자신도 약 800여 단체의 후원자 또는 총재를 맡고 있다. 환경보호 단체와 스포츠, 군, 기술 등 각종 분야의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1956년 ‘에딘버러상’을 창설하기도 했다.
지난주 독일을 방문한 윌리엄 왕세손 일가. 독일의 상징색인 프러시안 블루로 의상을 통일했다. [연합뉴스]
영국 왕실 공식사이트에 따르면 로열패밀리가 수행해야할 공무는 연간 2000여 건에 달한다. 이밖에 약 7만 명의 사람들과 만나는 일, 10만 통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는 일도 해야 한다.
윌리엄 왕세손의 아내이자 조지 왕자, 샬럿 공주의 엄마인 캐서린 왕세손빈 역시 수많은 자선단체와 협회를 후원하고 있는데, 특히 어린이들의 심리 및 정신 건강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의존증 극복을 위한 활동’ ‘이스트앵그리아 어린이 호스피스’ 등 8개 단체의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두 자녀의 육아와 공식행사 참석, 왕세손의 해외순방 동행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상이군인들의 패럴림픽인 '인빅터스 게임'에서 우승한 미국 대표선수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해리 왕자(왼쪽). 10년간 육군에 복무한 해리 왕자는 전장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차례 근무했다. [중앙DB]
왕위 계승서열 5위인 해리 왕자는 2015년 제대하기까지 10년간 육군에 복무하면서 두 차례 아프가니스탄 근무를 경험했다. 그 역시 각종 자선단체 후원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국제 상이군인 패럴림픽인 ‘인빅터스 게임’이다. 해리 왕자는 격년으로 열리는 이 행사의 창설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또 아프리카 남부 레소토왕실과 함께 레소토 고아를 지원하는 자선단체를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코치 코어’라는 이름의 영국 스포츠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 아프리카 남부의 자연보호 운동도 후원하고 있다.
영국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와 부인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의 결혼식 사진.[중앙DB]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의 업무를 가장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찰스 왕세자 내외. 찰스 왕세자는 왕위 계승서열 1위로 국가를 대표하는 각국 순방 외에도 ‘더 프린스 트러스트’ ‘영국 아시아기금’ ‘비즈니스 인더 커뮤니티’ 등 13개 자선단체의 총재를 맡고 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최근엔 영국 왕실 가족들이 공무 외에 자신의 직업을 갖는 추세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3남 에드워드 왕자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공연기획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그의 부인 소피 왕자비도 홍보회사를 운영한 바 있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영국무역투자청의 특별대표를 맡은 적이 있으며, 여왕의 딸 앤 공주는 승마 영국 국가대표 선수였다. 또 앤드루 왕자의 자녀인 베이트리스와 유진 공주도 직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아트리스 공주의 공식사이트에 따르면 그는 미술 디렉터로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여왕의 사촌인 마이클 왕자는 컨설팅사업을 했고, 그의 아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