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과학·영재고 학생, 대학 3학년 되면 일반고에 밀린다

Shawn Chase 2017. 7. 12. 21:48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2/2017071200311.html


김연주 기자



입력 : 2017.07.12 03:11 | 수정 : 2017.07.12 07:59

[오늘의 세상]
카이스트가 공개한 출신 고교별 학점 보니… 사교육 의존했던 학생들 '공부 피로증'

대학교 1학년땐 학점 앞서지만 3~4학년 올라가면 따라잡혀
어려서부터 문제풀이 선행학습, 전공 공부 들어가면 힘들어해
자기주도 강한 일반고 학생들은 졸업할때는 1등 하는 경우 많아

전국에 각각 20곳, 8곳 있는 과학고와 영재고는 수학·과학을 잘하는 중학교 최상위 학생들이 진학한다. 과학고·영재고 출신 상당수가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한다. 카이스트도 신입생 70%가 과학고·영재고 출신이다. 이 때문에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일반고 출신들을 압도할 것이란 추측이 많다.

그러나 최근 카이스트가 공개한 2013년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별 학점 변화를 보면 과학고·영재고 출신 학생들의 성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체되거나 떨어져 결국 일반고 학생들이 3~4학년 때 이들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학년 성적은 영재고(3.38점)와 과학고(3.34점) 출신들의 학점이 일반고(3.13점) 출신들보다 높지만, 3학년 땐 일반고 학생들이 영재고 학생들을 따라잡고 4학년이 되면 일반고 출신들(3.56점)이 과학고(3.53점)·영재고(3.34점) 출신들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과학 영재' 아닌 '입시 영재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선행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 가서 목표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번아웃(burn out·신체·정신적으로 소진한 상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2013학년 입학생의 출신 고교별 성적 변화 비교 그래프

카이스트와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영재고·과학고 입시 사교육은 이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특히 영재고 입시가 사교육 시계를 앞당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학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과 학교 활동, 10~15분 면접 등으로 선발한다. 반면 영재고는 서류 심사와 4시간 이상 걸리는 수학·과학 지필고사(창의력 문제 해결 검사), 당일 또는 1박2일 심층 면접 캠프를 한다. 시험 수준이 높아 선행을 많이 할수록 유리하다고 한다. 과학고·영재고 입시 학원을 20년간 운영한 A씨는 "영재고 입시 문제를 사교육을 안 받고 풀어야 진짜 '영재'인데, 지금은 수학 좀 한다는 학생들은 다 사교육을 통해 영재고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영재고·과학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거기서 또 대학교 선행 교육을 받는다. 과학고 졸업 후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최모(23)씨는 "과학고에 갔더니 대학 교재로 공부를 시키더라"며 "고교 때 공부를 너무 힘들게 해서 '절대 대학 가서는 연구는 안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교육 밑천 금방 드러나

이런 조기 선행 사교육 밑천은 대학에서 금방 드러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학고·영재고 때 배운 내용을 반복하는 1학년 땐 공부가 쉽지만, 2학년 때 고교 때 배우지 않은 전공 공부가 시작되면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광주과기원 김희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시키는 대로 문제풀이식 선행 사교육을 한 학생들은 전공 공부에 들어가면 힘들어한다"며 "선행 학습을 덜 한 일반고 학생들은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졸업할 때 전공별로 톱 하는 애들이 많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카이스트 입학처장을 지낸 이승섭 기계공학과 교수는 "과도한 선행 학습 때문에 상당수 학생이 어려운 문제는 잘 푸는데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는 떨어지고, 정작 대학에 와선 전공 공부에 대한 흥미·열정을 잃는다"며 "승부에만 집착 하는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 탄탄한 기본기와 기초 체력은 외면한 채 잔기술만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 수업이 시작되고 전공의 핵심 개념을 처음 소개하는 대학 2학년 때가 가장 공부에 몰두해야 할 때"라며 "그런데 어릴 때 하도 공부해 대학 오면 다 지쳐버린다. 과학 인재들을 망치는 시스템을 왜 나라가 방치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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