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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이준익 감독 "흥행참패 트라우마..망하는것 무섭다"

Shawn Chase 2017. 7. 7. 22:13

조연경 입력 2017.07.07 13:30 수정 2017.07.07 15:17


[일간스포츠 조연경]
또 성공이다. 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 '박열'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단순히 '인기 좀 끌겠다' 싶어 선택한 소재가 아니다. 흥미 안에 담긴 진정성이 더 크다.

배우들의 말을 빌자면 이준익 감독은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1인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찍고 있는 그 자체를 즐긴다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비한 정보력을 아는척 흘리려 하면 대놓고 '혼쭐내는' 이준익 감독이지만 역시 그 안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영화? 다신 손에서 안 놓으려고. 죽을 때까지 영화만 생각하고 준비해야지" 이 약속만큼은 꼭 지켜 주셔야 한다고 부탁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사극, 시대극 장르는 감독님께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영광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젠 영광만 됐으면 좋겠네. 최근작들은 내가 궁금해서 찍었고 내가 보고 싶어서 찍었다. 아무도 안 보여주니까. 관객들은 보든가 말든가. 하하."

- 영화로 저항하는 느낌도 든다. "우리 세대는 서양의 역사나 문화를 따라하기 바빴다. 이 나라가 그렇게 100년을 살았다. 소위 서양의 근대성을 흉내내는 과정 안에서 현대라는 복식, 생활양식,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 모두 서양을 따라했다. 그러다 보면 수 천년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사건·사연이나 인간들에 대한 소홀함이 많아진다. 동아시아에도 서유럽 못지 않은 사건과 사연과 인간들이 더 많았는데, 왜 맨날 우리는 서양의 것을 쳐다보고 따라하면서 인생을 다 보내야 하는가 싶더라. 약오름? 짜증? 그런 것이 났다."

- 전작들은 모두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1300년 전 황산벌 전투에서는 왜 그렇게 전투를 했고, 500년 전 연산군 때는 왜 그런 광대들이 외침을 하고 죽어 갔는가, 250년 전 영조와 사도는 왜 그런 비극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는지. 윤동주는 왜 그 젊은 나이에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주옥 같은 시를 남기고 죽어 갔는가. 90년 전 일본 대법정에서 박열은 왜 그런 선언을 해야만 했을까. 이성적 논리로 접근해 문화적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하고 싶다."

- '박열'에 대한 개인의 만족도는 어떤가. "후미코가 마지막 법정에서 말한다. '난 박열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의 과실과 결정을 넘어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과실과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만족도는 과실과 결정까지 만족한다. 그 이상은 한계인걸 어쩌냐. 다 받아들이고 인정한다.(웃음)"
- 이준익 감독의 현대극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바로 다음 작품은 현대극이 될 것이다. '변산'이라고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 조금 더 다듬어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변이 없다면 그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 스토리는 꽤 재미있다."

- 역시 큰 상업영화는 아닌가. "난 망하지 않는 영화를 찍고 싶다. 망하는 것이 무섭다. 그 동안 너무 많이 당해서.(웃음) 매 순간 실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그러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직업이 영화쟁이니까. 작품은 항상 준비한다. 죽기 전까지 준비할 것이다."

- 올 여름 스크린은 '박열'이 달구고 '군함도'가 빵 터뜨릴 분위기다. "진짜 그렇네. 그 말 참 좋다. 딱이다. '박열'이 달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 '군함도'는 제작비만 230억 정도 든 작품이다. 성공하려면 1000만 이상은 봐야 한다. 그래야 마땅한 영화고. 근데 '박열'은 그렇게까지는 안 봐도 된다. 관심있는 분들만 와서 봐도 된다. 설득하려 하지 않고 설명만 했다. 명확한 의미를 두고 만든 영화인데 이게 또 설득하려 들면 짜증난다.(웃음)"

- '박열'만의 미덕이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 영화에는 풍자와 해학과 익살이 있고 일제강점기 프레임을 깨는 새로운 시선이 있다. 의미와 재미의 중간을 달리는 영화라서 어떤 분은 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가져갈 수 있고, 어떤 분은 의미를 담아갈 수 있다. 뭐 두 마리 토끼 쫓다가 다 놓칠 수도 있지만."

- 새 시대가 밝았고 문화계·영화계의 환경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수 천, 수 백년 동안 반복되는 것이라서. 인류와 문명의 진화 과정이었고 또 반복될 것이다. 그렇지 않나. 순간이라도 좋은 시절이 찾아오면 감사하지. 근데 계속 좋았다 나빴다 할 것이라서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