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철련 건축가
입력 : 2017.07.03 06:50
내가 꿈꾸는 집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죠.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땅집고(realty.chosun.com)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집을 골라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 막연함이 조금이라도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집] ⑫편안해지는 공간, ‘제주 스테이 비우다’
[한국의 아름다운 집] ⑫편안해지는 공간, ‘제주 스테이 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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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대지는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북쪽 중산간서로 인근이다. 해발 148m, 평균 경사 12도인 비교적 완만한 자연경사지다. 남서쪽으로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울창한 귤나무 숲이 있다. 주변에 나무가 많고 밭과 밭 사이 돌담이 제주 특유의 이색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축주는 이곳을 바쁜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잠시 도시를 잊고 힘겨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설계 당시 제주 특유의 전원 분위기를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개성 가득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설계 모티브를 생각하던 중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과 귤창고를 눈여겨봤다. 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라고 할 첫째 요소인 바람. 이 바람을 견뎌내기 위해 구멍이 숭숭 뚫린 돌을 엉성하게 쌓은 돌담에서 비움의 지혜와 소통의 미덕을, 그리고 제주도 귤 농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귤 창고에서 집으로서의 간결한 건축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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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개의 이미지를 결합했다. 귤 창고를 돌담 쌓듯 엉성하게 쌓고, 숭숭 뚫린 돌담의 구멍으로 제주도 바람이 흐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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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 생긴 공간들은 정형의 호모토피아(homotopia)적 공간이 아니라 비정형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적 공간으로 변했다. 여기에 머무는 이들에게 편한 마음으로 산책하고, 자연과 대화하며 쉴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각자 머무르는 공간도 다른 조건으로 구성했다. 실내와 외부도 각각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런 공간들의 다름은 인위적 다름이 아니라 무위적 다름의 공간이다. 욕실에서 침실 등 각 공간의 환경을 모두 다르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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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차(茶) 마시고 자연의 풍경과 소리와 내음을 감상하며 쉴 수 있도록 전면이 뻥뚫린 카페를 넣었다. 둘째, 방향에 따라 너른 초록빛 귤밭 풍경의 근경과 멀리 펼쳐진 바다의 원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마당을 마련했다. 마당은 위치와 형태가 모두 다르다.
셋째,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침착하고 안정된 한국적 분위기와 각기 다른 고유한 전망을 갖는 개인 공간을 마련했다.
넷째, 자연조건에 따라 수목을 감상하거나 별빛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다르게 준비된 욕실을 꾸몄다.
다섯째, 자연에 노출된 테라스 또는 발코니를 넣었다.
여섯째, 숨막히는 적막 속으로 쏟아지는 별과 대화할 수 있도록 다락침실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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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획된 공간들은 모두 다른 전망과 개성있는 외부공간을 가지며 빛을 중시한 디자인으로 지었다. 이곳을 찾는 이에게 마음의 편안함과 쾌적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고 심신의 치유에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대지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건축면적: 260.1㎡
연면적: 465.58㎡
건폐율: 12.80%
용적률: 14.78%
용도: 다가구주택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노출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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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철린 대표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정림건축에서 10여년간 건축 경력을 쌓았다. 1991년 설립한 ㈜ 인·토종합건축사사무소와 이후 개명한 칸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 건축 학부 겸임교수와 한국건축가협회 명예건축가,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1999년 대통령 표창과 2009년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 등도 다수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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