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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때리는 박병호, 변하기 전에 때리는 테임즈

Shawn Chase 2015. 9. 8. 17:29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박병호(넥센)와 에릭 테임즈(NC)의 천하다. 29세 동갑인 두 타자는 화끈한 방망이로 올해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올 시즌 최고 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두 거포의 특징을 분석해봤다.

 

입력 : 2015.09.08 07:07 | 수정 : 2015.09.08 13:28

국내파의 자존심인 박병호는 3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7일 현재 47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4년 연속 거포 타이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홈런 외에도 타점과 득점에서 1위, 안타와 장타율 2위를 기록 중이다.

외국 선수 중 선두주자 격인 테임즈 역시 박병호 못지않은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홈런(41개)과 타점(119점)에선 박병호에 뒤져 2위에 머물렀지만, 타율·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선 박병호를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테임즈는 박병호가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도루 부문에서도 34개로 5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KBO리그 사상 첫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을 노리고 있다.

두 선수가 다른 타자들을 제치고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의 PTS(Pitch Tracking System)를 통해 알아봤다.

 

 

타구 속도가 빠른 ‘잡식성’

 

박병호와 테임즈의 타구 스피드는 국내 최정상급이다. 타구 스피드란 투수가 던진 공이 방망이에 맞은 다음 날아갈 때 스피드를 말한다. 타구 스피드가 빠르려면 스윙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 PTS를 통해 규정 타석을 채운 KBO리그 소속 타자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테임즈의 타구 스피드가 평균 시속 142.1㎞로 가장 빨랐고, 다음이 140.5㎞를 기록한 박병호였다. 이들의 타구 스피드는 리그 평균치(129.7㎞)를 훨씬 웃돌았다.

두 선수는 공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능력도 뛰어났다. 박병호는 타격시 타율이 0.522, 테임즈는 0.481로 리그 평균(0.365)을 웃돌았다.

둘은 구종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라는 점도 닮았다. 박병호는 직구 공략 타율이 0.593이었고, 체인지업(0.522) 슬라이더(0.500) 투심(0.462)에 강했다. 다른 공을 공략한 타율도 3~4할대로 꾸준했다. 테임즈 역시 직구 공략 타율이 0.490으로 높았다. 슬라이더(0.510), 체인지업(0.500), 포크볼(0.423) 등 변화구에도 강했다.

 

 

‘대체 불가’ 박병호 VS ‘모범 답안’ 테임즈

 

두 선수 모두 공을 최대한 몸에 붙여놓고 때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스윙 자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박병호의 타격시 콘택트 지점은 36.3㎝(홈플레이트의 꼭짓점을 0㎝ 기준으로 삼았을 때)로 리그 평균(44.9㎝)보다 뒤쪽에 형성되어 있다. 반면 테임즈의 콘택트 지점은 71.4㎝로 훨씬 앞쪽에서 이뤄진다. 박병호가 공을 오래 보는 스타일이라면, 테임즈는 공이 흠플레이트에 들어오자마자 휘두르는 스타일인 셈이다.

콘택트 지점이 다르면서도 두 선수 모두 공을 몸에 붙여놓고 때릴 수 있는 것은 타격 폼의 차이 때문이다. 박병호는 타격시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반면, 테임즈는 상체가 거의 지면과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타격을 한다.

 

 

 

폼만 놓고 보자면 테임즈의 타격 폼이 모범 답안에 가깝다. 테임즈는 상체의 흔들림이 거의 없이 자연스럽게 체중 이동을 한다. 모든 공의 발사각이 비슷한 것도 상체가 안정된 상태에서 스윙하기 때문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테임즈는 상체가 지면과 거의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때리기 때문에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많다”며 “체력 훈련을 통해 상체, 특히 팔 근육을 키워 팔로 스윙이 좋아지면서 타구 비거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병호는 체중 이동이 적은 대신 강한 허리 회전을 통한 원심력으로 타구에 힘을 싣는다. 또 타격 후 방망이 헤드가 머리보다 높이 올라간다. 이는 타구를 띄우기엔 적절한 스윙 궤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타구를 멀리 보내려면 강한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른 타자들이 박병호의 폼을 흉내 내지 못하는 것도 파워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올 시즌 홈런 평균 비거리는 123m로 리그 1위다. 비거리 130m 이상의 대형 홈런도 16개로 리그 1위이다.

안치용 KBS N 해설위원은 “테임즈의 스윙은 어떤 구종이든 똑같은 자세와 같은 궤적을 그리지만, 박병호의 스윙은 공이 어디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폼 자체가 달라진다”며 “타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독특한 스윙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