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무병장수의 열쇠' 小食 "40세에 시작해 70세 전 끝내라"

Shawn Chase 2017. 2. 9. 14:16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7.02.08 04:30

[H story] 소식과 장수

네이처, 원숭이 대상 연구 논문
"소식하면 건강 개선·수명 연장… 시작 연령에 따라 효과 크게 달라"


과연 소식(小食)은 무병장수(無病長壽)의 열쇠일까. '소식은 노화를 억제하고, 체내 염증을 줄여 심혈관 질환 등 노화 관련 질병 위험을 낮춘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동물실험 결과로,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소식의 효과 연구는 없다. 1980년대부터 사람과 유전 형질이 93% 일치하는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소식과 장수 연구가 시행됐지만, 소식의 장수 효과에 대한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지난 1월,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소식과 장수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만한 논문이 발표됐다. 소식의 대표 연구라 손꼽히는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20여 년간 진행한 두 편의 연구(2014년 위스콘신대학 연구, 2012년 미국립노화연구소 연구)를 재검토한 결과인데, 미국 위스콘신대학 로잘린 앤더슨 교수팀이 진행했다. 로잘린 앤더슨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소식은 분명 건강하게 장수하는데 효과가 있다"며 "다만 소식을 시작하는 연령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소식은 노화를 지연시켜 건강한 수명 연장을 돕는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라 소식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40~50대에 소식을 할 것을 권장한다.
소식은 노화를 지연시켜 건강한 수명 연장을 돕는다. 그러나 연령대에 따라 소식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40~50대에 소식을 할 것을 권장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앤더슨 교수팀은 소식이 장수에 효과가 없다는 기존의 미국립노화연구소 연구를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에 참여했던 1~23세의 원숭이 121마리 중 6~23세의 성인 원숭이의 경우에는 소식이 수명 연장 효과가 있었지만, 1~5세에 해당하는 어린 원숭이 그룹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6~23세 성인 원숭이 중에서도 특히 소식을 한 수컷 원숭이의 경우, 평균 수명이 37.1세로 붉은털원숭이의 평균 수명보다 약 9년이나 더 길었다. 반면 소식을 한 1~5세의 어린 원숭이의 평균 수명은 24.47세로 소식을 하지 않은 원숭이의 평균 수명(27.22세)보다 오히려 짧았고, 조기 사망의 위험도 높았다.

부산대장수생명과학연구원 정해영 교수는 "그동안 소식이 수명 연장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 연구로 소식의 장수 효과를 다시 확인했고, 소식의 시작 연령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이 연구를 통해 사람도 소식을 시작하는 시기를 잘 따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 무턱대고 시작하면 안 된다. 성장기 어린이는 비만이라고 하더라도 뼈·근육 등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소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70대 이상 노인도 장기(臟器)의 노화로 인해 영양소 흡수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식을 권하지 않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박상철 센터장(전 서울의대 교수)은 "소식 관련해 많은 연구를 종합해보면 신체 활동이 떨어지고 남는 에너지가 많은 40~50대는 장수를 위해서 소식을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소식(小食)

키와 체중을 고려한 필요 열량에서 70~ 80% 정도만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1930년대부터 소식과 장수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가 시작됐다. 초파리·지렁이·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수는 소식이 장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밥 줄이고 반찬은 그대로… 평소 두 끼 분량을 세 끼에 나눠 식사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7.02.08 06:30

소식, 효과적으로 하는 법
식사량 4~6주 걸쳐 줄여야… 간식은 빵 대신 과일 소량을, 천천히 식사하면 포만감 커져

소식(小食)은 40~50대가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장수법이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정확한 소식의 기준과 소식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 소식에 알맞은 식단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칼로리 제한 핵심… 20~30% 줄여야

소식은 식사량을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섭취 칼로리의 20~30%를 줄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사람은 일본의 다른 지역 사람에 비해 뇌혈관질환과 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각각 59·69·59% 정도로 낮은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평균 섭취 칼로리가 약 2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과 관련한 위스콘신대 연구 결과에서도 칼로리 양을 30% 줄인 원숭이가 젊고 건강하게 살았다.

그렇다면 칼로리의 20~30%는 어느 정도의 양일까? 하루 섭취 칼로리의 30%는 '한끼 식사에 먹는 양'으로 생각하면 된다. 단, 처음 소식할 때는 칼로리를 곧바로 줄이는 게 아니라, 4~6주간에 걸쳐 서서히 줄이는 게 좋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전혜진 교수는 "갑자기 섭취 칼로리를 줄이면 기초대사량과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살찌기 쉬운 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칼로리는 2주에 10%가량 줄이는 게 몸에 부담이 덜하다. 40대 남성 기준으로 하루 권장 칼로리의 10%는 쌀밥 4분의 3 공기(약 235㎉)에 해당하는 양이다. 즉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40대 남성이라면 매일 저녁식사를 할 때 밥의 양만 4분의 1 공기로 줄이면 칼로리를 10% 줄일 수 있다. 하루에 간식으로 먹는 단팥빵 1개(약 293㎉)를 딸기 5개(약 27㎉)로 바꿔도 권장칼로리 10%가량을 줄일 수 있다. 저녁만 밥을 4분의 1 공기씩 먹고, 간식 종류만 바꿔도 총 칼로리의 20~30%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소식을 하고 싶다면, 평소 먹는 식사량의 20~30% 줄여 먹으면 된다. 비타민 등 영양소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채소 반찬은 충분히 먹고, 밥의 양을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소식을 하고 싶다면, 평소 먹는 식사량의 20~30% 줄여 먹으면 된다. 비타민 등 영양소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채소 반찬은 충분히 먹고, 밥의 양을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소식 실천 전략

소식을 실천하기 쉽지 않다면 다음의 방법들을 따라해보자. 쉽게 소식을 하거나, 소식을 잘 유지하게 도와준다.

▷평소 두 끼 분량을 세 끼로=칼로리를 계산해서 먹는 게 가장 좋지만, 계산이 어렵다면 평소에 먹던 두 끼 분량의 식재료를 세 끼로 나눠 먹으면 된다. 40대 남성의 하루 권장칼로리(2300~2500㎉)를 기준으로 하루 세 끼를 먹을 때, 두 끼 식사의 열량은 약 1600㎉다. 여기에 약간의 간식을 더하면 1610~1750㎉로, 소식 식단 칼로리에 해당한다.

▷밥부터 줄이기=반찬보다 밥의 양을 줄여야 영양소 손실 없이 섭취 칼로리가 낮아진다. 고려대 생명공학과 이철구 교수는 "주식으로 먹는 걸 줄이는 게 가장 안전하고 영양소 손실도 적다"고 말했다. 전혜진 교수는 "채소 등은 평소 먹는 양만큼 섭취해 비타민·칼슘 등 필수영양소는 모자라지 않게 공급해주면서, 국수나 백미밥 등 영양소가 적은 식품은 평소 양의 절반 가량 줄여야 적당하다"고 말했다.

▷20분 이상 천천히 먹기=음식은 천천히 먹어야 소식에 유리하다. 무언가를 먹었을 때 배부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뇌의 포만감 중추가 자극되기 때문인데, 뇌의 포만감 중추는 음식을 먹고 20분 정도 지나야 자극이 시작된다. 숟가락 대신 젓가락으로만 식사해도 천천히 먹을 수 있다.

▷외식 피하기=이덕철 교수는 "설탕을 듬뿍 넣은 음식은 소량으로도 고칼로리라, 소식할 때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풍미를 위해 물엿·설탕등을 많이 넣기 때문에 양을 적게 먹어도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기 쉽다.

◇식단 상담 받아도 좋아

병원 등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와 기초대사량 등을 체크하고, 보건소나 병원 영양사에게 소식 식단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식재료의 칼로리를 정확히 계산해,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알려준다.



영양소 필요한 청소년·흡수율 낮은 노인은 '소식 금물'

  • 이기상 헬쓰조선 기자

입력 : 2017.02.08 05:30

연령대별 소식 지침
20~30대엔 활동량 많아 불필요… 근력·기력 소모 심하면 중단해야

소식(小食)은 키와 체중을 고려한 필요 칼로리의 70~80% 정도만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체내에 쌓이는 잉여에너지를 줄여 비만 등 대사질환을 예방하고, 체내 염증을 감소시켜 노화 관련 질병도 줄인다. 하지만 열량이 많이 소모되는 시기에 소식을 하면, 영양부족으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대구경북노화연구센터 박상철 센터장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성장기나 에너지 흡수 능력이 줄어드는 노년층의 소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소식은 40~50대 중년층에 시작해 70대가 되면 끝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기 소식은 오히려 毒

성장기에는 다른 시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소식보다는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사람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기초대사량과 활동에너지를 음식 섭취를 통해 공급한다"며 "성장기에는 이들 에너지 외에도 뼈나 각종 장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성장에너지까지 필요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성장기 영양부족은 성장 후에도 남들보다 왜소해지거나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키가 충분히 크지 않고, 골다공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철 센터장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몸속 면역체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까지 끌어쓰게 되면, 면역력까지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각종 감염병에 쉽게 노출되도록 만든다.

성장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운 20~30대도 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는 "청소년기를 지나서도 몸속 특정 세포나 기관의 발달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청년기의 소식이 이들 기관을 구성하는 영양소 흡수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시기에는 직장생활 등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할 때로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이 활동에너지로 많이 소모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식은 활동적인 연령대를 지난 후에 시작해야 한다. 10대까지는 비만하더라도 소식보다는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의 섭취 비율을 줄이는 등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20~30대는 성장이 끝나가므로, 비만하다면 소식이나 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그래픽=양인성 기자
◇잉여에너지 쌓이는 40~50대부터 소식

일반적으로 40~50대부터는 소식을 시작해 70세 이전에 끝내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는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면서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성은주 교수는 "중년층은 기초대사량과 함께 활동량도 줄어 체내에 쌓이는 잉여에너지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인 잉여에너지는 혈관 등에 쌓이면서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박상철 센터장은 "이 시기에 소식을 시작하면, 혈관에 쌓이는 노폐물이나 비만을 막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부족하게 들어온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신체 각 기관이 활성화되는 등 대응태세가 강화돼 신체 기능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라고 무조건 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본인의 영양 상태가 부족한 경우라면 소식보다는 충분한 영양섭취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결핵, 천식 등 만성적인 감염병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소식을 해서는 안 된다. 성은주 교수는 "이들 질환은 체내에서 이용되는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 때문에 만성 소모성 질환이라고 불린다"며 "이때 소식까지 하면 영양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 소식을 하더라도 70대 이상이 되면 다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부산대장수생명과학연구원 정해영 교수는 "나이가 든 노년의 경우에는 대사기능이 떨어지면서, 음식물 섭취로 인한 영양소 흡수율이 줄어든다"며 "같은 양을 먹더라도 체내에 흡수되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양이 적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소식보다는 충분한 음식을 섭취해 부족해지기 쉬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연령대라도 몸 상태 따라 달라

건강을 위해 소식을 결정할 때는 우선 본인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식은 보통 남아도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평소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경우라면 남아도는 에너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소식을 할 필요가 없다. 성은주 교수는 "소식을 하는 중에 근력이나 기력 소모가 심하고, 지나치게 예민해진다면 소식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이는 소식으로 인한 지나친 영양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고 말했다. 소식을 하는 중간에도 자주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건강한 소식을 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