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미 기자,김수완 기자,박승주 기자 입력 2017.02.01 16:36 수정 2017.02.01 17:22
국민의당 "애석하게 생각"..정의당 "원로로서 가르침 주길"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김수완 기자,박승주 기자 =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보수 진영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1일 '아쉬운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놓고 "민심이 원하는 것은 적폐 청산과 정권교체"라고 반응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우리가 배출한 사무총장이 국가발전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도 이런 결정을 내려 상당히 충격적이고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 전 총장이 말한 정치구태를 반드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국가를 위해서 정치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라도 헌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 역시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을 함께하기 바랐는데 아쉽다"며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정치 개혁과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른정당과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문에 밝혔듯이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며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새로운 정치개혁의 뜻을 잘 받들어 조기대선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대통령 불출마 선언을 존중하면서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더라도 반 전 총장이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평화증진에 기여했으며 외교적 경험 등은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며 "앞으로도 세계평화와 남북평화정착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에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서 드러났듯 지금 민심이 원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대한 적폐청산"이라며 "새로운 사회 개혁을 이뤄달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이어 "초반에 불출마를 선언해 뜻밖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결정은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사회 지도자로서,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고용진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본인에게도 3주의 짧은 정치경험이 실망스럽겠지만 국민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10년에 걸친 노고를 우리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며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 안보 분야의 원로로서 대한민국에 큰 보탬과 가르침을 주는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abilitykl@
반기문, 귀국 20일 만에 대선 포기…4가지 이유
가족 비리 의혹·구설·현실 정치 환멸·지지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를 타고 국회를 떠나고 있다. 2017.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21일째인 이날 오전 불출마를 결심했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히 고려했다"면서도 "그러나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 교체 명분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우선 반 전 총장의 대선불출마의 중요한 배경으로 친인척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을 꼽는다.
반 전 총장 귀국 전부터 참여정부 시절 사업가 박연차씨로부터 뇌물을 받았으며 자신의 아들도 대기업에 특혜로 취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그 이후에도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반주현씨)가 미국에서 뇌물죄로 기소된 것이 알려졌으며 둘째 동생인 반기호씨의 미얀마 사업에 대해 유엔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이에 반 전 총장의 가족들은 그의 대선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해왔고 설 연휴를 지나면서 그의 고민도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전국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구설'을 낳았다.
'에비앙 생수 논란'에서 시작해 전철표 판매기에 지폐 두장을 넣으려 한 '2만원 논란', 현충원 방명록에 미리 써온 메시지를 옮겨 적은 '수첩 논란', 음성 꽃마을에서 환자 식사 배식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턱받이 논란' '퇴주잔 논란'에 이어 한일위안부 협상에 관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나쁜 놈' 논란까지 빚었으며 최근에는 "촛불 민심이 변질됐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10년간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쌓아 놓은 업적이 한달이 채 안되는 시간에 무너졌고 이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 전 총장도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저 개인과 가족,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정계 거물을 만나면서 현실 정치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또한 당초 반 전 총장은 제 3지대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반문(反문재인) 세력을 모으는 '빅텐트'를 치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기반 없이 혼자서 제 3지대에 머물면서 대권행보를 이어가기에는 자금이나 조직의 한계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자금의 한계를 언급하며 입당 의사를 밝힌 것이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적 행보에 스크래치가 나기도 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과의 연대에 난색을 표했고 반 전 총장은 '보수 후보'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또한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에서 10%대로 내려앉으며 하강세를 보였고 반등의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의 중도 포기는 캠프 구성원들도 모를 정도로 혼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여의도에 대선 캠프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결심했다"고 털어놨고 기자회견 직후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song65@news1.kr
측근도 몰랐던 반기문 불출마..왜?
우경희, 이건희 기자 입력 2017.02.01 16:15 수정 2017.02.01 16:54
[the300]"정치인들과 함께 길 가는 것 무의미"..입지축소·정치환멸 원인
[머니투데이 우경희, 이건희 기자] [[the300]"정치인들과 함께 길 가는 것 무의미"..입지축소·정치환멸 원인]
한때 보수진영 유일의 대안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캠프 내에서도 1일 불출마 선언이 나올 거라 예상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반 전총장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여의도를 찾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국회 본관으로 들어와 정의당을 예방한 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지난달 12일 귀국 이후 국내 정치지도자들을 만난 소회를 풀어놓을 때만 해도 의례적인 회견으로 보였다.
반 전총장이 "인격살인과 음해,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명분이 실종되면서 개인과 가족, 10년간 봉직한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를 끼쳤다"고 말하자 취재진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불출마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날 오찬까지만 해도 캠프 멤버들이 각자 기자들과 만나 '완주'를 다짐했던 터였다.
반 전총장은 끝내 "내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21일. 짧고 허망한 대권행보였다.
반 전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선언은 귀국 후 축소일로를 걸어 온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귀국 전 한때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귀국 후 급락해 10% 초반을 전전해 왔다. 큰 틀의 대권전략과 정치철학 부재가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게는 캠프 운영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력 간 갈등이 발생해 대외 메시지가 매번 혼선을 빚었다. 캠프 운영을 위한 비용문제에 대한 고민을 반 전총장 본인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캠프 운영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안부 합의 문제를 물고늘어지는 언론에는 "나쁜놈들"이라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외로워진 반 전총장의 처지는 이날 정당방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반 전총장을 맞은 새누리당은 냉대하지는 않았지만 대권주자로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회동 말미에 "나이가 들면 미끄러져 낙상하면 큰일이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말로 반 전총장의 처지를 사실상 비꼬았다.
새누리당 한 TK(대구·경북) 소속 의원은 "반 전총장이 귀국 전부터 새누리당에 대해 당연히 나를 도울 것이라고 여겼다는데 이것이 패착"이라며 "그런 나이브한 태도로 국내정치에 임했으니 결국 보수결집은 물론 중도 세력 확장에도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후 목도한 국내 정치현실에 반 전총장이 환멸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언론의 혹독한 검증에 시달려야 했다. 공항철도 개찰구에 만원권 두 장을 집어넣으려 한 것부터 편의점에서 수입산 생수를 집은 것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편집된 성묘 영상은 '퇴주잔 논란'을 불러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반 전총장이 "가짜뉴스"라며 울분을 토한 내용이다.
야당은 매 건 반 전총장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 전총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이어갔다. 측근의 비리에 대한 공세는 날로 수위를 높여갔다. 반 전총장의 재산신고와 엮어 반 전총장의 아들까지 공격의 범위를 넓혔다.
결정타는 야권이 아니라 여권에서 날아왔다. 조기대선이 가시적인 상황에서 강력한 구심점이 될 대선후보가 절실한 여권은 끝내 반 전총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바른정당은 반 전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세력이 강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반 전총장과 '밀당'하다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은근히 새 대권주자로 밀어올렸다.
반 전총장은 결국 "이 정치인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제 불출마를 결심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오전"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만나는 과정에서 결심했다는 거다.
반 전총장은 회견 후 쏟아지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쓸쓸하게 정론관을 돌아 나갔다. 새로 구한 '반기문 대선캠프' 사무실 입소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우경희, 이건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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