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기술 혁신·사업 재편으로 중장기 비전 실천… 기업문화 혁신, 일하는 방식도 바꾼다

Shawn Chase 2017. 1. 31. 12:12

이성훈 기자



입력 : 2017.01.26 03:00

삼성

"의미 있는 혁신과 여러분들이 기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23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를 숙이며 이같이 말했다. 고 사장의 발언은 비단 혼자만의 다짐이 아니다.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기술 혁신과 사업 재편, 기업 문화 탈바꿈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에서 참석자들이 ‘기어 VR 헤드셋’으로 가상 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삼성전자 전시관에 몰려들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에서 참석자들이 ‘기어 VR 헤드셋’으로 가상 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삼성전자 전시관에 몰려들었다. / 삼성전자 제공

혁신 기술 앞세워 신사업 분야 개척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분기 실적보다 회사의 전략적 중장기 비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과 높은 잠재력을 가진 사업에 대한 투자 기회 확보, 핵심 경쟁력 강화에 역량 집중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플렉시블(flexible·가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부품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전략적 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통해 IoT(사물인터넷)와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電裝) 등과 같은 차세대 분야에서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8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미국 전장 회사 '하만' 인수 작업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차별화된 시장 지배력으로 한계를 돌파해 나갈 계획이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이 '플렉시블 OLED'이다. OLED는 LCD 보다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뛰어난 색 재현력과 우수한 소비전력 등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다.

바이오 분야도 삼성그룹이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는 분야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 시장은 향후 2025년까지 약 38%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 66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성장 바이오 사업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불과 5년도 안 되는 시간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제약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개발부터 제품 허가·승인까지 통상 7~8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기간을 4~5년으로 단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또 현재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시한 제품인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는 한국, 유럽, 호주 등에서 허가를 신청한 지 1년 1개월~1년 2개월 사이에 판매 허가를 받았다. 경쟁 업체가 1년 반 이상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이다.

기업문화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 만들어

삼성그룹은 기술뿐 아니라 기업문화 혁신에도 집중한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창립 기념사에서 "세계 경제 저성장과 불확실성 심화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일해왔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관습적으로 해오던 업무방식을 혁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작년 3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컬처 혁신 전략'을 선포했다. 또 작년 6월에는 직급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긴 세부 실행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직원 직급을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4~5년인 최소 승진 연한을 줄여 연차보다는 능력 위주로 팀장을 발탁하는 인사 혁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도 영업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삼성생명은 우선 영업 체질을 가치 중심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보험 영업의 평가 기준을 신계약의 양에 두는 것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영업 채널의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전속 채널의 경우 우수한 컨설턴트 발굴과 교육 강화를 통해 고능률 컨설턴트가 활동하는 조직 구축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술과 조직문화를 함께 혁신함으로써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진 '뉴 삼성'을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5/2017012501883.html#csidx285b317b75aedd786a63b564072b26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