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스마트폰 엣지 기술 만든 '작은 거인'

Shawn Chase 2017. 1. 29. 21:53

창원 =양지혜 기자



입력 : 2017.01.26 03:00

[도전 2017, CEO가 말한다] [12] 대호테크 정영화 사장

스마트폰 곡면 유리 가공 기계 중국 등 세계 50여 곳에 수출
매출 급증… 올해 3000억 목표… 납품하던 회사 인수하기도

"세계 최초로 만든 3D(차원) 곡면(曲面)유리 제작기에는 직원들과 철야하면서 흘린 눈물과 땀이 들어 있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경남 창원산업단지 내 대호테크 본사 공장. 쇳내 가득한 3300㎡(1000평) 공장에는 거대한 착유기를 연상시키는 폭 2m짜리 곡면 유리 제작기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기계의 대당 가격은 20만달러(약 2억3500만원). 스마트폰용 강화유리를 곡면으로 깎아주는 기계로, 중국 등 전 세계 50여 곳의 유리 가공 업체로 수출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부터 선보인 곡면 스마트폰 '엣지' 시리즈도 이 기계 덕에 탄생했다. 대호테크의 정영화(59) 사장은 "2008년 무렵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본격 등장했을 때 유리 화면을 곡면으로 가공하면 다양한 디자인 수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고 곡면 유리 제작기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영화 사장이 경남 창원시 본사 공장에서 중국으로 수출 예정인 3D 곡면유리 제작기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정영화 사장이 경남 창원시 본사 공장에서 중국으로 수출 예정인 3D 곡면유리 제작기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정 사장은“세계 최초로 만든 3D 곡면 유리 제작기는 직원들과 밤새우면서 흘린 눈물과 땀으로 탄생했다”면서“올해는 매출 3000억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곡면 유리를 만들려면 고온에서 순식간에 유리를 녹여야 하는데, 불량률이 높을뿐더러 제작 기계 자체에도 상당한 무리가 갑니다. 6년간 중국·일본 등 금형 기술을 가진 공장을 다 찾아다녔습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1분당 1개씩 곡면 유리 화면을 만들 수 있는 제작기를 개발했습니다."

대호테크는 직원 70명의 작은 업체지만 스마트폰 곡면 디자인 바람을 타고 매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2013년 234억원에서 2016년 1023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5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의 30%를 넘겼다. 올해는 매출 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자동차 유리 계기판 제작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대호테크 회사 개요

대호테크 공장에는 '3일4석6십'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호테크 직원이라면 누구나 '30세까지 1억원을 모으고, 40세까지 석사학위를 따고, 60세까지 10억원을 벌게 해주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정 사장은 "초봉은 3000만원 정도지만 회사 순이익의 10%는 직원들이 나눠 갖고,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1억원 이상 포상금을 준다"고 했다. "사실 지방의 작은 공장에 젊은이들이 안 오려고 합니다. 그래서 공고 학생들이 우리 공장에 실습 오면 성실해 보이는 얼굴을 눈여겨봤다가 적극적으로 채용합니다." 실제로 평균 연령 29세인 직원들 대부분은 경남 지역 공고나 마이스터고 출신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해 어학 수업과 대학원 학위과정까지 지원한다고 했다.

정 사장도 공고 출신이다. 3학년 때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있던 미국계 가전회사 TC 공장에 실습 나왔다가 취업했다. 17년간 일했던 회사가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고 한국에서 철수하자, 1989년 기계 자동화 설비를 만드는 대호테크를 창업했다. 첫 5년 동안은 자신의 월수입이 20만원이 안 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다가 2003년 휴대폰 카메라 렌즈용 유리 제작기를 만들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기술 퍼스트, 엔지니어 퍼스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술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술밖에 없습니다." 정 사장은 지금도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 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작년 3월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컴퓨터수치제어장비 업체 넥스턴을 인수했다. 18년 전 창업한 그가 납품을 해왔던 회사다. 정 사장은 "규모가 우리보다 10배는 큰 회사였는데, 기술개발에 매진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광학에 집중하면서 응용기술은 꽤 확보했지만, 원천기술 개발에도 욕심을 내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시골 도쿠시마(德島)에 있는 작은 회사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노벨상도 타지 않았습니까. 그런 개발자가 대호테크에서도 나오게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5/2017012503354.html#csidx6878a4e639f001eaa1909addf565964